미성어 잡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미성어 잡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 차병열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해양수산연구&
  • 승인 2018.04.0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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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차병열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

[현대해양] 보통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일어날 일에 대해 미리 예상할 수 있어 대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다시 말할 수 있으며, 예측 불가능한 것은 ‘신’만이 갖는 영역으로 사람으로서는 상상을 뛰어넘는 일이다.

가령 매달 돈을 얼마씩 저축하면 10년 혹은 20년 뒤에는 얼마를 모을 수 있겠다고 판단하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라면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다음 달에 시험이 있는데 열심히 공부하면 어느 정도까지 시험성적을 거둘 수 있겠다고 학생들은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를 몰고 집까지 가는데 안전하게 갈수 있다고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본인은 안전운전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차(버스, 트럭, 오토바이, 자전거 등)가 와서 부딪힐 수도 있고, 난데없이 도로 주변의 축대가 무너져 운전하는 차를 덮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수산자원도 이와 같은 측면에서 예측·불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다에서 어로의 대상이 되는 어린 물고기들을 모두 잡는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다음 해나 그 다음해에 바다에서는 성장한 큰 물고기들을 찾아보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어린물고기들을 반만 포획했다고 하자. 그러면 차후 어획되는 어미물고기의 어획량은 이전에 비해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환경변화(태풍, 적조, 냉수대 출현, 기름유출 등)는 많은 물고기들의 죽음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가 하는 수산자원 관리는 ‘예측 가능적 측면’에서 다뤄질 수 있고, 다뤄져야만 하는 예방 가능적 차원의 수산행정 관리체제의 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과거에는 우리나라 및 전 세계의 바다 수산자원이부족함이 없는 것으로 인식돼 마음껏(?) 인간들에 의해 포획되어 왔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와서 바다는 보존, 관리되어야 할 1호 대상군으로 인식이 완전히 전환되었다.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생산량의 경우, 1970년대에는 연 평균 120만 톤을 기록했고, 1980년대 중반에는 350만 톤까지 상승했으나,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다시 300만 톤 미만으로 감소하였다. 최근에는 300만톤 이상으로 재차 상승하고 있으나, 이는 순수한 어업에 의한 생산량이라기보다는 양식생산량에 의한 기여도 증가 때문이다.

이렇게 어업생산량이 감소한 이유에는 많은 원인이 복합되고 있다. 첫째, 어업에 의한 어획강도의 증가이다. 둘째, 한·중·일 어업협정에 의한 조업어장의 축소이다. 세 번째, 연근해 어장축소에 따른 어업 간 조업경쟁 심화에 따른 무분별한 어획이다. 네 번째, 중국어선에 의한 불법어업이다.

다섯 번째, 유류오염, 대규모 연안매립 및 간척사업 확대로 인한 수산자원의 서식처 상실이다. 여섯 번째, 기후변화에 따른 연근해 평균수온 상승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연근해 바다수온은 지난 47년간 1.18℃ 상승해 왔다. 일곱 번째는 미성어와 소형어 어획 증가이다. 본 논고에서는 마지막 일곱 번째인 미성어와 소형어 어획비율 증가에 대한 문제점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생산량 변동

사매매 등 음성적으로 미성어 판매 

미성어와 소형어 관리는 예측 가능한 수산자원 관리 부문의 하나라고 단언할 수 있다. 왜냐하면 미성어는 차후 어미물고기로 자라 어장에 가입되기 때문이다. 소형어 또한 현재의 어획량에 따라 1년 혹은 2년 뒤의 자원량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최근 미성어에 대한 보호는 우리나라 수산자원 회복사업이나, 포획금지 사업에서 어종별로 실시하고 있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수산자원회복 대상어종으로는 참조기, 고등어, 갈치, 말쥐치 등 연근해를 대표하는 주요상업성 어종들과 대문어, 낙지 등과 같은 두 종류가 있다. 또한 갑각류에는 꽃게, 패류에는 개조개가 자원회복 대상종이다. 이들 어종의 자원회복을 위한 공통적인 권고안으로 미성어 보호, 금어기, 금지체장 준수 등을 들 수 있다.

포획금지 사업에서도 권고안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어린 수산자원의 보호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하지만, 현 자원관리 체제에서는 대부분이 권고안에만 그칠 뿐 강제규정이 없어 어업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한 실정이다.

어획되는 미성어들은 불법이기 때문에 대부분 위판이라는 정식 경로로 판매되고 있지 않고, 사매매의 경로를 통해 음성적으로 소모되고 있다. 미성어 어획 못지않게 대두되는 큰 문제는 소형어 어획의 증가이다. 대표적인 어종들인 멸치, 베도라치, 젓새우 등이 연안 정치망, 저인망, 근해안강망 등에서 다량 어획되고 있다.

멸치 어획량은 정치망에서 1990년대에 비해 10배로 증가했고, 젓새우어획량은 자망에서 약 100배 증가했다. 이것은 수산자원(소형어) 자체가 증가했다고 보기보다는 기존 주요 상업성 어종 외 대체수산자원에 대한 어획노력(조업량 증가, 세목망 사용 등)의 증가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수산자원 관리는 향후 자원이 보존되어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 실시하는 행정적 조치수단이다. 바꾸어 말하면, 훌륭한 자원관리는 보다 질 좋은 자원상태의 결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현실적인 수산자원관리 지속해야

지금 당장 손해가 있고, 기대치가 낮다 하더라도 좋은자원관리는 10년 혹은 20년 뒤에도 우리나라 수산자원을 계속해서 이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우리에게 강하게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예측된 결과를 현실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어종별 적정어획량 준수, 미성어 어획방지, 금어기 준수, 금지체장 준수, 어장환경관리(폐어구 수거 등) 등 여러 현실적이고 원칙적인 방안들이 필수적으로 적용되어야만 한다.

지금의 큰 문제점은 우리들이 해답을 모르고 수산자원을 관리·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을 고집해 배타적으로 수산자원을 무분별하게 어획한다는 데 있다. 과거 실천의 부재가 현재 우리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가져다주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라.

연평도 참조기, 인천연안의 민어, 남해안의 말쥐치와 동해안의 명태 등이 우리바다에서 사라져 갔다.

한반도 바다에서 소량 잡히고 있거나, 멸종위기종과 같은 동격의 취급을 현재 받고 있는 셈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지금 꼭 들어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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