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영덕대게의 중심지 강구항을 찾다
[르포] 영덕대게의 중심지 강구항을 찾다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8.03.3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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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조업 근절’ 어민들 한목소리
▲ 강구수협 위판장

[경북 영덕=현대해양 최정훈 기자] 작은 어선 안에 탤런트 신구가 대게를 베고 누워있다. 간밤에 족히 2미터는 넘는 게를 잡느라 기진맥진한 모양이다. 항구에 도착한 신구선생이 사람들에게 하는 말. “늬들이 게맛을 알어?.”

대게 맛이 제대로 오른 3월 하순, 영덕의 강구항으로 향하기로 한다. 대게는 큰 게가 아니라 대나무 마디 같은 다리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대게는 수심 100~200미터에서 잡히는대로 삼척, 울진, 영덕, 포항, 울산에서 까지 잡힌다. 이중에서 영덕이 브랜드화에 성공한 편으로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영덕대게는 살이 많으며 맛이 담백한 지역 명물로 대게찜 외에 대게빵, 대게간장, 대게김, 대게라면 등의 브랜드로 영덕을 찾는 사람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새벽 4시에 서울에서 출발해 영덕으로 향한다. 이른 아침에 출발한 것은 대게 경매를 보기 위함이다.

 

대게 위판장 현장

봄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강구수협 위판장 안은 발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경매사들의 주문같이 들리는 헤~~~~~하는 소리에는 판소리할 때와 같은 어깨를 들썩이는 흥도 같이 들어간 것 같다. 싱싱하고 잘생긴 대게를 사려는 상인들과 중매인들이 이것을 지켜보고 바쁘게 손을 움직이면서 암호같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었다.

오늘 위판을 진행중인 대봉호 선장에게 다가가 많이 잡으셨냐고 물어본다. 바쁘다고 손을 저으며 분주하게 대게상자를 갑판에서 옮긴다. 옆에 갑판장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시 많이 잡았냐고 하니 못잡았다며 4일동안 나갔다 왔는데 마음에 안든다고 퉁명스럽게 답한다. 대게 위판은 생각보다 빨리 끝이났다.

활기넘치게 생긴 아주머니 한 명이 나타나 대게를 사라고 한다. 가격을 물으니 1마리에 12,000원. 요새 대게가 많이 나오냐고 물으니 최근 물량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야야, 지난해보다 훨씬 안좋다. 대게 자원이 많이 감소했다 아이가”. “어쨌든 대게는 우리가 이 근방에서 제일 저렴하다”며 팔을 붙잡고 계속 대게를 사라고 했다.

1900년대 초반까지 주로 연안어업이었던 영덕의 수산업은 일제시대 일본주도로 수산물 가공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1927년 강구항과 축산항의 통조림공장에서 당시 주종이던 털게, 왕게 그리고 지금의 대게가 함께 가공됐다. 이후 1950년대 영덕군에 처음으로 활자판 인쇄의 통계연보가 발행돼 그때부터 대게모양을 형상화해 적극 활용하기시작했고, 대게가 대표적인 영덕 특산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최근 대게 어획량이 10여년 전인 2007년에 4,500톤에서 지난해 1,800톤으로 급감했다.

신구선생이 광고에서 겨우 대게를 잡았듯이 최근 대게 잡이가 시원치 않다.

대게 판매·가공·수출이 경제활동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영덕의 어업인들은 줄어드는 대게 자원 때문에 시름이 깊다.

 

어획량 감소 원인은 불법조업

마침 위판장에서 강신국 강구수협 조합장을 만났다. 말끔한 정장차림으로 현장 어민들과 인사중이었다. 강 조합장에게 대게가 왜 이렇게 안잡히냐고 물으니 준비했다는 듯이 “불법으로 암케를 많이 잡아들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암컷대게를 유통시키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 암케 한 마리 당 5~7만개 정도의 알을 낳으니 자원의 지속성을 유지하려면 당연히 암케를 잡으면 아니되는 것. 수컷 복부가 삼각형 모양으로 아래쪽에 있고, 암컷은 좀 더 크고 둥근 모양으로 돼있다.

어업인들끼리 서로 감시하는 등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있지 않냐 질문하니까 “포항, 구륭포에서 불법 직거래를 통해암케가 자연스럽게 이송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자망이 아닌 통발어선도 문제라고 말을 이어갔다. “포항, 구륭포에서 불법조업이 성행해 대게 씨가 마르게 생겼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불법을 자행하는 사람은 잘살고 법을 지키고 준수하는 사람은 못사는 이런 작태로 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통발어선으로 대게를 쓸어버리니 어족이 고갈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최근 불거진 연안통발어업의 대게 조업 문제를 지적했다.

 

강구항 청년들

강구항 내를 두리번 거리다 어선에서 쉬고 있는 외국인 선원을 만났다. 젊어 보이는 3명에게 인사를 건네자 환한 얼굴빛을 내밀면서 반갑게 인사를 받아줬다. 잠깐 갑판에 나와 쉬고 있다고다는 2명은 총각인데 1명이 여자친구가 있단다. 휴가는 언제냐니깐 이번에 6개월만 있으면 휴가고 2달간 휴가를 간다는 말에 화색이 돈다.

바로 수협건물 2층에서 지낸다고 했다. 들어가보니 퀘퀘한 냄새와 청소가 안된 지저분한 먼지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조업하는 날이 많고 대게도 많이 잡아서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단다.

▲ 강구항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청년 선원들

수협건물에서 내려와 어선 갑판에서 분주히 일하는 청년을 만났다.

다가가 인사를 하니 인사를 받아주고 다시 분주하게 윤활유를 날랐다. 알고 보니 선원이 아니라 윤활유 납품업자란다. 이 청년은 강구항에 살고 있고 어촌계에 가입돼 있다고 했는데 동네에 청년이 많나 물어보니 거의 없단다. 자기가 특별하다며, 웃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양창호)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영덕은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 65세 이상 고령인구비가 31.5%를 넘는다. 사람이 늘지않고 청년들도 유입되지 없으면 노인만 많아지고 활력을 잃어갈 수 밖에 없다.

강구항 대게가게들을 따라 걷다가 박달대게가 맛있다는 아주머니의 손에 붙들려 가게로 들어갔다. 영덕에서 대게는 처음 먹어봤는데 살이 통통하고 씹는 맛이 일품이다. 국내 최고 맛이라 할 만하다. 전날 강석호 국회의원이 경북해양수산 활성화 심포지엄에서 “포항쪽에서 일어나는 불법유통, 조업을 엄하게 다스리는 정책을 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영덕의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불법어업 척결하고 근본적으로 수산업 고갈이 해결되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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