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자동화가 최선인가
부산항, 자동화가 최선인가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8.03.2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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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기상조...특색에 맞게 구축해야

[현대해양 최정훈 기자] 칭다오 항만은 유령도시 같아 보인다. 밤에 선박이 입항하면 로봇 팔이 컨테이너 고박핀을 뽑고 크레인이 선박 위의 컨테이너를 올린다. 이 컨테이너는 하륙위치에 정확하게 주차된 무인트럭 위로 안착된다. 트럭은 야드장을 지나 항만을 빠져나가게 된다. 이 모든 과정에 사람이 없다.

중국 매체 CGTN는 장 리안강(Zhang Liangang) 칭다오 새항만 총책임자와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항만 자동화로 이전에 비해 인건비는 70% 감소하고, 생산성은 30% 더 향상됐다고 전했다. 이전에 60여명이 작업하던 것을 이젠 9명이 맡아하고 이전에 고공에서 크레인 작업을 하던 인력들이 이젠 사무실에서 컴퓨터 화면을 보고 조이스틱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된 상하이 중국 칭다오 항만. <사진 = 유투브 제공>

세계는 항만 자동화 진행중

중국, 일본, 싱가포르, 네델란드 등 주변 국가들이 항만자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칭다오 항만의 경우 구상에서부터 집행까지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중국정부가 신성장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제조2025(HW)’, ‘인터넷 플러스(SW)’, ‘중국대뇌(AI)’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가운데 스마트항만 구축도 이견 없이 진행됐다. 또한 공산당 지정 외 노동조합은 불법으로 노사간 분쟁이 없는 것도 신속한 자동화 항만 구축에 일조했다.

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양창호) 동향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의 경우 정부차원에서 11개 항만에 이미 △AI 지능형 항만운영관리 △물류통합 △안전 개선 △사업모델 혁신 등 4개 부문에 대한 스마트항만 구축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그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까지 진입했다.

일본도 현재 항만정책 ‘PORT2030’에 스마트항만 구축을 핵심과제로 삼고, AI, IoT를 통한 지능형 항만건설 및 운영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와 네델란드의 로테르담항, 함부르크항도 이미 로드맵을 수립하고 스마트항만 구축을 선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부, 자동화 구축에 박차를 가할 것 국내의 스마트항만에 대한 인식·준비가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KMI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흐름이 스마트항만으로 바뀌고 있는데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준비가 미흡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정부에서 항만 자동화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부산항 신항 배후단지에서 열린 ‘부산항 미래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세계 경쟁항만들은 물류허브가 되려고 치열하게 혁신하고, 상하이·싱가포르·로테르담 같은 권역별 허브항만은 터미널 대형화와 스마트 항만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세계 최고수준의 IT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 해상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율운항선박·초고속 해상통신망·스마트 항만을 연계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세계적인 항만모델을 선도하자”고 주문했다.

이에 해수부 주도로 스마트 항만 구축 활성화가 진행중이다. 해수부 용역자료에 따르면 항만자동화로 인해 운영비45% 절감이 가능하고, 생산성이 40% 높아진다.

▲항만 자동화가 구축된 미국 캘리포니아의 롱비치 항.

생산성 오히려 떨어질 것 

자동화 구축을 위해 막대한 인프라와 유지보수 비용이 드는데 생산성 극대화를 위한 스마트 항만이 오히려 기능을 제대로 발휘 못해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5일 부산항운노동조합(조합장 김상식)은 ‘항만 4차산업혁명 시대 지능형 자동화터미널의 항만인력대응방안’ 보고회를 개최했다. 한국항만운송노동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이 용역사업에 착수해 지난 1월 중간보고를 거쳐이날 최종용역 보고회를 가졌다.

항만운송노동연구원은 스마트항만의 시간당 ‘컨’ 처리량이 대략 23~25개로 현 부산신항의 시간당 평균 32개, 최대 처리량 50개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말에 선박입출항이 집중되고 부산항 물류의 50%가 환적화물인 특성상 불규칙적이고 단시간에 대량의 화물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데, 자동화 시스템이 대응하기 힘들 것으로 연구원은 주장했다.

또한, 연구원은 “항만 돌풍, 폭우 등 기상 악화 상황에서는 자동화 시스템이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워 심하면 하역중단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연구원은 머스크가 지난해 수천억 원의 피해를 본 사례가 있듯이 해운산업에 사이버 해킹문제가 대두되는 이 시점에 항만에도 자동화로 인해 사이버 보안문제에 대한 위협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연구원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스템 유지관리와 업데이트를 하려면 정기적으로 몇 시간씩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달 5일 부산항운노동조합(조합장 김상식)은 ‘항만 4차산업혁명 시대 지능형 자동화터미널의 항만인력대응방안’ 보고회를 개최했다.

실직자 없는 자동화 구축

유엔미래보고서는 물류 단순 노동이 사라지는 대신 무인설비가 제대로 되는지 확인하고, 하루 배송 물량을 조절하는 작업을 하는 컴퓨터 코디네이터, 자동화된 교통의 설계자 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건축가 및 시스템 엔지니어들의 수요가 많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KMI는 항만자동화가 실현될 경우 기존 노동자의 80%가 실직하게 될 것을 밝혀 기존 노동자는 근심 깊은 얼굴이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부산항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오는 2021부터 신규 개발하는 터미널에 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항만경쟁력을 높이고, 스마트항만에 걸맞는 근로환경과 부가가치가 높고 질 좋은 일자리를 마련할 것”을 밝혔다.

해수부는 2021년 개장할 신항 2-4단계부두부터 첫 시범에 들어갈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스마트항만 로드맵 수립시점에서 △항만산업발달의 구조 △선박의 발전 수준 △기후변화 △배후도시의 변화 등을 고려해 항만의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해 혜택이 돌아가도록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여론이다.

윤종대 부산항운노조 교육홍보부장은 “노·사·정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부산항의 실정에 적합한 한국형 자동화 모델을 개발해도 세계 항만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항만을 둘러싼 사회·환경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 항만 특색에 맞는 자동화를 구축 해나갈지 정부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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