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선망선사 사면초가四面楚歌
대형선망선사 사면초가四面楚歌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8.03.29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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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한도 증액대책도 ‘그림의 떡’

[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올 것이 왔다. 우려되던 선사 부도사태가 벌어졌다. 어장축소와 고등어 어획량 감소 등으로 흔들리던 대형선망 선사가 결국 부도 처리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부산의 대형선망선사 A수산이 지난달 5일자로 당좌거래가 중지됐다.

A선사는 자본금 20억에 선원 73명, 사무직원 10명 등 직원만 80명이 넘는 중소기업이다. 1개 선단(6척의 배로 구성)으로 고등어, 전갱이 등을 주로 잡아 부산공동어시장에 상장하던 이 선사는 지난 2일 선박수리업체가 청구한 어음 5억 원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됐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선사매출은 2016년 117억 7,000만 원에서 2017년 72억 원으로 뚝 떨어졌다. 사실상 1년 만에 매출이 반 토막이 난 것이다. 한일어업협상 결렬로 인한 어장축소와 고등어 어획량 감소로 인한 경영 압박이 주요인으로 알려졌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첫 부도

대형선망 선사 부도는 금융위기와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대형선망수협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바닷모래 채취와 중국의 불법조업 등의 영향으로 어획고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한일어업협상이 타결되지 못한 지난해의 경우 지난 2012년 3,664억7,100만 원이던 것이 2,099억 6,400만원까지 떨어져 역대최저 어획고를 기록했다.

임준택 대형선망수협 조합장은 “한 마디로 갈 곳이 없다. 한일어업협상 결렬로 인해 근해·연안어선할 것 없이 모든 어선들이 제주도 주변만 돌며 연료만 소모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일어업협상이 지난 2016년 7월 1일 이후 만 2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일본이 어업협상에 소극적인 이유는 협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일본 입장에서는 크게 아쉬울 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 어선의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반면 우리 해역의 수산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 어업인들의 경우 조업 불가 등의 재해에 대비한 보험제도로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바람막이 없이 위험에 노출된 우리 사정과 대조적이다.

일본 EEZ 내 조업이 불가능해지자 이 곳에서 우리 선사들이 주로 잡던 고등어, 전갱이, 갈치 등 주요 어종 어획고가 대폭 줄었다. 업계는 출어할 어장이 마땅치 않아 대형선망어업이 통당 20~3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대형선망선사 A수산이 도산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금융권을 비롯한 채권자들이 자금회수를 서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달 말부터 2개월간 휴어를 해야 하는데다 선원 생산수당까지 지급해야 해 자금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경영 압박은 수산업계를 궁지로 몰아넣어 연근해의 고등어, 풀치 등의 금지체장에 가까운 미성어 어획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게 만들고 있어 업계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져들고 있다.

“3~4개 선사도 위험”

대형선망업계의 고통과 피해는 전국 최대 규모 어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으로 피해 전가는 물론, 중도매인, 항운노조, 냉동창고, 조선소 등 약 3만여 명의 수산업계 종사자들이 실직자로 전락할 것으로 수산업계는 예상하고 있다.업계에서는 남은 21개 대형선망선사(23개 선단) 중 3~4개 선사도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악재 속에서 해양수산부가 최근 수산자원 보호를 이유로 규제를 강화할 방침을 밝히고 있어 어업인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수산자원 보호를 위한 규제란 포획금지체장을 늘이고 휴어기를 연장하는 방안 등이다.

대형선망업계 관계자는 “해수부가 현재 21cm인 고등어금지체장을 24cm로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2월 20일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열린 대형선망업계와의 간담회에서 휴어기와 금지체장 강화에 따른 시나리오별 영향 분석을 내놨다. 이날 금어기와 휴어기 기간, 금지체장을 시나리오별로 달리 적용했을 때 고등어 자원량과 어획량의 변화를 발표했다.

이날 이후 대형선망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임준택조합장은 “고등어 자원 관리 필요성에 대해서는 업계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한일어업협상 결렬에 따른 어장 축소에서 발생되는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일본 EEZ에서 조업이 가능할 때에는 이처럼 치어가 다량 어획되지 않았다”며 “정부의 협상 잘못을 어업인에게 전가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고등어 금지체장 강화 등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간담회를 통해 시나리오별로 고등어 자원량 변화를 보여주고 장기적으로 가야할 방향을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장 시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여건이 되면 어업인 의견을 수렴해 시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형선망업계 관계자들은 “한일어업협정 체결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금지체장마저 강화하면 줄도산을 피할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긴급경영안정자금 실효 의문

한편, <현대해양>을 비롯한 언론의 대형선망선사 경영난 보도가 이어지자 해수부가 긴급 경영안정자금 대출 한도 증액하겠다고 지난달 21일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경영난으로 신용등급이 낮아진 반 이상의 대형선망 선사들은 지원을 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해수부 대책은 반 정도의 선사에만 해당될 뿐 나머지는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확대 혜택이 없다”며 “농신보(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특례보증 100%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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