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귀어귀촌 모범사례, 충남 서천군 송석어촌계
[현장르포] 귀어귀촌 모범사례, 충남 서천군 송석어촌계
  • 변인수 기자
  • 승인 2018.03.07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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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계 진입기준 혁신적 완화 돋보여

[현대해양 변인수 기자] 2월 중순. 매서웠던 한파에 찌든 서울을 벗어나 낭만 가득한 서해 바다로 취재차 떠났다.

충남 서천군은 김 생산지로도 유명하지만, 귀어희망자의 어촌계 진입기준을 혁신적으로 완화시켜 전국 귀어귀촌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어촌마을이 있다. 바로 서천군 마서면 송석어촌계(계장 공무철)를 찾아가는 길이다.

“어디 즈음 오셨습니까? 오전에 도착해야 김 경매를 볼 수 있습니다. 빨리 안오면 경매가 끝나버립니다.”

김 경매 현장을 촬영하겠다는 약속은 없었지만, 취재를 배려해주는 그의 마음이 고맙다.

 

어촌계 진입기준 완화의 중요성

▲김 경매 현장

우리 수산업은 어촌 고령화와 어가인구 감소로 위기에 봉착한지 오래다. 정부는 침체된 어촌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귀어귀촌 정책을 장려해 왔다. 그런데 귀어인들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촌계에 가입해 어업에 종사해야 하는데, 어촌의 배타성과 마을어장 공유 등의 문제로 어촌계 진입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충남도만 해도 167개 어촌계 중 가입비제한, 거주기간제한 등의 조건을 둔 곳은 143개소로 전체의 상당수에 이른다. 1년~5년의 거주기간 조건을 둔 곳도 대다수이며, 10년 이상을 조건으로 하는 곳도 4%에 달한다. 가입비는 대부분 500만원이하지만, 3,000만원이 넘는 곳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2016년부터 충남도는 전국 최초로 ‘어촌계 진입장벽 완화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어촌의 공동화 고령화를 개선해 나가기위해 힘써왔다.

이런 노력 덕분에 어촌계원들은 자율적으로 정관을 개정해 귀어인에게 진입장벽으로 인식된 가입비 및 거주기간 등 어촌계 가입 자격요건을 완화하거나 철폐해 나갔다. 그 결과 충남도는 어촌계원이 800명이나 증가하는 한편, 인센티브를 받은 5개 어촌계의 경우 귀어인 수가 212명이나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송석어촌계는 지난 2016년 충남도에서 개최한 ‘어촌계 진입장벽 완화사업’에서 우수어촌계로 선정돼 지원금 6천만원을 수령했고,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주최한 ‘귀어귀촌인 전진대회’에서는 영예의 대상을 안으며 충남도뿐만 아니라 전국 어촌의 롤모델로 급부상했다.

 

김 작황이 좋지만은 않아 걱정

▲공무철 송석어촌계장

마을에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어촌계장은 보이지 않고, 마을 공용 김출하장으로 오라고 한다. 승용차 하나 겨우 지날 정도의 좁은 도로를 타고 다다른 곳에는 넓은 물양장이 펼쳐졌고, 건물 삼층 높이만한 크레인 두 대와 공판장, 트렉터 4대가 가지런히 주차돼 있다. 

공 계장은 인사를 나눌 틈도 없이 김 경매 장소로 걸음을 재촉했다. 입찰이 끝날까봐 조마조마했다는 눈치다. 

“품질에 따라 120kg 기준 3만원에서 20만원까지 천차만별입니다. 색깔이 진한 놈이 가격이 좋고, 갈색을 띄는 놈은 상품으로는 글러먹었지요. 가공공장으로 보낼 겁니다. 농사하고 똑같습니다. 손이 한번이라도 더 가면 좋은 제품이 나오니까요.”

지난해 김 수출이 5억 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김 작황도 호조를 보이는 듯 했으나 지난해 말과 올 초 황백화 현상이 갑자기 나타나 어가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라고 한다.

황백화 현상은 김 엽체가 황백색으로 변하면서 떨어져 나가는 현상을 말하며, 질소와 인 등 김 성장에 필요한 영양염류가 부족해짐에 따라 발생한다. 영양염류는 통상 빗물을 타고 육지에서 바다로 유입되는데, 최근 충남지역 강수량이 평년 대비 38~66%까지 줄어들어 김 황백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서천지역은 대표적인 김 주산지로 양식장 27개소가 위치하며 약 3,333ha 면적에서 김을 양식 생산하고 있다. 이 중 22개소가 황백화 현상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타는 속을 헤아리지 못하면 말이라도 아껴야 할 것 같아서 어업인들의 깊은 주름만 슬며시 바라봤다.

“예전에는 경매도 오랫동안 이어졌는데, 요즘은 잠시면 끝나버립니다. 그래서 서두르라 한 거 아입니까.”

 

진입기준을 과감히 철폐하다

▲ 물양장에서는 김 출하가 한창이다.

경매가 끝난 후 공 계장은 마을 이곳저곳을 돌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서천군 송석어촌계는 귀어귀촌인 5명 포함 185명의 계원으로 구성된 상당히 규모있는 어촌계다. 20여년 전, 마서면 마서어촌계로 유지됐던 면단위의 큰 단일어촌계가 장항공단이 생기고 보상문제 등으로 해체되면서 마을단위 4개의 어촌계로 분할, 재구성됐다. 그 중 하나가 송석어촌계라는 공 계장의 설명이다.

송석어촌계가 귀어귀촌에 대해 문을 열게 된 것은 본래 동네에 살던 마을 어촌계원이 도시로 떠났다가 김 양식이 활성화 되면서 다시 돌아온 경우가 많았는데, 이 사람들이 다시 고향에 정착하고 싶어도 진입기준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데 대한 안타까움에서 시작됐다.

매년 귀어를 희망하는 지원자가 5명 이상 있었지만 주택마련 비용도 만만치 않고, 어촌계 가입 전단계인 수협 가입을 위해서는 1년 이상 바다에 종사해야 한다는 영어사실 증명도 필요하다.

이에 송석어촌계는 1년 이상의 거주 조건과 수협조합원 우선 가입조건을 철폐하기로 결정하고 2016년 5월, 어촌계 정관을 개정해 가입 즉시 일반어촌계원과 동일한 지위를 부여했다. 또, 각종 회의참석 및 의결권을 부여하는 등 어촌계원과 동일 조건의 어업활동도 보장했다.

 

기존 거주민에겐 오히려 까다로운 가입조건 적용

대의원회는 주소지가 확실하며 실거주가 확인된 지원자는 당장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진입장벽을 풀어주는 게 옳다는 데 동의하고, 어촌계 준계원 자격을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지원자에 대해서는 대의원간담회를 통해 정착의욕 등을 파악한 후 총회에서 가입여부를 결정하는 투명성도 확보해나갔다. 하다못해 맨손어업을 통해 조개를 캐더라도 일단은 진입 기준을 완화시켜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는 것.

특이점은 비계원인 마을주민이 어촌계 가입을 희망할 때는 훨씬 까다로운 조건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는 어촌계에 가입할 기회를 두고도 주저한 데 대한 패널티로 볼 수도 있겠으나 어촌계의 정통성을 지키는 테두리에서 신규 귀어인에 대한 배려를 보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귀어인에 대한 어촌계의 따뜻한 배려가 느껴졌다.

그러나 처음 신규 귀어인에 대한 진입기준 완화 결정에 대해 기존 계원들의 반발이 거셌던 것도 사실이다. 공무철 계장은 신뢰로 정면승부 할 수 밖에 없다고 믿었다.

 

상호 신뢰 통한 수익 창출

▲어촌계 소속 트렉터, 썰물시 수확된 김을 배에서 물량장까지 운반한다.

“동죽이라는 조개가 있어요. 조개 중에서 제일 값이 싸고 흔하고 보잘 것 없는 조개로 취급받습니다. 2014년 9월에 어촌계장을 맡고, 동죽 출하를 관리하고 품질을 향상시켜 나갔지요. 한 가구당 하루 팔수 있는 양도 200kg으로 제한하면서 3년 동안 3개월만 채취하고 나머지는 보관해서 더욱 키웁니다. 이렇게 양식장을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출하하는 방식입니다. 동죽이 어장관리를 통해 완전히 컷을 때 전국 상인들에게 입찰했습니다. 기존 1kg당 800~900원이던 동죽이 2,370원이란 믿을 수 없는 가격을 받았지 뭡니까. 그해 한해 가구당 3,000만원 이상 소득이 났습니다.”

계원들에게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어촌계장과 리더들에 대한 신뢰는 더욱 쌓여갔고, 계원들 간의 화합도 좋아졌다.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신규 귀어인의 진입기준 완화 정책을 끊임없이 설득해 나갔다.

송석어촌계는 주축 연령대가 50~60대다. 김을 생산하면서 소득이 확보된 탓인지 특이하게도 다른 어촌에 비해 젊은 어촌계원들이 많다. 어촌계원들이 젊다는 것은 사고가 열려있다는 것이고, 그만큼 마을 발전에 추진력을 얻는 다는 것이다.

“귀어인은 주소를 옮기고 거주만하면 하루가 됐든 이틀이 됐든 준계원으로 가입 가능합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은 맨손어업, 어선어업 등 다른 어업은 다 돼도 김양식어업은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촌계에서 막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법률적 테두리에 묶여있는 것이지요. 어촌계에서는 가능하다면 이조차 풀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어장관리규약에 묶인 김양식은 10년 단위로 어장이 갱신되고, 허가가 떨어져야 김양식이 가능하다. 그런데 다행이 2019년에 어장갱신년도가 도래한다. 1년 6개월 정도만 지나면 귀어인이 김양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뻐하는 그다.

 

호사다마(好事多魔)

공계장은 말한다. “당장의 이득보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시간을 갖고 추진해 간다면 반드시 성공적인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혹시, 이토록 훌륭하게 어촌계를 운영해 오는 동안 어떤 어려움을 겪어 왔는지를 물었다.

“한가지 애로사항이 있었지요. 그동안 900원대 가격에 동죽조개를 살 수 있었던 인근 상인들이 어장관리를 하고 비싸서 수매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다 보니 어촌계에 민원을 제기해 왔을 때였습니다. 어업인들은 부딪히기 싫으니 빠져버리고 어촌계장만 일선에서 상인들과 맞서야 했지요. 상인들이 동죽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끝자리 10원 단위라도 절사해 달라고 요청해 왔습니다. 2,370원 이라면 70원이라도 깎아 달라는 것이지요. 보통 입찰에서도 10원 단위는 절사가 가능한 터라 그렇게 해줬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절사 금액에 대한 오해가 싹 트기 시작하더니 지역 언론사에 악의적으로 기사가 나기도 했습니다. 취재 시 충분한 설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는 악의적으로 보도됐습니다. 절사 금액은 십원 단위지만 워낙 양이 많았던 터라 전체량으로 따지면 적지 않은 금액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관점을 비뚤어지게 봐서 어촌계장이 상인들과 결탁했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니 피가 거꾸로 솟을 수밖에요. 증빙서류를 제출해 진실을 밝히고, 언론사에 오보 및 정정보도를 요구했습니다. 결국 정정보도가 나면서 오명은 씻을 수 있었습니다.”

 

송석 어촌계장의 임기는 4년, 중임이 가능하다. 지난 선거에서 공 계장이 받은 표는 61명 정계원 중 44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재임 의사를 묻는 질문에 “어촌계장일이 보기보다 쉽지 않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이라 선뜻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멋쩍게 웃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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