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양식’ 어디까지 왔나
‘명태양식’ 어디까지 왔나
  • 변인수 기자
  • 승인 2018.03.06 12: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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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폐사율 낮추는 것이 숙제

[현대해양 변인수 기자] 지난 2014년 2월 해양수산부가 “사라진 명태를 우리식탁에 올려놓겠다”는 야심찬 결의로 ‘명태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한지 만 4년이 지났다. 그동안 이 프로젝트는 자원회복 및 양식산업화의 양방향으로 추진돼 왔다. 

명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던 국민생선이다. 명태 프로젝트는 2019년부터 명태 양식을 시작해 2022년 명태 자원회복 및 대량양식생산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으로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속해 있다. 사라진 명태를 살리기 위한 종묘생산과 양식산업화를 통한 대량생산 기반구축 사례는 국내외적으로도 매우 드문 경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 2016년 9월 국립수산과학원은 인공부화시켜 기른 어미로부터 수정란을 확보해 명태완전양식 기술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국립수산과학원은 완전양식기술 개발을 토대로 민간에 수정란을 분양, 기술 이전을 통해 명태양식 산업화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명태 수정란

명태는 양식이 까다로운 어종 

현재,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는 지난 2016년 개발된 완전양식기술을 바탕으로 알에서 어미가 되기까지의 수정란생산, 난질개선연구, 최적사육환경, 사료개발, 품질향상을 통한 고부가가치화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연구소에서 보유한 명태어미는 지난 2015년 부화 한 1세대 180마리. 수정란 확보는 문제없지만, 민간 분양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명태 담당 변순규 박사에게 상황을 물어봤다. 

“명태 프로젝트는 자원조성 및 방류에서는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만, 양식 산업화에 있어서는 초기단계입니다. 완전양식기술까지는 왔지만, 여러 난제들이 있고, 대량생산을 위한 기술 안정화·고도화가 필효한 시점입니다. 또, 분양된 수정란을 생산할 민간 업체들은 명태의 판로를 확보하거나, 중층가두리시설 등이 마련돼야 수정란을 적극적으로 분양 받을 수 있는데, 시설이 갖춰진 곳도 드문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동해수산연구소 및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를 통해 명태 수정란을 분양받은 민간 양식업체는 단 3 곳이다. 

명태는 한해성 어종으로 넙치 등 온수성 어종에 비해 양식기술이 까다롭다. 육상에서 명태를 양식하기 위해서는 명태가 여름을 버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명태양식을 위해서는 수온을 4℃ 전후로 유지할 수 있는 냉각시설 또는 냉각수가 필요하다. 

▲수조에서 자라고 있는 명태 치어. ⓒ박종면

 

집단폐사 

실제로 지난해 수정란을 분양받아 부화에 성공한 민간업체에서는 명태 치어들이 여름을 넘기지 못하고 150만 마리가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업체 측은 “연구개발 시험단계에서 자구책을 강구하다가 벌어진 일”이라며, “수온을 조절하는 히터펌프를 가동하는 전기사용료에 대한 부담으로 사육수로 공급되는 물의 양을 줄여 나가는 과정, 야외 임시동에서 사육하던 명태 치어를 실내 수조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아 폐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해상중층가두리 시설을 꼽는다. 그러나 중층가두리는 시설비용만 한조에 5억 원 이상 들고, 가두리를 수중에 고정하는 장치 비용도 만만찮다. 또한 종묘생산 시설이 아닌 가두리에 입식하기 전 20cm 전 후까지 키울 수 있는 별도의 육상중간양성시설이 필요한 것도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동해수산연구소는 이번 달부터 국립수산과학원이 보유한 해상가두리 시설을 활용, 지난해 민간에 분양해 생육된 명태 20cm 내외, 5,000마리를 매입해 투입키로 했다. 투입된 명태는 가두리 양식에 관한 적용과 연구·실험용으로 사용될 계획이다. 

“해상가두리 적용실험은 양식 산업화의 준비단계라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마리수도 적고 소규모라 당장 경제성을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생존율·성장데이터 산출은 가능할 것입니다. 지난 2016년 우선 테스트한 사례가 있지만, 국가연구원 차원에서 여러해 동안 진행한 정확한 자료의 축적이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1년 동안 생존율이 60%이상 나오면 경제성이 있다고 보고, 2020년까지 가시적 시장성을 확보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변순규 박사의 설명이다.

넙치나 조피볼락, 전복처럼 국가나 지자체에서 방류대상 품목으로 지정해 매입 후, 방류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현재 명태는 방류대상품목에 지정되지 못했다. 명태에 관한 연구개발이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방류품목 지정에 관한 검증과 당장의 예산확보가 어렵다는 해양수산부의 해명이다. 일반적으로 처음 시작되는 신품종에 대해서는 민간이 자체적으로 생산을 하지 못하거나 양적 생산에 미흡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국가적 수산방류품종에 지정되어 민간차원에서 유상방류가 진행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명태양식의 난관 

프로젝트를 수행중인 과학자들은 유전적으로 세대가 반복될수록 열성화 되어 난질과 성장 등이 불량해 지기 때문에 자연산 어미 확보로 유전적 다양성을 항상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해양수산부는 동해 해역 어업인의 신고를 통해 살아있는 어미명태를 산란기에 얕은 수심으로 들어와서 정치망 이나 자망에 포획되는 기간인 1~4월 동안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자연산 어미명태 확보 외에도 명태양식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는 또 다른 난관이 존재한다. 바로, 초기 대량폐사로 인한 낮은 생존율이다. 

명태와 같은 한해성 어류는 온수성어류와는 다른 생태· 영양적 특징이 있다. 생태적으로는 4℃ 전후의 낮은 수온 에서 서식하고, 가장 추운 겨울철에 자·치어 시기를 극복한다. 명태와 같은 한해성 어류의 종묘생산을 위해서는 수정란부터 치어기까지 대량 폐사가 발생하는 원인과 대책 수립 이 매우 중요하다. 

넙치의 경우 100만개의 알에서 50만개 이상 종묘생산 이 가능한데 비해, 현재 명태의 생존율은 미미하다. 수정란 2,000만 마리가 투입되면 이중 종묘 생산량은 100만 마리 즉, 5%에 지나지 않는다. 이 또한 여름을 지나는 과정에서 대부분 생육 온도 문제로 폐사하게 되는데, 가을까지 가면 생존율은 1% 이하로 떨어진다. 

 

초기 대량폐사를 막아라 

▲ 눈과 뇌 등이 보이는 명태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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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는 지난 2016년부터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 주관(수산연구관리실 최재욱 실장) 하에 수산실용화 연구개발과제의 일환으로 ‘동해안 명태 종자생 산 및 방류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강릉원주대학교에서 어업회사법인 가비(주)(연구 소장 권오남)와 아쿠아시스(대표 이상철)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명태와 같은 한해성 어종의 인공양식에는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번식, 사료, 먹이개발 등에 역점을 두어 연구와 양적생산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에 발생하는 원인모를 폐사와 기포발생에 따른 대량폐사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종자생산 연구자들은 수정란 양을 다수 확보해 최종 생산되는 종자의 양을 극복해 왔다. 

권오남 박사는 명태 자어의 폐사 경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생존율은 꾸준히 낮아지는 게 아니라 부화 후 10~30일 사이에 급격히 떨어집니다. 1차 폐사는 아직까지 원인을 밝히지 못했지만 한해성 어류 특유의 영양요구와 동해안 해양환경, 특히 용존산소와 같은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일수도 있다고 판단되고, 2차 폐사는 대부분 체강 내 기포 발생이 주요 원인이라고 판단됩니다. 3·4차 폐사의 경우 먹이 전환 시 문제가 발생되지만, 지금은 알테미아와 같은 생먹이를 길게 공급함으로써 극복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1, 2차 초기 폐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부화 후 10일째 명태 자어

연구는 계속 된다 

“부화한 자어는 10일이 지나면 복강, 정확히 말하면 체강(부레와 내장 사이의 공간) 안에 가스가 차는데, 폐사원인이 부화수온에 따른 기포 생성에 의한 것이라면 적정수온을 찾아주는 게 답이죠. 예를 들어 부화의 적정수온은 7도 이상으로 맞춰주고, 가스가 차는 10일에서 30일 사이에는 11도 전후로 높여서 사육관리 했던 사례에서 발생빈도가 낮아지기도 했습니다. 히터펌프로 수온을 조정하는 경우 부화 시에는 10도 이하, 부화 후 10~30일 사이에는 10도 이상에서 사육해도 무방합니다. 또한, 부화 직전 사육수에 금속성 양이온(Cu+) 농도를 일시적으로 높여 해수성분보다 약간 높은 환경을 만들어 줌으로써 기포 발생이 억제되기도 했습니다. ”

아울러 권박사는 "그러나 모든 사례를 경험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구자들의 의견들이 모여야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고 덧붙였다.

권 박사팀은 동해의 용존산소가 서·남해에 비해 높다는 것에 착안, 용존산소 재현실험을 통해 10ppm이상 유지하는 초기 생존율 향상 재현실험도 진행 중이다. 

또, 영양강화제를 온수성어류와 다르게 투여해 생존율과 성장률 높일 수도 있다. 보통 넙치 양식에서는 영양학적으로 DHA만을 중요한 포인트로 판단하고 동물성 플랑크톤인 로티퍼나 알테미아를 공급하는데, 한해성 어류인 명태 뿐만 아니라 대구, 도루묵과 문어 유생의 경우에도 DHA외 에 EPA의 상당한 요구량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래서 수제 영양강화제에 EPA를 별도로 넣어서 EPA 함량을 높여주었더니 특히 성장률이 좋아졌던 실험사례도 있다. 

 

명태양식의 가능성 

명태양식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권 박사가 답했다. 

“넙치의 경우, 80년대 일본에서 기술 전수를 받을 때는 호르몬투여 등 다양한 방법이 강구됐습니다. 당시에도 초기생존율은 좋지 않았죠. 지금까지 30년 이상 지나면서 종자 생존율 자체가 50~70%까지 높아졌습니다. 명태는 강원도 명태 관련 각 연구기관에서 20~22개월째 500~700g 까지 실내에서 사육한 성장율을 보이기 때문에 넙치와 같은 보편적 양식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변순규 박사도 명태양식 가능성을 두고 이와같이 말했다.

“예부터 강원도 사람들은 명태를 회로 먹었습니다. 숙회나 회무침으로 개발 가능할 것입니다. 고등어회가 시장성을 가진 것처럼 명태 활어도 그 이상의 고부가가치화가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일본산 명태 선어 20kg짜리(얼음 포함, 약 15마리 전후)가 7~8만원에 위판되는 걸 보면 선어 혹은 활어에 대한 국내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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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호 2018-03-14 19:35:58
귀한 기사를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명태양식에 대해 자세히 알게되고, 향후 방향도 생각해보게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깊은 조사와 인터뷰를 통한 좋은기사를 많이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