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 왜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하나
수협은 왜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하나
  • 정만화 수협중앙회 상무
  • 승인 2018.03.0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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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정만화 수협중앙회 상무

[현대해양] 15개월간 20만 번의 눈깜빡임. 그리고 한 권의 책 <잠수복과 나비>.

프랑스인 장 도미니크 보비는 1995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유일한 소통수단이 된 왼쪽 눈꺼풀만으로 「잠수복과 나비」를 펴낸다. 죽음보다 더 깊은 절망일진대, 책은 일상에 대한 풍자와 유머로 가득하다. 몸은 비록 갑갑하고 답답한 잠수복 속에 갇힌 듯 했지만 그의 생각과 의지는 봄날 나비보다 더 자유롭고 희망적이었다. 그에겐 ‘운명의 벽’을 넘는 그 모든 가능만 있었을 뿐이었다. 

수협의 해외진출 역시 수많은 제약과 사고의 한계를 넘어 그 모든 가능만으로 ‘수협의 벽’을 넘어야 한다. 새로운 사업에 맞닥뜨리면 습관적으로 수많은 불가능성을 애써 찾아내며 현상유지에만 매달리는 조직과 업계는 반드시 몰락하고 말았다. 

 

선원교육센터 설립 1순위 

수협의 해외진출 기반은 이미 오래 전부터 착실히 준비되어 왔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윈윈(Win-Win)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시간과 인적교류이기 때문이다. 한국 수협은 2009년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수산위원회 의장국이 된데 이어 지금까지 10년간 그 지위를 유지하며 세계 어업인의 공동번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2011년에는 ‘세계 수협의 날’(6월 16일)을 제정해 전 세계에 한국 수협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지식공유프로그램(KSP)를 통해 저개발국 협동조합운동 지원과 인재양성 후원으로 회원국과의 협력을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인프라와 네트워크는 성공적인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이자 강력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해외진출의 우선순위 첫 번째는 해외 우수선원 확보를 위한 현지 ‘선원교육센터’ 설립이다. 국내 어선원 중 40% 이상을 외국인 이 차지하고 있으며(2016년 기준), 그 비율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어촌의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해 주는 것은 물론 선원의 질 또한 중요하다. 외국인 선원이 현지 송출업체를 통해 한국으로 입국하기 위해서는 1년 임금에 달하는 금액을 알선·송출비로 내야 한다고 한다. 우수한 기술과 신체적 조건을 가졌지만 자금 여력이 없는 사람은 지원조차 할 수 없다. 이렇게 큰 빚을 안고 입국한 선원은 더 좋은 보수를 제시하는 타 산업으로부터 경제적 유혹을 받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외국인 선원 이탈율은 30%에 달 한다고 한다. 

 ‘선원교육센터’를 설치하면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 선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현지 테스트를 통한 선발과 한국문화, 어구어법 등 사전교육으로 우수한 선원의 확보가 보장될 것이다. 이러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선원 수급 체계가 정립되면 고질적인 외국인선원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할 것으로 본다. 

 

해외 어분공장 확보 중요 

둘째, 국내 양식어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외 어분공장 확보이다. 지난해 양식어업 생산량은 연근해 어획량 97 만 톤의 2배가 넘는 216만 톤을 기록했다. 앞으로 생산량 의 차이는 더 커질 것인데 이는 세계적인 추세다. 이제는 양식어업의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고민해야 하는 때다. 이를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사료의 경제성과 안전성이 담보돼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점이 바로 사료의 핵심재료인 친환경 어분의 생산이다. 조피볼락의 경우 사료비가 전체 경영비의 56% 가량 차지한다. 사료비 비중을 대폭 줄이는 방법은 해외에서 생산된 양질의 어분을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사료공장에 공급하는 방법이 유일한 대안이다. 동남아시아와 러시아 극동수역 등 어획량이 많고 어가가 싼 곳에 어분공장을 지어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면 가격 경쟁력으로 수입수산물의 수요는 줄어들고 국내 양식수산물의 수출은 증가되어 양식어가의 소득증대를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국내어선의 해외 조업이다. 정부는 연근해의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해 ‘제2단계 감척 기본계획’을 준비 중이다. 올해 상반기 용역을 거쳐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예산의 한계로 어업현장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이 될지 의문이다. 특히 업종간, 지역간 얽혀있는 이해관계는 쉽게 풀릴 매듭이 아니다. 이에 대한 대안이 바로 포화상태인 국내 어선의 동남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 연안 어장 조업이다. 이는 자율적 감척 효과를 유발함과 동시에 자원조성관련 정부예산도 절감할 수 있으며 부수적으로는 국내 수산자원 증가로 수산업의 새로운 숨결이 튀 일 것이다. 

 

낯선 곳으로 그물을 던져라! 

수협의 해외시장 개척은 단순하고 갑작스런 사업다각화의 일환이 아니다. 바다환경의 변화와 인위적 파괴에 따른 연근해 어획량 급감, 신규유입 없는 어민의 고령화, 수산물 생산경비 상승 등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수산의 미래를 위해 잠수복을 벗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제 수협은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시선들이 독수리처럼 노려보고 있어도 반드시 알을 깨고 나와 새로운 세계를 만나야 한다. 어느 시인은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를 외쳤다. 

수협은 56년간의 반복으로부터 벗어나 해외진출이라는 ‘낯선 곳’으로 과감히 그물을 던져야 한다. 해외진출을 확 장과 혁신의 기회로 삼아 나비로 탄생해야 어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위대한 수협이 될 것이다.

PROFILE 정만화 수협중앙회 상무 

부경대학교 수산경영학과를 졸업, 1996년부터 수협중앙회에서 회장 비서실장, 연수원장, 감사실장, 상호금융부장, 기획관리부장, 조합감사실장, 수산경제연구원장, 중국위 해수협국제무역유한공사 대표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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