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 경제학
춘삼월 경제학
  • 이준후/시인, 산업은행 제주지점장
  • 승인 2011.03.1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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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랍과 아프리카 회교권 국가들에 소용돌이가 회오리치고 있습니다. 재스민혁명으로 불리는 튀니지의 시민혁명에서 촉발된 민주화운동이 이집트의 30년 1인 장기정권을 18일 만에 무너뜨렸습니다. 철옹성 같았던 리비아의 42년 독재정권에도 민주화시위가 몰아쳐 거의 내전상태라고 합니다. 인도와 중국에서도 분위기가 심상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북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성급한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두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천연자원 역설(natural resource paradox)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개발이론에 나오는 말인데요,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치고 역설적으로 잘살며 안정된 나라는 오히려 드물다는 것이지요. 실례로 중동이 그렇고 아프리카가 그러하며 러시아 주변국가가 그렇습니다. 경제개발과 발전에는 천연자원보다 인적자원이 더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경제뿐이겠습니까. 정치든 문화든 모든 면에서 잘 교육받은 인간의 힘, 인적자원이 가장 중요하지요. 아프리카는 별도로 하더라고 중동 국가들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보면서 천연자원의 역설이 새삼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치변혁이 왜 하필이면 봄, 꽃피는 춘삼월에 일어나는 것일까요. 이번 민주화 시위가 우발적인 것인 것이든 계획적인 것이든 봄에 발생한 것에는 어떤 특별한 심리가 작용한 것은 아닐까요. 무의식적, 심리적으로 그렇다고 하네요. 돌담에 속삭이는 듯한 봄 햇살은 실은 우리 인간의 간뇌를 자극하여 격정적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그 격정이 인간의 열정을 자극하고 열정은 혁명으로 드러나지 않았을까요. 그리하여 봄은 혁명의 계절이라 할 것입니다. 멀리 예를 찾을 것도 없이 동학농민혁명이 1894년 갑오년 3월에 일어났으며, 너무나 잘 알고 있는 3?1운동, 4?3사건, 5?16 등이 모두 봄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이다. 우연치고는 너무 기묘하지 않습니까. 4?19는 또 어떠한가요. 역시 3월에 있었던 선거부정에 봄의 격정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것 아닐까요. 자유는 공짜가 아니라는데 차라리 봄이 공짜가 아니라는 말이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봄날에는 모든 것이 뒤숭숭합니다. 바람도 그 불어오는 방향이 조석으로 달라집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풍향의 뒤바꿈이 생기는 것이지요. 지난겨울은 너무 추웠습니다. 모처럼 한강이 얼 정도였으니까요. 눈은 왜 그리 많이 왔는지요. 그 겨울이 가고 있습니다. 가는 계절은 마음이 후하다고 합니다. 겨울의 끝이니 겨울답지 않은 게지요. 한편 오는 봄은 아주 인색하다 합니다. 꽃샘추위를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봄은 봄인데 아직 봄 같지 않다는 얘기지요.

어쨌든 계절이 바뀌니 개인의 환경도 바뀌고 따라서 심리 또한 바뀌게 됩니다. 가정 내 입학과 입사가 있는 경우 본인이든 가족이든 새로운 생활과 바뀐 환경을 맞게 됩니다. 무릇 변화는 그 적응에 있어서 초기에 있어 긴장을 다그치게 됩니다. 그러다 이 긴장이 풀리기 시작하면 당연히 피로와 피곤이 찾아옵니다. 또 그 만큼의 기대와 갈등이 날줄과 씨줄로 얼키설키하니 늘어난 불확실만큼 우울하고 또 외롭기 마련입지요. 그리하여 날 풀리고 꽃 필 무렵의 심란함을 춘수(春愁)라 합니다.

오죽하면 오가는 방향 알 수 없어 농가에 피해를 주는 4월의 바람을 난풍이라 했겠습니까. 감정이입의 한 단면이라 하겠습니다. 서양에서도 ‘선거공약과 봄철 일기예보는 믿을 게 못 된다’라고 했다니 봄날의 마음 어지러움은 동서가 매한가지인 모양입니다.

이처럼 마음 심란한 봄날에 먼 곳이기는 하지만 민주화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바람이 우리에게는 좋은 구경거리이기만 할까요. 그게 아니니 탈입지요. 이 바람이 불고 있는 국가들이 산유국이다 보니 벌써 유가가 다락같이 오르고 있습니다. 1973년 중동전쟁으로 인한 1차 오일쇼크와 1979년 이란혁명에 의한 2차 오일쇼크, 2008년 유가상승으로 인한 3차 오일쇼크가 우리나라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를 크게 곤경에 빠뜨렸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 리비아를 비롯한 산유국 중동국가의 정치 불안으로 4차 오일쇼크가 예상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습니다. 심드렁하니 완상할 수 있는 강 건너 불이 아니라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발등의 불로 다가오고 있다는 말과 진배없습니다.

북경의 나비 한 마리 날갯짓이 반대편 지구인 뉴욕에 태풍을 만든다는 나비효과는 자연현상에서만 유효한 게 아니겠습니다. 세계화와 정보화가 전 지구적으로 진행된 오늘날, 이 봄날의 춘수(春愁)는 깊어만 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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