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의 숨은 가치 찾기, 국가중요어업유산
어촌의 숨은 가치 찾기, 국가중요어업유산
  • 김학기 해양수산부 어촌어항과장
  • 승인 2018.03.0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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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 지역경제 활성화와 전통의 보존, 두 마리 토끼 잡기
김학기 해양수산부 어촌어항과장

[현대해양] 최근 우리 어촌은 고령화, 과소화 현상의 심화 등을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어가인구는 1980년 72만5,000명에서 2016년 말 기준 12만5,700명으로 82.6%가 감소했다. 어촌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 뿐 만 아니라 2인 가구 비율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고 60세 이상 고령 인구가 46.3%나 되는 등 어촌 공동체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와같은 어촌 노동인구의 건강성이 나빠지는 것 이외에 또 다른 문제는 어촌에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지식의 멸실이다. 그중에서도 어업과 관련된 유산은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급격히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다.

그동안 소득증대에 어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점을 맞추다 보니 어촌이 보유하고 있는 정서나 문화, 지식체계의 보존에는 상대적으로 등한시 한 것이 사실이다.

한편 최근 어촌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6차산업화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 단순히 수산물 생산, 즉 1차산업에 집중하던 것으로 이제는 2차 가공, 3차 유통, 관광 등과 연계시켜 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더 높이자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어업유산 보전에 대한 가치도 재조명되고 있다. 어촌지역의 산업의 근간인 어업이, 단순한 생산을 넘어 전통적으로 어촌공동체가 보존해온 정신이나 지식, 문화 등이 유산으로 가치가 인정되는 즉, 수산업과 어촌의 다원적 가치가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이다. 이것은 또 지역브랜드화로, 관광자원화로 이어지면서 어촌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어업유산 보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4년부터 국가중요어업유산제도(KIFHS; Korea Important Fisheries Heritage System)를 신설해 국가어업유산을 지정·관리하고 있다.

이 제도의 근거는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 별법」제30조의3(국가중요어업유산의 보전·활용)로 지속적으로 어촌의 유·무형 자원을 발굴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관리함으로써 어촌방문객 증대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된 어업중에서 세계적으로 그 보전 가치를 알려도 손색이 없는 국가중요어업 유산에 대해서는 세계중요농업유산(FAO GIAHS) 등재를 추진하기로 하고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5년부터 ‘제주 해녀어업’을 제1호로 시작해 제2호 ‘보성 뻘배어업’, 제3호 ‘남해 죽방렴 어업’, 지난 2016년 제4호 ‘신안 갯벌 천일염업’, 2017년 제5호 ‘완도 지주식 김 양식어업’까지 지정했으며, 앞으로 도 매년 2∼3개씩 늘여간다는 방침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국가중요어업유산의 개념과 지정절차·현황에 대해서 설명하고 어업유산의 세계적 중요성 및 앞으로의 정책방향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제주 해녀어업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 현황

국가중요어업유산은 현재 총 5개가 지정돼 있으며, 그 중 제1호는 ‘제주 해녀어업’이다.

지난 2015년 12월에 제주도 전역의 1만4,346ha가 대상 지역으로 한 ‘제주 해녀어업’은 장치 없이 맨몸으로 잠수해 전복, 소라, 미역 등 해산물을 직업적으로 채취하는 전통 적 어업방식으로 불턱, 해신당 등 세계적으로 희귀하고 독특한 문화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특히나, 현재 ‘제주 해녀어업’은 이러한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리고자 해양수산부에서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위해 준비 중에 있다.

지난 2015년, 제2호로 지정된 ‘보성 뻘배어업’은 전남 보성군 벌교읍 장암리 일대의 35㎢가 어업유산 대상지역이다. 뻘배는 밟으면 매우 깊게 빠지는 아주 미세한 벌교읍의 갯벌 진흙 특성 때문에 만들어진 유일한 어업활동 이동 수단이다. ‘보성 뻘배어업’은 이 뻘배를 타고 갯벌에 나가 꼬막 채취를 하는 어업이다.

제3호는 ‘ 남해 죽방렴어업’으로 지난 2015년 12월에 지정됐으며, 경남 남해군 삼동·창선면 지족해엽 일원의 537.2ha의 지역에 죽방렴 23개소가 대상지역으로 인정됐 다. ‘남해 죽방렴어업’은 삼국시대 이래 현재까지 어업인 생계수단으로써 자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반도 유일의 함정어구를 사용한 어로방식으로,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대표적인 전통적 어업시스템이다.

제4호는 ‘신안 갯벌 천일염업’으로 지난 2016년 10월 전남 신안군 천일염전 일대의 29.7㎢가 그 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신안군의 갯벌 천일염업은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 들여 전통 기술과 노하우를 이용해 바람과 햇볕으로 수분만 증발시켜 소금을 생산하는 전통어업활동시스템을 보여준다.

제5호는 지난해 12월에 지정된 ‘완도 지주식 김 양식어 업’으로 전남 완도군 고금면 청용리, 가교리, 봉명리 일대의 지주식 김 양식장(358ha)이 그 대상지역이다. ‘완도 지주 식 김 양식어업’은 얕은 수심과 큰 조수간만의 차 등 양식 어장의 특성을 이용해 김을 자연 햇볕에 일정시간 노출을 반복하면서 생산하는 친환경적·전통적 김 양식어업이다.

▲ 보성 뻘배어업

국가중요어업유산 관리 현황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된 이후에는 해당 지방자치 단체는 선정된 어업유산의 자원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지정된 다음 해부터 3년간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어촌 활성화를 위한 관리 계획을 실행하게 된다.

또한, 지정된 어업유산 중에서 세계적으로 보전·관리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은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서 등재를 추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해양수산부는 지정된 국가중요어업유산을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국가중요어업유산제도의 도입과 함께 B.I 를 제작해 활용하고 있으며 TV방송 안내, 지하철, KTX 홍 보영상 송출, 어업유산 체험 이벤트 진행 등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해양수산부는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호인 ‘제주 해녀어업’을 세계적으로 보전·관리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서 등재를 준비 중에 있다. 이 ‘해 녀어업시스템’은 세계중요농업유산에서 지향하고 있는 ‘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와 부합하는 유산이며, 친환경적 전 통 어업 방식(나잠)을 통해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불턱(해녀들이 모여 쉬는 장소), 해녀회, 마을어장 등과 같은 ‘해녀 공동체 문화’가 하나의 시스템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지난 2014년부터 한·중·일을 돌아가며 실시 하고 있는 동북아농업유산학회(ERAHS; East Asia Research Association for Agricultural Heritage System)에 참석해 국가중요어업유산을 소개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중국 소주(小州)에서 개최되는 제4회 대회에서는 해양수산부, 제주도, 해녀 전문가 등 어업분야 관계자들이 참석해 ‘해녀어업시스템’에 대한 가치 발표로 그 중요성을 알렸고, 국가중요어업유산 포스터 전시하기도 하였다.

이와함께 지난 2013년에 설립된 한국농어촌유산학회에 서도 어업유산제도나 어업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은 그동안 농업시스템 위주의 유산 등재가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2015년 일본의 ‘나가라강의 은어잡이 시스템’과 2017년 중국의 ‘절강 후저우시 뽕나무 잠업·양어 생태 순 환 시스템’과 같은 어업유산의 등재 사례가 있다.

특히 중국 사례의 경우, 약 4,000ha의 뽕나무 밭과 1만ha 의 양어장에 수로 관개 및 하수 시설을 통해 뽕나무와 누에를 키우고, 누에의 배설물은 양어장 사료로 사용하며 양어장의 폐기물(조개껍데기)은 뽕나무의 거름으로 다시 이용 돼 오염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자원 활용 구조로서 ‘선순 환 생태 농어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는 현재 FAO의 세 계중요농업유산이 계속해서 강조하는 ‘지속가능한 개발’ 의 구체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신안 갯벌 천일염업

문화유산과 어업유산의 차이

어업유산에 대해 설명했지만, 사실 일반 사람들에게는 문화유산이 더 익숙하다. 먼저 문화유산의 경우, 전 세대가 남 겨준 사물과 문화로서 가치를 ‘보존’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며 존재하고 있는 그대로를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어업유산의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는 어업과 그로 인해 형성된 문화를 진화·발전시켜 활용하면서 후세에 전승하는 ‘보전’의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어업 유산은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유산으로서 ‘살아있는 유산’이라고 칭할 수 있다.

앞서 보았듯이 현재 전 세계는 사라져가는 농어업유산의 가치를 인정하고 보전하고자 하는 노력에 대해 공감하고 적극 대응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 등 체계적 관리를 통해 농어업유산의 보전·활용이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의 가치를 높이자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업유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수산 업계와 어촌에는 확산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실제 현장에 종사하고 있는 어업인들은 이런 제도가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물론, 이 제도를 빠르게 이해하고 적용한 지방자치단체는 자체적으로 어업 유산 관련 연구사업을 펼치는 등 발빠른 대처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정부는 어업유산의 중요성과 필요성 인식 확산을 위해 적극적인 홍보를 추진할 계획이다.

관계자 워크숍이나 업무매뉴얼 제작 등을 통해 지방자치 단체나 어업인들의 이해도를 증진시키고, 동영상 제작 및 이벤트 진행, 박람회에서의 홍보 등을 통해 일반 국민들의 관심도를 끌어올 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현재 국가중요어업유산제도에 대한 아쉬운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업유산보다 앞서 시행된 세계중요농업유산 제도나 국가중요농업유산제도의 기준을 준용했기 때문에 실제 어업현장에서 적용하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고, 국내 어업 자원에 대한 현황이나 실태 파악도 필요한 실정이다.

평가 및 관리 체계 단위도 국가 중심으로 돼있는 현 체계를 시·군이나 광역시·도 등으로 구분해 관리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우리나라 국가중요어업유산제도를 통해 보전 가치가 있는 어업 시스템을 지켜 후대에 전승하고, 가치를 창출해 어촌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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