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중요농업유산과 어업유산
세계중요농업유산과 어업유산
  • 윤원근 협성대 교수, 동아시아농업유산협의회 한국 회
  • 승인 2018.03.0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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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세계중요농업유산 만들어내야
▲ 윤원근 협성대 교수, 동아시아농업유산협의회 한국 회장

[현대해양]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2002년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과 구분되는 세계중요농업유산제도(GIAHS)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전통적 농업활동과 관련된 생물다양성이 잘 유지되고 있는 토지이용체계와 경관 보전을 목적으로 한다. 

세계중요농업유산에서 농업유산의 의미는 협의의 농업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농업, 어업, 임업, 축산 등을 포함하는 광의의 의미로 사용된다. 중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도 농업유산은 어업유산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적으로 농업유산제도와 어업유산제도가 분리돼 있다. 왜냐하면 지난 2012년 당시의 농림수산부가 국가중요농어업유산제도를 도입한 바 있으나, 2014년 해양수산부가 분리·독립됨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는 국가중요농업유산제도(NIAHS)와 해양수산부가 관리하는 국가중요어업유산제도(NIAHS)로 이원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에는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개발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국가중요농업 및 어업유산을 분리하고 지원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했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는 농업유산과 어업유산이 분리돼 있으나 FAO가 관리 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에서는 어업유산이 농업유산이라는 단어 속에 포함돼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가중요어업유산이 세계로 나아갈 때에는 세계중요농업 유산으로 등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올해 2월 현재 9개의 국가중요농업유산, 5개의 국가중요어업유산을 부처별로 지정하고 있다. 그 중에서 국가중요농업유산지역인 청산도 구들장 논(2014), 제주도 밭담(2014) 및 하동 전통차밭(2017) 등 3개 지역이 세계중요농업유산지역(GIAHS)으로 등재됐다. 

 

어업유산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사례 

GIAHS는 2017년 12월 현재 19개국, 45개 지역에 분포 하고 있다. FAO가 2005년 중국 벼-물고기 농법을 GIAHS로 지정한 이래, 2013년에는 25개 지역, 2017년에는 45개 지역으로 늘리고 있다. 최근 매년 5개정도씩 지정되고 있다. 2013년 일본 노토선언(Noto Communique)에서 향후 GIAHS를 적극적으로 지정해, 세계 식량안보와 경제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나라별 분포를 살펴보면, 중국이 13개, 일본이 9개 지역을 보유하고 있다. GIAHS의 대표적인 나라이다. 한국과 인디아가 각각 3개 지역을 등재해 중국, 일본 다음으로 많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로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지정돼 왔으나, 최근에는 유럽, 아프리카 등지로 등재 사이트가 다양해지는 흐름을 보인다. 

GIAHS 지역이 어업유산의 내용을 얼마나 포함하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아래 표와 같다. GIAHS 사잍 명칭에서 바다, 어업, 물고기 등의 용어가 포함된 유산의 사례는 많지 않다. 보유국가인 중국과 일본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업유산 단독으로 세계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사례는 일본 기후(Gifu)현 나가라 강(Nagara River) 은어 시스템 (Ayu of the Nagara River System)이 대표적이다. 기후 현 의 4개 도시를 통과하는 긴 강인 나가라 강에 살고 있는 은어의 지속적인 서식환경 조성과 가마우지를 이용한 전통 적인 은어 잡이 등을 내용으로 하는 독특한 유산이다. 

이 외에는 중국의 경우, 벼를 경작하면서 물고기를 같이 키우는 벼-물고기 농법, 벼-물고기-오리 농업 등이 있다. 일본 쿠니사키 반도의 경우, 참나무 숲이 있는 산지와 그 아래의 1,200여개의 작은 연못을 활용하면서, 농지시스템과 연계 시키는 농업, 임업과 어업이 종합화된 유산지역이 있다. 일 본의 노토반도는 농경지, 산림 및 바다를 포함하는 개념인 마을 산 마을 바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里山里海).

▲ 지난해 7월 12일 중국 소주에서 열린 동북아농업유산학회(ERAHS) 기념사진

이와 같이, GIAHS에 포함된 어업유산은 등재사례가 소수이고, 농업이나 산림 등과 함께 복합유산의 개념으로 등재되고 있으며, 어업유산 단독으로 등재시킨 사례는 일본 기후 현 1개 지역이 있다. 따라서 어업유산 단독의 GIAHS 등재 시도는 희소성이라는 측면에서 등재 가능성이 높고, 숨어있는 많은 어업유산이 발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 다. 

다른 한편으로는 농업, 임업 및 어업 유산을 복합하여 GIAHS로 등재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향후 우 리나라 어업유산을 GIAHS로 등재신청을 할 경우, 농업이 나 어업으로 분리하여 등재시키는 방안도 있겠으나, 농림어업복합형의 매우 다양한 유형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절차 

어업유산을 GIAHS로 등재시키기 위해서는 등재절차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첫째, 해수부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GIAHS로 신청하기 위해서는 우선 어업유산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돼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해수부는 국가중요어업유산 중에서 GIAHS로 등재 가능성이 높은 유산을 합리적으로 선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국 가중요어업유산 선정기준과는 다른 별도의 GIAHS 신청을 위한 선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지방자치단체는 GIAHS 등재를 위한 제안서를 작 성하고 해수부를 통해서 GIAHS 사무국에 제출한다. 제안 서의 작성은 FAO가 요구하는 양식에 따라야 한다. 따라서 제출 양식과 관련 내용 서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 다. 

셋째, GIAHS 사무국은 국가별 제안서를 GIAHS 과학자 문기구인 SAG(Scientific Advisory Group)로 넘긴다. SAG 는 대륙별, 전문분야별로 위촉된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GIAHS 심의와 지정과정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SAG 심사는 제안서 심사와 현장심사(Field Survey)로 나눶닌다. 제안서 심사 후 현장 심사 여부를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제안서 심사 과정에서 수정 또는 보완이 이뤄진다. 지난해 연말 등재 된 하동군 전통 차밭의 경우에도 제안서 심사 후 수정 및 추가내용 보완에 대한 요구를 받았다. 현장 심사 후에도 수정 요구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장심사에는 Sag 위원 1명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넷째, 제안서 및 현장심사가 끝나면, GIAHS로 등재 (Designation), 또는 다시 수정 또는 보완(More Information)을 요구한다. 제안서 내용이 미흡하거나 현장 심사에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기각(Declination)될 수 있다. 

▲ 등재 준비와 심의 절차

세계중요농업유산 선정기준과 지향가치 

전술한 바와 같이, 어업유산을 GIAHS로 등재시키기 위 해서는 절차를 준수해야 하고, 나아가서는 제안서의 핵심 내용을 체계적, 논리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제안서는 GIAHS 선정 기준인 5가지 기준을 충족해 야 한다. GIAHS로 신청하는 농업유산은 식량 및 생계유지 (Food & Livelihood Security), 농업생물다양성(Agro-biodiversity), 지방전통지식체계(Local & Traditional Knowledge System), 문화·가치체계 및 사회조직(Culture, Value Systems & Social Organizations), 경관(Landscapes Features)이라는 가치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둘째, 유산의 수준이 세계적이어야 한다. 유산은 세계적 (Global), 국가적(National), 지방적(Local)인 수준으로 나 눠질 수 있다. 세계적이란 이미 지정된 GIAHS와 동등한 수준이어야 하며, 나름대로의 차별성과 정체성을 보여줘야 한 다. GIAHS로 지정해 보전하고 전승할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셋째, 제안서는 유산의 보전과 활용을 위한 동태적인 시 행계획(Dynamic Action Plan)을 담아야 한다. 유산의 고유 성, 차별성 및 정체성이 유지되고 보완될 수 있는 현실적인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 유산의 복원 및 가치 확장을 통해 결과적으로 지속 가능 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유산지역 범위설정과 제안서 작성은 시스템적인 접근(System Approach)에 기초해야 한다. 예를 들면, 농촌마 을은 마을 산, 취락, 주변 농경지, 물길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마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 개별 공간요소를 분리하여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요소를 전체적으로 통합해 접 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농업유산에 대한 접근은 유산지역만을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유산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공간요소를 찾아내어 상호관계를 밝히고 통합적으로 서술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FAO 요구 내용 이해해야

어업유산을 GIAHS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FAO가 요구하는 기준, 절차 및 내용을 이해하고 준수해야 한다. 나아가서 는 GIAHS 등재와 관련된 최신의 정보와 흐름을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실제로 GIAHS 등재를 누가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유산을 판단하는 기준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에 유산발굴과 제안서 작성과정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참여가 필수적이다. 

유산의 지정과 관리는 유산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이해관계와 얽혀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부처 관련 공무원의 관심과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농업유산지역에 대한 보전계획수립, 사업시행, 모니터링과 평가 등의 다양한 업무를 지원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 조직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분야의 조직을 효과적으로 작동시키고 협력하게 할 수 있는 추진체계의 구 축이 필요하다. 

한편, 유산관련 부처 간의 협의도 필수적이다. 농식품부 와 해수부가 매년 협의를 통해 어떤 유산을 GIAHS로 신청 할 것인지 또는 농림어업복합형 유산으로 제출할 것인지 등 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유산발굴과 선정을 위한 통합위원회 구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추진체계의 구축과 부처 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어업유산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시키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볼 때가 됐다.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시각으로 어업유산을 발굴해 어업유산 단독, 또는 농업유산과 연계를 통해 다른 나라와 는 차별화된 한국적이고 세계적인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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