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기 한국선급 회장 “KR, 디지털 선급으로 거듭날 것”
이정기 한국선급 회장 “KR, 디지털 선급으로 거듭날 것”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8.02.27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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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선급협회’ 의장으로서 국제적 위상 제고

▲ 이정기 한국선급 회장. ⓒ박종면

[현대해양 최정훈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선박검사기관인 한국선급(KR)은 장기적인 해운·조선불황과 프랑스선급 개방, 한국선급 공직유관단체 지정 등 새로 도입된 제도로 인해 녹록치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경영을 이어왔다.

이러한 난항 속에 KR은 적자가 예상되던 지난해에도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정기 한국선급 회장은 “결코 안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회장은 치열해진 국제 선급시장에서 신사업을 발굴하고 KR을 선도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박범식 전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인해 지난 2016년 12월 임시총회를 통해 제23대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1987년부터 30년 넘게 선급에서 활약한 베테랑이다. 온화한 성격으로 직원들과도 잘 어울려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KR은 항만국통제(PSC, 해당 항만에 입항 선박에 대한 안전·해양오염 관련 이상유무 점검)의 Tokyo MOU, Paris MOU에서 최고 수준의 실적(High Performance)을 달성했고, 특히 까다롭기 유명한 미국 USCG의 경우 지난해 출항정지 사유가 한 건도 없어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또한 세계 최초 드론 활용 원격선박검사 시행, 선박사이버보안 지침 개발, 한국형 이네비게이션(e-Navigation) 개발 등 미래기술 대응을 위한 지속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더불어 LNG 연료추진 선박 기술, LNG 벙커링 관련 인프라 구축 및 안전기준을 개발하고 현재 부상하고 있는 한국형 LNG 화물창 KC-1 기술개발에 동참해 친환경 선박 추세에 부합하는 실적을 남겨왔다.

KR은 지난해 고객맞춤형 서비스 확대의 일환으로 수검 안내시스템을 개발했고 각종 기술세미나를 개최했다. 또한 프랑스, 태국, 페로제도, 방글라데시 등 총 78개국 정부대행검사권을 새로이 수임해 꾸준히 해외시장을 확장해가고 있다.

올해도 여러 가지 장애요소로 순조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KR은 지난해 수입 1,222 원, 등록톤수 6,824만 톤에 비해 상향 조정된 수입 1,240억 원, 등록톤수 7,200만 톤으로 사업목표를 설정했다.

KR은 오는 7월부터 국제선급협회(IACS) 의장선급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KR은 △미래 기술경쟁력 강화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글로벌경영기반 강화 등의 대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해양>은 취임 이후 첫 공식 인터뷰를 가진 이 회장으로부터 KR이 가야할 방향에 대해 들었다.

 

KR은 미래 선급시장 환경 대응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장기적인 해운·조선불황으로 녹록치 않은 시장환경과 스마트선박 및 IT기술 개발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선급 또한 해운·조선에 적용될 IT기술에 대비해야 하고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선급 비즈니스를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다행인 것은 한국은 IT강국입니다. 실제로 한국선급의 KR-CON을 출시했습니다. 지난 2014년 4월에 12차 버전을 출시하면서 세계 최초로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시작해 이용자가 손쉽게 모바일로 최신 협약내용을 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KR-CON 이용자는 협약 규정과 연관된 사진, 도해, 영상도 제공받을 수 있어 복잡한 IMO협약 내용을 간편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타 선급도 KR-CON 같은 소프트웨어가 있지만 KR-CON 기능을 능가하지 못합니다. 타 선급에도 존재하는 Scantling 모형시험 프로그램 또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 편리성에 있어서는 우리가 앞서 있다고 확신합니다.

우리 KR은 고 박범식 회장 시절 ICT센터를 만들어 해운·조선에 미칠 IT 및 스마트선박에 관심을 가지고 KR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려고 다양한 연구개발을 추진했습니다. 우리 한국선급은 자율운항선박 실용화를 위한 관련 제반 규정을 개발하고 해사데이터 표준 개발, 사이버 보안기술 서비스 업무를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특히, IT기술에 선박 의존성 증가에 따라 사이버위협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머스크라인(Mearsk Line)은 랜섬웨어 바이러스와 물류시스템에 해킹을 당하는 사고로 수천 억 원 손해를 입었습니다. KR은 날로 커져가는 사이버 위협에 국내외 고객들의 선박의 안전을 위해 선박사이버보안 관련 기술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사이버 보안팀을 조직해 선박 GPS, 전자해도 해킹·이용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KR은 올해 2월 영국 글래스코에 위치한 송가선박관리업체(Songa Ship Management)의 최근 자사 관리선박 32척에 대한 선박 사이버보안 기술서비스 제공하고 관련업무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노르웨이 연안을 운항중인 자율운항선박 노르웨이 벌크야마, Google과 손잡고 자율운항선발 경쟁에 돌입한 롤스로이스마린(Rolls Royce Marine) 같은 사례에서 보듯이 많은 IT기술들이 해운·조선 산업에 접목되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선급도 혁신적인 트렌드에 대비하기 위해 미래기술들에 대한 규칙 개발 및 기술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 이정기 KR 회장은 올해 세계선급협회(IACS) 의장을 맡는 KR이 국내 해사산업계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고 한국선급의 위상을 높이는데 노력하겠다고 힘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두 번째는 시장확대입니다. 한진해운 파산 여파와 조선3사의 경영부진의 분위기 속에 등록선 증가율이 정체됐습니다. 선급을 한층 더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볼륨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국내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국내 조선·해양산업이 비약적으로 커지고 침체기를 넘어 획기적으로 반등하지 않는 이상 선급시장 현실이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해외선대를 유치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국제선급으로서 위치를 위협받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해외시장 선점에 많은 투자를 할 것입니다. 현재 직원을 파견해 다소 유연한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선점한 타 선급들로 인해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해 국내 행사는 없었지만 국외에서는 박람회 개최와 선사 방문 등을 통해 해외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을 펼쳤습니다. 영업 효과가 당장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적극적인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을 펼쳐 KR서비스를 널리 알리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세 번째는 수익 다각화입니다. 침체기에도 괜찮은 수익을 내는 해운·조선기자재업체는 육상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납품하는 곳입니다. KR도 수익구조 다변화 전략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산업의 성숙기인 현시대에는 각 산업마다 검사기관이 각각 존재하고 진입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한국선급은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네 번째는 정부대행검사권 숫자를 늘리기 위한 지사 해외 확장을 지양할 것입니다. 정부대행검사권을 취득하는 요건 중 하나가 자국 내 사무실을 개소해야 한다는 것인데, 수요 없이 오직 정부대행검사권을 유지하려는 목적만의 수임을 과감히 배제할 것입니다.

 

지난해 KR이 독점했던 정부대행검사권이 프랑스선급(BV)에 개방된 이후 손실은 없었나?

BV가 지난해 개방된 이후 현재까지 BV로 이전한 고객은 없는 것으로 나타나 크게 동요한 선사들이 없다고 보여집니다. BV 한국지사 또한 본사로부터 영업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BV 대표가 한국에 와서 주요선사들을 방문하는 등 한국시장 공략을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경쟁은 지양하고 서로 경쟁력 있는 서비스 제공, 기술력 개발, 협조로 성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 이정기 KR 회장은 임기동안 최우선 목표는 선급의 ‘디지털화’ 라고 밝혔다.

KR의 회원제는 계속 이어나갈 계획인가?

KR 회원들은 KR의 최고 의결기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회원제 유지는 좋은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도입 당시보다 회원이 많아져 회원 임기를 3년으로 하고 연임 규정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3년 임기가 끝나면 다시 할 수 있습니다.

또한 50대 50의 비율로 해양산업분야와 비해양산업분야 회원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만약 해운업계회원이 많으면 해운업에 유리하게 안건이 추진될 수 있으므로 합의된 규칙 내에서 회원제를 유지해 나가고 있습니다.

고객 중 자선을 모두 한국선급에만 등록한 곳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일본에 진출하도록 발판이 돼 주신 분들도 있습니다. 회원 중에는 KR에 기여를 해주신 분들이 많고, 앞으로도 기여를 해주실 분들이 있기에 회원제 유지를 원칙으로 합니다.

 

곧 국제선급협회(IACS)의 의장선급이 될텐데 어떤 것에 역점을 두려하나?

전세계 선복량의 95%의 안전을 관리하는 IACS 의장은 세계 조선·해운 관련 업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래서 상호 신뢰를 쌓아 국제적으로 선박검사분야의 리더십을 지켜나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급이 검사를 하는데 선박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정부와 업계가 높은 수준의 안전규정을 요구하든 선급을 이용하지 않든 할 것입니다.

유럽에서 올해 의장직을 하는 우리 KR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부분 해운업계 오피니언 리더가 런던에 있어 그 사람들의 니즈를 어떻게 충족해 나갈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고 임할 것입니다.

올해 IACS 의장을 맡는 우리 KR은 4차산업 기술개발 및 국제 환경규제 등에 관한 신속한 정보 전달, 국내 산업계 의견 개진 역할을 하는 창구가 되겠습니다. 특히, 지난 의장선급인 DNV가 처음 사용한 디지털화라는 개념을 기술적·정책적 요소까지 세부적으로 재정립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국내 해사산업계 국제경쟁력과 한국선급의 위상을 높이는데 노력하겠습니다.

Profile 이정기 한국선급 회장

이정기 회장은 경남고를 거쳐 부산대학교 조선공학과를 졸업했다. 대한조선공사 품질관리실과 대우조선해양 품질기획부를 거쳐 1987년 한국선급에 입사했다. 이 회장은 여수지부장, 등록선업무팀, 통영지부장, 울산지부장 등을 역임하고,검사본부와 정부대행검사본부장을 지냈다. 지난 2016년 12월 임시총회를 통해 제23대 한국선급 회장에 선출됐다. 임기는 2019년 12월까지 3년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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