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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과 세월호 진실…해양수산부 시계는 30년 전을 가리키고 있었다<기자수첩>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8.02.18 21:33
  • 호수 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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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27일 해양수산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연영진 당시 세월호 인양추진단장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의 세월호 인양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그 옆으로 윤학배 당시 해수부 차관과 김영석 장관이 보인다(사진 왼쪽부터).

[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지난해 12월에 개봉해 7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영화 <1987>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저 유명한 해명 뒤에 숨은 음모, 그리고 그 뒤에 가려질 뻔했던 꽃다운 대학생의 한스러운 죽음. 그 진상이 낱낱이 드러날 수 있었던 것은 시신을 즉시 화장해 증거를 없애고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대공수사처의 음모를 막은 극중 최 검사(하정우 분)의 공이 컸다. 또 언론통제가 심했던 군사정권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진실을 적극 파헤친 기자들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다.

<1987>에서 경찰은 청년의 사인(死因)을 단순 쇼크사로 발표했지만 극중 윤 기자(이희준 역)는 ‘받아쓰기’를 거부하고 ‘물고문에 의한 질식사’임을 끝내 밝혀냈다. 검사와 기자, 이들이 없었다면 1987년의 민주화운동은 불붙지 못했을 것이고, 지난해 3월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적 촛불시위만으로 부적절한 대통령을 탄핵할 생각은 꿈에서조차 못했을 것이다.

<1987>에서 남영동 대공분실은 반(反)인권, 반(反)민주화의 상징이자 세계의 흐름을 거스르는 독재정권의 상징으로 나온다. 20세기에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이 예견되는 21세기에도 반인권, 반민주 행위가 자행돼 지탄받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해양수산부 산하 준정부기관에서 말이다.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직원 불법사찰

해수부 김영석 전 장관과 윤학배 전 차관이 지난 1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조위)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장·차관이 동시에 구속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며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 이들은 해수부 직원들과 세월호 특조위 파견 공무원들에게 ‘특조위 내부 상황과 활동동향’ 등을 보고하도록 지시하고 특조위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해 시행토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 또 있다. 해수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에서 직원 불법사찰이 자행됐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정직처분을 받은 KIMST 조합원의 부당징계구제신청 사건에서 사측(KIMST)이 9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드러났다. 답변서에 무단 촬영된 사진, 메신저 내용이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이런 불법이 드러났음에도 당시 연영진 KIMST 원장은 사건에 연루된 이를 징계하겠다는 약속을 깨고 연루자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으로 파견하는 식으로 사실상 영전해 노조의 반발을 샀다.

연영진 원장은 2015~2016년 해수부 해양정책실장으로 있으면서 세월호 인양추진단장을 맡아 세월호 인양업체로 중국 상하이샐비지를 선정하는데 관여했다. 세월호 특조위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해피아(해수부+마피아) 논란이 있었지만 당시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그를 지난해 4월 18일자로 임기 3년의 KIMST 원장에 임명했던 것이다.
 

세월호조사 방해 논란 연영진 KIMST 원장 사임

그런 그가 지난해 말 취임 8개월여 만에 돌연 사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KIMST 주변에서는 해수부 재직 때 세월호 특조위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그는 지난 정부 청와대에서 특조위의 ‘박근혜 7시간 조사’를 막으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짐에 따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 의해 형사고발된 13명 중 한 명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그는 KIMST 원장 재직 중에도 외부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해피아 논란을 의식한 듯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과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합법적인 기구인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혐의가 있는 장·차관, 1급 공무원 등 해수부 전·현직 간부들의 반민주적 반인권적 행위는 <1987> 대공수사처의 악랄한 민주화운동 탄압 공작과 다르다 할 수 없다.

1987년과 달리 지금은 시위 형태도 많이 바뀌었다. 과격시위가 사라지고 ‘촛불’로 상징되는 평화시위가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럼에도 정부 부처의 인권시계는 여전히 반민주, 반인권, 불법을 향하고 있다. ‘무혈혁명’이라 불리는 촛불시위로 탄생한 정부라 할 수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거꾸로 돌아간 해수부 시계를 하루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은 20세기의 적폐를 제거할 때이다.

박종면 기자  frontie@hdh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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