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미래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미래
  • 이준후 시인/BCT 감사
  • 승인 2018.02.0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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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쓰는 정치이야기>

[현대해양] 세간(世間)에 비트코인이며 블록체인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당대의 논객들이 이를 화두삼아 지면과 화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신기술이 등장하면 그 사회적 영향의 선악(善惡)과 확대팽창의 장단(長短)에 대한 논쟁이 없을 수 없습니다. 무릇 신기술은 다른 기술에 곧바로 제압당할 수도 있지만 세계 역사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신기술은 인간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서서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버리기도 합니다.

 

등자(鐙子)라는 승마 도구가 있습니다. 안장의 양쪽 하단에 가죽 끈을 이어 매단 등자는, 발을 걸어 말에 쉽게 올라탈 수 있고 또 말에 올라타면 발을 끼워 몸의 안정을 꾀할 수 있도록 고안된 간단한 도구입니다. 양발로 등자를 움직여 말의 배를 압박하거나 차서 달리는 속도를 통제할 수도 있습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등자가 전쟁의 양상을 바꿔 버립니다. 나아가 중세시대를 만들어 냅니다. 역사를 바꿔 버린 것입니다. 역사상 전투 병력은 보병(步兵)과 기병(騎兵)이 있었습니다. 기병은 BC 6세기경부터 전투에 활용됐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기병은 적을 정찰하거나 패잔병을 추격하는 보조적인 역할에 그쳤고 주력은 보병이었습니다. 전투에 참가해서도 먼 거리에서 창을 던지는 정도였습니다. BC 4세기 알렉산더 대왕은 동방원정에 기병을 돌격부대로 이용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적을 찌르고는 창을 바로 손에서 놓아야 했습니다. 반동으로 말에서 떨어지기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등자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서 등자가 등장한 때는 732년 푸아티에 전투입니다. 에스파냐를 점령한 이슬람은 피레네 산맥을 넘어 당시의 프랑크 땅으로 진격합니다. 프랑크 왕국의 궁재(宮宰)인 샤를 마르텔은 이 전투에서 기병을 활용해 이슬람군을 물리칩니다. 궁재란 왕이 가진 토지의 총감독관, 그는 이슬람을 격퇴함으로써 유럽을 구하고 기독교를 구한 영웅으로 칭송받고 자연스럽게 왕국의 실권을 장악합니다. 

샤를 마르텔의 기병은 등자를 장착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샤를 마르텔은 기병을 대대적으로 양성하기에 이릅니다. 말을 사육하고 갑옷과 투구를 마련하고 기병을 양성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샤를은 교회의 재산을 몰수해 전사들에게 나눠 줬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군사적으로 도움을 받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왕은 기사에게 봉토를 하고 기사는 영지가 생겼습니다. 주군과 기사 간의 주종 서약을 기본으로 하는 봉건제도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샤를의 손자인 샤를마뉴 대제는 유럽을 통일하고 기독교를 받아들여 교황으로부터 황제로 인정받습니다. 기독교와 봉건제의 시대인 중세는 이렇게 등자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등자(鐙子), 역사를 바꾸다

등자는 영국의 역사도 바꿨습니다. 노르망디 공국을 경영하던 바이킹의 후손 윌리엄은 잉글랜드 왕위를 주장하며 정복에 나섭니다. 그리해 1066년 영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 헤이스팅스 전투가 벌어집니다. 당시 영국군은 병력의 우세와 고지대라는 유리한 지형에도 불구하고 등자를 장착한 노르망디 기사들에 의해 무너지고 영국왕 헤럴드는 전사합니다. 결국 윌리엄은 잉글랜드 왕으로 즉위하고 영국은 봉건사회로 급속히 재편됐습니다.

등자를 장착한 기병의 위력은 십자군 전쟁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십자군은 원정 도중 셀주크투르크를 격파하고 1099년 이집트의 이슬람이 점령하고 있던 예루살렘을 회복합니다. 그 과정에서 십자군은 두 번에 걸친 이집트 군과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뒀습니다.

십자군은 소수의 기병을 주축으로 한 반면, 이집트 군은 다수의 보병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1099년년의 전투에서 십자군의 병력은 200명, 이집트의 병력은 7,000명이었고, 1177년에는 십자군 500명과 이집트군 6,000명이 맞붙었습니다.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거둔 1차 십자군원정의 성공은 신의 가호 덕분이 아니라 바로 등자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등자를 장착한 기병의 시대는 중세를 관통하여 근대에까지 천년이나 계속됩니다. 18세기 소총이 등장하면서 기병시대는 막을 내립니다. 총으로 무장한 보병 진영으로 말을 타고 정면 돌격하는 일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으니까요.

등자만큼 단순한 물건으로 역사에 엄청난 작용을 한 발명품도 없을 것입니다. 등자로 인해서새로운 전투가 창조됐고 전투의 승리로 새로운 나라, 새로운 신분이 형성됐으며 새로운 질서와 새로운 서유럽 사회가 등장했습니다.

기술결정론이라는 논리가 있습니다. 기술이 사회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입니다. 기술발전이 경제와 사회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사회구조와 인식구조를 바꿔 버린다는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여러 기술들이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무인자동차, 드론, 로봇 등이 그것입니다. 인공지능은 바둑의 세계 최고수 둘을 일방적으로 능가했습니다. 드론은 헬기도 접슨하지 못하는 악조건에서 해상 인명구조를 성공했습니다. 무인자동차는 시험운전에 이어 상용화를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사물인터넷은 벌써 우리 가정에 들어와 있습니다. 로봇도 진화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반려로봇, 섹스로봇까지 등장했습니다.

비트코인의 운명은 어찌 될까요? 새로운 화폐로 정착할까요? 알 수 없습니다. 블록체인은 은행을 대신하게 될까요? 그 또한 알 수 없습니다, 아직은.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신기술들이 우리생활을 변하게 할 것이라는 것, 개인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 나아가 인식체계까지도 바꿔버릴 것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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