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
군소
  • 이두석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 승인 2011.02.1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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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두뇌 연구에 널리 활용되는 ‘바다 달팽이’

군소는 연체동물문(門) 복족강(綱)에 속하는 동물로 몸 빛깔은 흑갈색 바탕에 주로 회백색의 얼룩무늬가 많으나 서식환경에 따라 개체변이가 심한 종이다.

녹조류, 갈조류 등의 해조류를 좋아하며, 머리에 있는 큼직한 한 쌍의 앞 더듬이가 토끼의 귀처럼 생기고 순해서 서양에선 ‘바다의 토끼(Sea hare)’라 부른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군소가 육지의 껍질 없는 민달팽이를 닮았다 하여 ‘바다의 달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군소는 조개류와 같은 연체동물이지만 몸을 보호하는 패각이 없다. 대신 자선(紫腺, purple gland)이라는 기관에서 군청색 색소를 뿜어내어 포식자의 접근을 막아낸다. 군소라는 이름도 여기서 유래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자웅동체로 암수 한 몸이지만 물속에서 서로 껴안고 있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는데, 팔도 없는 매끈한 몸이 줄줄이 길게 달라붙어 있는 것도 기묘하지만 일단 한번 붙으면 좀처럼 떨어질 줄을 모른다.

3월에서 7월 사이에 걸쳐 해조류 사이에 오렌지색의 끈을 뭉친 것 같은 알을 낳는데, 생물학자들은 군소 한 마리가 한 달에 낳는 알의 수가 약 1억 개에 이른다고 한다.


군소는 약 2만개 정도의 신경세포와 간단한 신경 회로망을 가지고 있다. 군소의 거대 신경세포를 이용하면 인위적인 시냅스 배양이 가능하고 미세 전극을 세포 안에 침투시키는 전기 생리학적 분석이 용이하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에릭 캔덜(Eric R. Kendel) 교수는 군소(Aplysia)를 재료로 학습과 기억의 세포 메카니즘을 밝혀 지난 2000년도에 노벨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군소는 그 독특한 향을 즐기는 남해안의 바닷가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이다. 군소의 조리는 배를 갈라 내장과 색소를 완전히 빼낸 후 삶으면 부피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쫄깃쫄깃해진다.

쫄깃하고 쌉싸래한 맛에 초장 맛이 어우러지면 그 맛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자꾸만 손이 간다. 문어보다 좀 더 나은 맛을 낸다는 것이 즐기는 사람들의 얘기다.

군소는 제사상에서도 대접을 받는다. 경상도 해안지방에서는 군소 꼬치를 혼례나 회갑 잔칫상에 올렸고, 명절이나 제사에 군소 산적이 빠지면 헛제사를 지냈다 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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