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한국 해운산업 재건 원년’ 알리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한국 해운산업 재건 원년’ 알리다
  • 윤현수 해양수산부 해운정책과 과장
  • 승인 2018.02.0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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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책지원 양날개…해운산업 전담 지원기관으로서의 정립
<해운산업 재건방안과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윤현수 해양수산부 해운정책과 과장

[현대해양] ‘한국해양진흥공사법’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오는 7월 설립키로 확정됐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해운산업 전담 지원기관으로서위기에 처한 한국 해운산업을 재건하겠다는 역할 외에도, 두 번 다시 한진해운 파산과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투영된 조직으로서 향후 공사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해운업계가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이에 벌써 많은 국적선사와 해운전문가, 글로벌 주요선사와 경쟁국들까지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에 집중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설립까지는 아직 6개월이란 시간이 남았지만, 먼저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설립배경과 역할, 향후 기대효과를 설명하고자 한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금융지원만 하는 공기업인가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한다고 할 때, 업계는 단순히 선사에게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공기업 정도라 여겼다. 반쯤은 맞고, 반쯤은 아닌 이야기라 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한국해양진흥공사의 역할을 ‘금융’에만 한정하기에는 너무 좁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해양진흥공사를 ‘금융공사’로 명명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을 정부에서 추진할 때 여러 가지 고려요인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백척간두에 놓인 우리 해운산업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는가가 가장 큰 목표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해운산업이가진 문제가 무엇이고, 한진해운 파산 과정에서 부족했던것, 준비되지 못했던 점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우선적이고도 중요한 시발점으로 작용했다.

해운산업을 전담 지원하는 공사 설립의 필요성과 기능, 자본금 규모 등에 대한 결정은 ‘해운산업 재건’에 초점이 맞춰져 이뤄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해운산업은 국가 기간산업 

새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해운산업 상황을 살펴보면, 이미 한진해운은 그보다 앞선 2017년 2월에 최종 파산한 상태였고 현대상선을 비롯한 여러 선사의 위기 또한 지속되고 있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가장 잘 드러냈던 것이 해운산업 매출액과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의 변화였다.

연 7조원 이상 매출액을 기록하던 한진해운의 파산과 함께 2016년 불어 닥친 사상 최악의 시장운임은 해운 매출액 10조원 감소로 이어졌고,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하나 남아있던 국적 원양선사 현대상선(SM상선은 2017년 4월 출범)도 6년 연속 영업적자에 힘든 상황이고, 연근해 중견선사들도 영업실적이 적자로 돌아서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해운산업은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 구조에서 절대포기할 수 없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바다를 통해 수출입화물의 99%를 운송하고, 조선산업, 항만산업과 연계된 경제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이 산업은 어떻게든 다시금 재건해야하는 중요한 국가산업인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새 정부는 해운산업 재건을 100대 국정과제 안에 포함했고,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을 비롯한 다각적 정책지원 방안을 모색하게 됐다.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한 이상, 공사가 해운산업을 재건하기 위한 종합 컨트롤타워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았다. 이는 곧 한국 해운산업이 왜 위기에 처하게 됐는지, 어떠한 시장기능이 문제이고, 어떠한 정부 정책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들어설 것으로 보이는 옛 한진해운 본사. ⓒ박종면

‘비올 때 우산 뺏기’식 금융지원

우리 해운산업의 위기에는 다양한 내·외부 요인이 있겠지만 공사의 기능과 연결할 때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부각된다.

먼저, 해운시장의 거래를 관리하고,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2000년 중반 해운시장 호황기에 도입한 고가의 선박들은 2008년 이후 우리 국적선사들의 영업실적 악화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해운시장의 변동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소한의 해운거래모니터링과 리스크 관리만이라도 가능했다면 지금의 위기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로 위기 상황에서 금융권의 ‘비올 때 우산 뺏기’식 자금회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주기적 호·불황이 반복되는 해운시장에서 선사의 유동성 위기는 피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이에 대해 다른 경쟁국들은 선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신용보증이나 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던 반면, 우리는 이러한 수단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국적선사들의 위기 대응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차입금 상환을 위해 추진한 핵심자산의 매각은 오히려선사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졌다. 적극적 M&A나 다른 선사와의 항로 구조조정 협상 등의 노력도 고려되지 않았다.

물론, 선사 간 협력이나 얼라이언스 구성을 유도할 수 있는 정부 역할도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마지막으로 해운산업의 위기대응시스템의 부재이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빚어진 화물운송 지연을 수습할수 있는 수단이 마땅히 없어 경제적 피해도 확산됐다. 유사시 최소한의 화물운송을 대체할 수 있는 정책시스템이 요구된 것이다.

 

금융지원과 산업정책지원의 양날개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 과제들을 하나씩 모으고, 이 과제를 종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관으로써 설립된 것이 바로 한국해양진흥공사다. 그렇기에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역할은 기존 정책금융기관과 같이 단편적인 자금지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금융과 산업지원을 모두 아우르는 해운산업 전담지원 기관으로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보다 세부적으로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역할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공사의 기능은 크게 해운금융지원과 해운정책지원으로 분류해 설명할 수 있다.

해운금융지원 기능의 경우, 해운시장의 변동성을 고려할 때 가능한 많은 지원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고, 이에 따라 선박, 터미널에 대한 직접투자와 투자보증, 중고선박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S&LB), 선사에 대한 자본 확충 등 기존의 모든 금융지원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해운정책지원 기능의 경우, 앞서 살펴본 우리 해운정책 시스템의 새로운 과제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해운 거래관리와 관련, 우리 해운에 맞는 운임지수를 개발하고, 시황예측을 비롯한 선사들의 리스크 관리 및 선박투자 컨설팅 등을 수행할 수 있고, 신설된 폐선보조금 사업과 같은 정부 보조금 사업도 위탁·수행할 수 있다. 또, 공사는선사들 간 자발적 협의체인 한국해운연합(KSP : Korea Shipping Partnership)의 협력사업을 지원하며, 유사시비상운송 시스템인 ‘국가필수해운제도’의 운영도 담당하게 된다.

▲ 해양수산부(장관 김영춘)가 주도하는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을 계기로 한국해운산업 재기의 발판이 마련될 전망이다.. ⓒ박종면

설립추진 TF 조직 설치, 구체화 작업에 박차

이러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공사의 자본금은 연 4조원 내외의 국내 해운금융 수요를 고려해 결정했으며, 법정자본금은 최대 5조원, 초기 납입자본금은 3조1,000억원 수준으로 결정됐다. 특히, 초기 납입자본금에는 기존의 ㈜한국선박해양과 ㈜한국해양보증보험의 자본금 1조5,500억원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정책금융기관 간 중복과 인력 비효율을 제거하고 보다 규모 있는 자금운용을 위해서다.

기존 두 기관의 경우, 형태상으로는 민간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운용자금 확대나 리스크 있는 금융지원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두 기관을 공사로 통합, 보다 정책금융 성격에 맞는 지원을 제공토록 한 것이다. 그 외 공사 설립에 필요한 나머지 자본금 1조5,500억원은 정부에서 출자하게 되며, 예산 2,000억원과 정부 항만공사 지분 1조3,500억원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러한 공사 설립에 관한 내용을 담은 ‘한국해양진흥공사법’이 오는 7월 1일 시행되면서, 공사는 본격적인 해운산업 재건 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현재는 공사 설립을 위한 실무준비를 진행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마련 단계다. 

해양수산부 내에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추진단을 TF조직으로 설치해 사전작업을 진행 중이며, 공사의 정관과 비전, 구체적 조직 규모와 인력, 금융지원 프로그램 구성 등 구체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만간 공사 설립의 세부사항을 결정할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며, 설립위원회를 통해 개별 사항을 공식적으로 의결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준비과정을 거쳐 빠르면 5월경에는 공사의 구체적인 윤곽이 모두 드러나고, 실제 선사와의 금융지원 협의도 시작될 것이다.

 

2018년, 해운산업재건의 원년으로 삼겠다

선사 입장에서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이 주는 가장 큰 의미는 든든한 금융안전판이 생겼다는 점일 것이다. 앞서지적한 기존의 ‘비올 때 우산 뺏기’식 자금 회수에 따른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낮아지고, 선박·터미널 분야 투자에있어서도 기존보다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규모가 작지만 건실한 영업망을 갖춘 중소선사들의 경우 아예 금융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공사 설립을 통해 이러한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게 된 것은 그 의미가 크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단기적으로 선사들의 경영안정 효과가 크고, 중장기적으로는 한진해운 파산으로 실추된 한국해운산업에 대한 대내외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선박확보 유동성 지원, 선사 간 협력, 유사시 비상대응까지 종합적 시스템을 통해 한국 해운산업전반을 뒷받침하면서 국내외 화주는 물론, 조선소, 항만 등 다른 연관 산업의 신뢰와 협력관계가 한층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글로벌 주요선사와 경쟁국의 정책적 대응에 국적선사가 밀리지 않고 충분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산업기반을 조성해줌으로써 세계 5위 수준의 해운산업 위상도 곧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한해는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을 비롯한 각종 새로운 정책과제를 만들고, 종합적인 해운재건 시스템을 재건하기 위한 치열한 준비기였다. 다행이 해운업계와 국회, 그리고 많은 국민들의 지지로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이 이뤄질 수 있었고, 이제 2018년 해운재건 원년을 맞이해 그동안 준비한 것들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하루라도 더 빨리 우리 해운산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을 통해 본 격적으로 펼쳐질 정부의 해운산업 재건 노력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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