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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어린 명태 노가리를 먹는다고?<기자수첩>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8.02.02 23:02
  • 호수 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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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건노가리(마른 명태 치어). ⓒ박종면

[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동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국민생선’ 명태가 자취를 감췄다. 그 원인을 두고 말이 많다. 우리나라 수산과학자들은 기후변화(수온상승), 남획, 생태계 파괴 등 여러 원인이 혼재됐다고 하는 반면 어업인들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말한다.

누구의 말이 옳을까? 수산과학자들과 해양수산부 고위 공직자 등 관계자들끼리 하는 말로는 남획(濫獲)이 치명적인 원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놓고 그렇게 말하지 못한다. 남획이 문제라면 그 주체와 책임이 어업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 어업인들의 공격을 받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명태 자원 고갈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북에서 어업활동을 했던 탈북 어업인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명쾌해진다. 북한 수산상황을 잘 아는 탈북 어업인들에 의하면 북에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 트롤어선으로 밑바닥을 훑다시피 했다고 한다. 그렇게 명태 성어는 물론 치어인 노가리까지 마구 잡아들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자원은 무한하지 않다는 것. 성어, 치어 구분 없이 마구 잡은데다가 밑바닥까지 훑었다니 산란장과 서식지가 파괴되었음은 물론이다. 남한도 크게 다르다 할 수 없다.

그 흔하던 국산 명태가 사라지다보니 요즘 볼 수 있는 명태는 사실상 100% 외국산(주로 러시아산) 혹은 우리 원양어선이 외국에서 입어료를 지불하고 쿼터를 할당받아 어획하는 ‘멀리서 오신 몸’이라고 보면 된다. 심지어 강원도 고성에서 열리는 명태 축제에 쓰이는 생선까지도 외국산으로 조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성어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우리 바다에서 씨가 말라 해외에서 들여와야 그 맛을 볼 수 있는 치어(穉魚)까지 거래가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으니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바로 ‘건노가리’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서는 치어만큼은 보호해야 함을 삼척동자도 알 텐데 체장 20cm 내외의 노가리를 흔한 술안주거리로 전락시킨 유통인들과 소비자 모두 대오각성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해수부 주도로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례 중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 명태 자원이 다시 살아나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어렵게 키워 방류한 명태 치어가 어떤 경로로 회유해 돌아올지조차 규명하지 못한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도 있다.

단지 명태를 국민밥상에 다시 올리겠다고 대통령에 보고했다는 이유 때문에 담당 공무원과 관계자들은 실적 발표에 급급한 형국이다. 이 때문에 승진하고 훈장까지 받은 공직자도 있다. 대국민 사기극이라 단정 짓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과한 수업료를 지불하고서라도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는 계속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상징성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치어를 잡아들이고 이를 사고파는 이들이 있는 한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가 성공한다 하더라도 금새 다시 소를 잃고 외양간 고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생애 한 번도 알을 낳아보지 못한 치어는 보호의 대상이지 어획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박종면 기자  frontie@hdh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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