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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25시]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재조명…국산명태가 돌아온다고?‘수온상승’과 ‘남획의 역사'…자원고갈 원인 규명도 못해
남북수산협력이 열쇠일 수도
  • 변인수 기자
  • 승인 2018.02.02 23:21
  • 호수 574
  • 댓글 0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 작곡 변훈 · 시 양명문, 가곡 ‘명태’ 중에서

 

시원한 북엇국·생태찌개·동태찌개, 말려서는 찜·구이·밑반찬으로… 그동안 명태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네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뿐일까 내장과 아가미, 알은 젓갈로 머리는 국물용으로 껍데기는 포나 튀김으로 그야말로 ‘머리끝에서 꼬리까지’ 버릴게 없던, 모든 걸 다 내어주던 명태.

    명태 치어 수중방류 모습. 사진제공=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명태만큼 여러 이름을 가진 고기도 드물다. 상태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있는데 갓 잡은 싱싱한 생태, 얼린 동태, 말린 북어, 내장과 아가미를 제거하고 너댓마리를 한 코에 꿰면 코다리, 덕장에서 말린 황태, 하얗게 마른 백태, 딱딱하게 마른 깡태, 손상된 파태, 검게 마른 먹태, 대가리를 떼고 말린 것은 무두태라 불린다. 잡힌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강원도 연안의 강태, 함경도에서 잡힌 작은 놈은 왜태, 어기 막바지에 잡혔다고 막물태, 정월에 잡히면 일태, 2월은 이태… 호프집 단골안주 노가리는 애기태라 불린다. 아마도 50개 이상의 이름을 가졌을 것이라 전문가들은 말한다.

별명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과 친숙하고 오랜 세월 부대껴왔다는 얘기. 명태는 우리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희로애락를 함께해 온 국민생선이다.

 

동해안 명태는 베링해 명태보다 작지만 맛이 좋다

먼저 명태의 생태를 살펴보자면, 대구목 대구과에 속하고 동해, 오오츠크해, 베링해, 북대평양 등지의 40~450m 중·저층에 서식하는 한류어종이다.

산란수온은 2~5℃로 암컷이 한꺼번에 25만개에서 100만개까지 알을 낳는다. 수심 200m 인근에서 수정되고 표층으로 부상해 부화를 진행했다가 성어가 돼갈수록 깊은 수심으로 이동, 600m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3년에서 4년 정도 지나면 성숙한 명태가 되는데 이때 체장은 34.5cm에 이르고 10~14년 동안 1m가 넘게 성장하는 개체도 있다.

치어단계에서는 식물플랑크톤, 곤쟁이류를 섭이하고, 유성어가 되면 소형갑각류, 오징어류, 어류 등을 먹는데 때로는 자기 새끼들까지 잡아먹는 탐식성 어류다. 동해에서 주 산란장은 원산만 근해로 알려졌고 겨울에 강원도 연안을 따라 내려오는 북한 한류가 강할 때 강원도 북부 연안에 어장이 형성된다.

세계 명태의 중심 분포지역인 베링해에 서식하는 명태는 크기는 크지만 맛이 떨어지는 반면, 분포 가장자리인 동해의 명태는 작아도 맛이 좋다. 그랬던 명태가… 우리 동해 앞바다에서 자취를 감췄다.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에서 자라고 있는 명태 치어. ⓒ박종면

태, 상업적 멸종 명태는 1970년대 어획량이 6만톤 이상으로 자원량이 풍부해 어업인의 주요 소득원이 됐으나 1980년 중반 이후부터 어획량이 급감했고 2000년대 초반에는 1,000톤 미만, 최근에는 실재 잡히는 연간 어획량은 1톤 미만 또는 ‘0’톤으로 보고되고 있다. 사실상 상업적 고갈 또는 상업적 멸종이라 봐도 무방하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명태 대부분은 러시아 수역에서 입어료를 주고 조업하는 국적선과 러시아와 합작해 조업하는 형태로 잡아온다. 하지만 이마저도 러시아측이 매년 할당량을 축소해 가고 있는 상황이라 공급이 여의치 않다. 이처럼 명태 자원고갈 현상이 심각해지자 국민들은 명태 자원회복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고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명태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사라진 명태를 우리식탁에 올려놓겠다”는 야심찬 결의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난항이 거듭됐다. “집나간 명태를 찾습니다”라는 표어를 내세워 어업인이 조업 중 살아있는 명태를 잡았을 때 강원도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로 가져올 경우 무려 50만원의 사례금을 지급하기도 했으며, 어업인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죽은 명태도 상태에 따라 5~10만원의 사례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집나간 명태를 찾습니다”

  ▲주기별 명태 성장 변화. ⓒ박종면

어업인들의 제보로 명태를 확보할 수 있었으나 조업 중 그물에 걸려 상처가 생기거나 죽은 명태에서 건강한 수정란을 얻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악조건 속에서도 3번의 수정을 통해 9만4,000여마리가 부화했으나 부화 30여일 후 집단 폐사, 70여일 뒤에는 전량 폐사했다. 가스에 의한 복부팽만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의 일등공신인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옛 해양심층수수자원센터) 서주영 박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명태가 잡혔다는 연락이 오면 자다가도, 휴일에도 달려갔다”며, “그렇게 어렵게 얻어서 인공수정한 뒤 부화에 성공했는데 부화 후 안타깝게도 대량 폐사하고 말았다. 다양한 환경으로 여러 수조에서 키우던 것이 동시다발적으로 폐사했기에 안타깝고 답답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이 와중에 해양수산부는 명태의 주요 산란장 및 서식지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생태학적 기초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여의도 면적의 7.4배에 달하는 동해안 저도·북방어장 주변해역(21.49㎢)을 보호수면으로 지정했다.

이후, 2015년 12월에는 인공 1세대 종자 전장 20㎝급 3만9,000마리를 생산하는데 성공, 지정된 보호수면에 어린 명태 1만5,000마리를 자연 방류했다.

2016년 6에는 어린 명태 1,000마리 표지에 방류했고, 2016년 9월에는 2015년 인공부화시켜 기른 어미로부터 수정란 10만개를 확보해 세계최초 완전양식 이라는 쾌거를 이룬다. 수정란 중 약 3만개는 4.5~7.0mm 크기의 어린 새끼고기로 부화시켜 사육관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인공 2세대 어린 명태 일부인 30만마리를 강원도 고성군 연안 및 보호수면에 지속 방류했다. 해양수산부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올해에는 100만마리를 방류할 계획이다.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답인지 지난해 1월에는 방류된 명태가 동해에서 포획됐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2015년 방류한 어린 명태임이 확인됐다.

명태가 동해안 인근에서 잘 자라고 있음을 확인했고, 2월에는 2016년 태그를 부착해 방류한 명태가 양양에서 포획되기도 했다. 방류된 시점부터 8개월간 체장이 10.1㎝, 무게도 215.5g 성장한 상태였다.

 

명태자원 고갈의 원인은?

  ▲남북한 명태 어획량 변화추이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으로 이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시선도 많다. 회유성 어종의 특징을 가졌다고 알려진 명태가 수온변화로 모두 북쪽으로 이동, 우리나라 동해안으로 회귀하기 힘들다는 견해다. ‘밑빠진독에 물 붓기, 죽 쒀서 남 주는 일’ 아니겠냐는 것.

그동안 거론된 명태자원 고갈 이유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분류된다.

△지구온난화 또는 기후변화에 의한 서식지 이동

△남획: 치어 등 싹쓸이 어업

△어장 생태계 파괴
 

먼저, 수온변화에 의한 서식지 이동의 근거는 이전에 남해안에 서식하던 어종이 동해안에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국립수산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는 지난 30여년간 1도씨 미만의 수온 상승폭이 있어왔는데, 원래 동해안에서 서식하던 명태, 대구, 도루묵의 수가 감소한 반면 강담돔, 백미돔, 독가사치, 자리돔, 철감둥어 등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주로 서식하던 아열대성 어종이 동해안에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동해안에서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의 어획량이 증가됐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과연 기후변화 탓인가

반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이정삼 실장은 명태자원 고갈이 “과연 기후변화가 주요인인가” 하고 의문을 제기한다. 기후변화 곧 수온변화에 의한 어종의 이동은 서서히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어류들은 회피능력이 있기 때문에 서식지를 이동해 개체수가 감소하더라도 결과는 점진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란 견해다.

또, 명태는 저층에 주로 서식하는 어종인데 수온변화가 있더라도 다른 어종에 비해 서서히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북진해서 생존하는 점진적 패턴도 나타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1970년 2만톤 수준이던 명태 생산량이 82년 16만5,000톤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 급감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것은 기후변화가 원인이라기보다 1971년도부터 명태치어인 노가리 어획이 허용된데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1971년 자원보호령을 개정해 명태 어획금지 체장에 대한 조항을 삭제, 소형명태어업을 합법화한 바 있다.

이어 그는 “명태치어 어획이 허용되면서 이때부터 동해구트롤 및 저인망으로 많은 노가리가 어획됐고, 1990년대 중반까지 성어인 명태와 30cm 미만의 소형명태로 구분한 생산량 집계를 보면 전체 명태 어획량의 85% 이상이 어린 명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가장 심각한 해에는 94%까지 마구잡이로 잡아들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정삼 실장은 “설령 수온변화가 주요한 원인이라 할지라도 그 바탕에 두어야 할 것이 남획의 역사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알지 못하고 확실히 밝혀진 바 없는 원인에 대해 막연히 수온변화를 원인으로 탓하듯이 전가해서는 곤란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수온변화가 원인이라면 자원회복을 시도하는 인류의 노력은 그 의미를 잃어버리는 셈이 된다.

명태와 노가리(명태 치어) 어획비율 변화

 

북한의 명태 상황은 어떤가

그렇다면 북한의 상황은 어떨까?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통계에 따르면 북한 수역에서는 원산만을 산란지로 해 연간 6만 톤의 명태가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난 2014년 해양수산부가 밝혔다.

그러나 그것은 추정치일 뿐이고, 근래의 생산 현황 자료는 전무한 상황이다. 명태의 주 산란·서식지가 원산만 인근 바다이기 때문에 완전한 상업적 멸종에 이르렀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학계 전문가들의 시각은 대체로 비관적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공영방송 등 홍보용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고 말한다.

몇십년 전부터 자랑삼아 송출하던 수산세가 근래 잠잠해졌는데 당시 홍보영상 속 어선에는 명태가 주를 이뤘다고 한다.

미뤄 짐작해 볼 수밖에 없지만 북한이 정책을 세워 어업자원 보호에 적용했다고 볼 수 없고, 그동안 강한 어획강도로 명태를 잡아왔기 때문에 더 이상의 명태어획 가능성은 요원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강원도 고성 대진항에는 머구리(다이버나 잠수부를 일컫는 옛말) 어업으로 생업을 삼은 탈북인 박명호(54세)씨가 있다.

박씨는 지난 수십년 간 “북한의 트롤어선들이 하루 3탕, 4탕씩 명태를 어획했다”고 증언했다.

북한에 있을 때부터 머구리 어업의 베테랑이었던 그의경험에 의하면 “도루묵은 바위를 기점으로 산란하지만 명태 알은 모래뻘 위에 안착해 산란한다”며, “트롤어선들이 바닥을 긁어대니 명태가 산란하고 서식할 수 있는 어장이 버텨낼 수 있겠냐”고 트롤어선에 의한 어장 황폐화를 명태자원 고갈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남획과 어장 황폐화

그렇다면 ‘명태살리기 프로젝트’는 명태자원 고갈 원인에 비춰봤을 때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가.

‘수온변화에 따른 서식지 이동’은 불가항력적이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손 놓고 바라만봐야 하는 입장이 된다.

‘남획의 역사’는 과거의 무지로 인한 과오로 현재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자세로 금지체장을 강화하고, 심지어 명태 어획금지를 선언한다고 해도 이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명태살리기 프로젝트’와 병행해 

박종화 전 동해수산연구소장이 회유성 어종인 명태의 이동경로를 설명하고 있다. ⓒ박종면

규제를 신설하고 방류를 지속해 나간다면 자원회복에 대한 가능성은 담보할 수 없을 지라도 시도를 해 본다는 점에서는 유의미하다.

마지막으로 ‘어장 황폐화’의 측면에서 이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다. 명태의 주 산란 및 서식지가 원산만이고 우리의 명태가 동해안에서만 회유하는 어종이라면 더 큰 투자를 해서라도 이 사업을 키워 나가야 하는 것이다. 만약 방류해서 원산만으로 간 명태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북한을 설득하면 된다. 지금 북한 어장에 들어가 있는 중국어선 대신 우리배가 들어가서 조업할 수 있도록 말이다. 남북수산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마침 평창동계올림픽에 북측이 참여의사를 밝혔고, 단일팀을 구성하는 등 분위기는 최적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조업권을 직·간접적 거래·양도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대북제재결의 2397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는 지난 2004년부터 동해수역에서 오징어를 싹쓸이 하는 중국어선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한시라도 빨리 북한 수역이 더 황폐해지기 전에 중국어선을 몰아내고 황폐화된 어정을 복원함과 함께 ‘명태살리기 프로젝트’를 병행 실시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점진적·다각적으로 추진돼야

그러나 안타까운 사실은 수온변화가 명태자원 고갈의 원인인지에 대한 가부를 떠나서라도, 우리 명태의 주 산란지가 확실히 원산만인지, 그렇다면 어디까지 회유했다

가 다시 돌아오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자료도 없다는 것이다. 그 말은 곧 우리 명태가 북태평양 명태와 같은 계군인지 혹은 아닌지에 대한 사실도 밝혀지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추진해온 ‘명태살리기 프로젝트’는 사라졌던 명태를 복원시켜 국민의 ‘밥상에 앉힌다’는 최종 목표를 설정해두고 추진됐다. 우리바다에서 명태를 잡아서 어업인의 생계수단이 됨은 물론 유통업, 가공업 단계에서도 우리 명태를 빨리 보고 싶다는 것이다.

어서 빨리 복원시켜 국민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의욕적인 시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몇 만개의 태그 부착 명태 중 두 마리 발견됐다고 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진입한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는 시기상조다.

방류시기를 놓고도 말들이 많다. 조금 더 자라 성어가 됐거나 성어에 가까워졌을 때 방류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뜸이 덜 든 솥뚜껑을 열어 설익은 밥을 먹는 듯한 기분인 것이다.

 

소중한 것을 대하는 마음가짐

최근 10여년간의 노력으로 대구자원이 회복됐다. 자원회복세를 보이자 어업인들이 국회의원들을 앞세워 어획금지체장을 완화해 달라, 종묘를 더 방류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해양수산부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더 많은 자원을 어획하겠다는 저의가 깔려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겨우 기미가 보일 정도로 대구자원이 회복된 시점에서 어획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자칫 그동안의 노력이 도로아미타불이 될 공산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명태살리기 프로젝트’가 잘 진행돼 우리 바다에서 명태가 역동적으로 뛰어 노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간절하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어렵게 회복한 자원이 기지개 한번 켜보지 못하고 사장돼버려서는 곤란할 것이다.

예전에 아무렇지 않게, 거리낄 것도 없이 삶고, 찌지고, 국끓이고, 구워먹고, 말려먹던 아무렇게나 대해도 좋았을, 그리고 늘 곁에 있어줄 것만 같았던 명태. 이제는 우리가 ‘꼭 돌아오라’고 호소해야 하는 입장이 돼버렸다.

우리는 가까이 있어 소중함을 몰랐던 존재들에 감사하는 자세로 이 프로젝트에 임해야 한다. 상업적, 어업 역사적으로도 굉장한 상징성을 가진 어종이 바로 우리의 명태다.

 

Mini Interview 

탈북인 박명호(54세)씨 / 강원도 고성군 대진항 머구리어업

“北, 수십 년 전부터 트롤어선 이용한 명태 남획 계속됐다”

어장 황폐화가 자원고갈 주원인

 

‘북에서 온 머구리’ 박명호(54세)씨. 지난 2006년 5월 목선 한 척에 아내와 두 아들을 태우고 서해를 가로질러 탈북했다. 머구리도 북한군에 있을 때 배웠다. ‘머구리’란 바다에서 대왕문어 등을 잡는 ‘심해 잠수부’를 일컫는 말이다.

탈북 어업인 박명호(54세) 씨. 강원도 고성군 대진항에서 머구리 어업에 종사한다.  ⓒ장공순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20여년 전만 하더라도 연안명태는 아무리 조져도 씨가 마르지 않는다 할 만큼 많았고 막 잡아들였다”고 운을 뗐다.

박씨는 “북한의 명태잡이 어선은 거의 전부가 트롤어선인데, 트롤배가 하루 3탕, 4탕씩 명태를 어획했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명태는 한반도를 떠나지 않을 것같은 어종으로 여겨졌고 무한한 자원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북한에 있을 때부터 머구리 어업의 베테랑이었던 그의 경험에 의하면 “도루묵은 바위를 기점으로 산란하지만 명태 알은 모래뻘 위에 안착해 산란한다”며, “트롤어선들이 바닥을 긁어대니 명태가 산란하고 서식할 수 있는 어장이 버텨낼 수 있겠냐”고 트롤어선에 의한 어장 황폐화를 명태자원 고갈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북한은 김정일 정권 말기와 김정은 정권에 들어 ‘물고기잡이 전투’의 기치를 내걸고 정책적으로 어업을 종용하고, 중국에 쿼터제를 할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씨의 증언에 의하면 “그 보다 훨씬 전인 김일성 정권 때로 거슬러 올라간, 수십 년 전부터 북한의 트롤어선을 이용한 남획은 계속돼왔다”는 것이다

그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명태가 점차 감소해갈 때 즘 강원도 고성 쪽에서만 명태가 났는데, 마지막 남은 어장이다 보니 남측과 경쟁도 붙었고, 사건도 많이 발생했던 시기였다”며, “당시 납북어선이 많이 발생했던 시기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고성군 지역이 마지막 남은 어장이 되자 남·북 양쪽의 어선들이 경쟁적으로 달려들어 조업했고, NLL지역은 20여 년간 한반도 명태잡이의 아성으로 남았다가 이제는 그 어장마저도 파괴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박명호씨는 강원도 고성군 대진항에서 머구리로 생활하며 터를 잡은지 10년이 넘었다. 그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로 노부부의 사랑을 이야기했던 진모영 감독의 새 영화 ‘올드마린보이’의 주인공으로 매일 무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다 속으로 뛰어드는 치열한 삶의 현장에 선 아버지의 모습으로 출연했다. <글=변인수 기자, 사진=장공순>

변인수 기자  tomato0630@hdh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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