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을 넘어 윤리적 생산에 관심을 기울이자
안전을 넘어 윤리적 생산에 관심을 기울이자
  • 현대해양
  • 승인 2018.01.3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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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미국은 지금 해시태그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캠페인으로 뜨겁다.

지난해 가을 할리우드 한 영화 제작자의 성추행 혐의가 보도되자 그동안 침묵을 지켰던 여성들이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자신들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며 촉발된 이 캠페인은 영화계 뿐 만 아니라 정치, 문화, 언론, 스포츠계 등 미국사회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그동안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약자로서 성폭력과 불평등에 시달렸던 여성들이 피해 사실을 당당히 밝히며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타임지는 2017년 올해의 인물로 캠페인 참여자를 지칭하는 ‘The Silence Breakers'를 선정했고 지난달 7일, 골든 글로브 시상식(Golden Globe Award 2018)과 28일, 그래미 시상식(Grammy Award 2018)에서는 유명 연예인들이 각각 검은색과 흰색으로 의상을 맞춰 입고, 캠페인 지지 메시지를 보내 그 반향을 키웠다.

특히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흑인여성으로 어린 시절 성폭력에 시달렸지만 이를 극복하고 큰 성공을 거둔 토크쇼의 거장 오프라 윈프리(Oprah Gail Winfrey)가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고 새로운 날들이 시작되고 있다”고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단숨에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로 부상하기까지 하였다.

최근엔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이제는 우리나라에게까지 그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부조리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더 강화된 윤리관을 사회에 주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가심비(價心比) 트렌드

올해의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가심비(價心比)를 꼽고 있다.

가격 대비 심리적 효용을 따지는 소비가 늘 것이라는 예측으로 지난해 트렌드였던 가성비(價性比)가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소비한다는 것이었다면 올해에는 다소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자신의 만족을 위해 지갑을 연다는 소비 트렌드를 예측한 것이다.

가심비 트렌드는 크게 3가지 형태로 표출된다고 한다.

첫 번째가 소비자가 좋아하는 유명 인사나 영화, 게임과 관련된 상품을 구매하는 일명 굿즈(Goods) 소비이다. 최근 대통령이 선호하는 커피나 상품들을 ‘이니굿즈’라 하여 유행이 된 것이나 아이돌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선호하는 상품을 소비자들이 따라서 구매하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는 안전에 관계된 소비이다. 최근 살충제 달걀, 가습기 살균제, 유해 생리대 등 일명 케미컬 포비아(Chemical Fobia)에서 벗어나가 위해 조금 비싸더라도 안전성이 입증된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형태를 말한다.

세 번째는 착한 소비이다. 환경이나 동물에게 해를 끼치는 상품 대신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거나 노동자의 인권이 보호된 환경에서 생산된 제품을 소비자들이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심비 소비 형태 중 안전과 착한 소비는 생산자의 건전한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의미를 부여하고 신뢰를 가지는 것으로 우리 수산업계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수산업 생산 분야에도 윤리의식이 요구된다

윤리적 생산이란 단순히 판매를 위해 안전기준을 간신히 지키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정 곳곳에 윤리적 의미를 담아 환경보호와 건강한 사회 유지, 인권보호 등을 배려하는 생산경영방식을 말한다.

이제 우리 사회도 생산성과 효율성을 내세워 결과만을 강조하는 시대를 넘어 그 과정의 건전성도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기에 이러한 윤리적 생산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2005년 우리 수산계는 국제적인 사용규제 약품인 말라카이트 그린의 관리체계를 정비하지 못해 홍역을 앓은 적이 있다. 지금도 수산물의 안전성 문제가 언론을 통해 심심치 않게 언급되기도 한다. 또 몇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염전 노예사건이나 원양어선에서 발생하는 폭력사태, 외국인 근로자의 이탈문제 등 우리수산업계의 생산현장은 아직 열악하다.

이러한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우리 수산물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게 되고 더 나아가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기피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윤리적 생산에 기초한 인증 기준을 제시하며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국제적 수산물 인증단체인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나 ASC(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 등에서 제시하는 인증기준을 보면 지속가능성을 위한 환경보호, 생산 수산물의 안전성 확보, 철저한 기록관리 뿐 만 아니라 준법성, 지역사회와의 관계, 근로자의 안전과 인권보호 등 그 과정에서의 사회적 책임도 함께 관리요소로 정하고 있다.

 

생산 윤리의식은 고부가가치의 밑거름

이제 우리 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라도 윤리적 생산에 관심을 가지고 그 기준을 정립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현재 우리 수산물 품질관리체계는 위생과 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생산·유통·판매 단계까지 체계적으로 관리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그 관리지표도 안전, 유생, 청결에서 인권, 동물복지 등 사회적 문제까지 고려하는 새로운 인증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와함께 업계의 철학적 성숙도 요구된다. 원가 개념을 바탕으로 한 수익성 제고보다는 안전하고 위생적이고 자연과 환경을 보호하고 사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직업적 윤리의식의 공유가 업계가 실천해 나가야할 과제이다.

이러한 체계의 구축과 인식의 확산은 우리 수산물의 가치를 높이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수협의 비전이 ‘강한 수협, 돈되는 수산’이다. 착한 소비의 시대, 진짜 돈되는 수산을 위해서라도 수산계가 윤리적 생산에 관심을 가져 주기를 주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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