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현대해양]
어부의 자서전
사홍만 (장흥군수협 조합장, 시인)
득량만 바다 하늬바람 따라
절절한 어부의 자서전 한 장씩 넘어간다
물 때맞추느라 지샌 밤
새벽을 일으켜 세운 충혈된 눈
다리 통증을 끌고
짭조름한 바닷물 수없이 뒤집어쓰는
목숨 건 항해
억센 파도가 뱃머리를 때리는 고통
내색하지 않는 고단한 삶은
심해 어느 곳을 투망하여도
만선의 기대는 파도처럼 높았다
더 절박하게 써 놓은 자녀의 학자금
타향살이하는 자식 뒷바라지
가족들의 환한 웃음 지키기 위해
손바닥이 갈라져도
포기 않고 그물을 당겼던, 생애
푸른 세월이 갈색 빛으로
익어가는 오늘 바다 위에
출렁이는 수백 장 이야기
수평선을 바라보며 갯등에
걸터앉은 폐선은
아버지의 자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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