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의 자서전
어부의 자서전
  • 사홍만 장흥군수협 조합장/시인
  • 승인 2018.01.04 1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

[현대해양]

 

 

어부의 자서전
 

사홍만 (장흥군수협 조합장, 시인)
 

득량만 바다 하늬바람 따라 

절절한 어부의 자서전 한 장씩 넘어간다


물 때맞추느라 지샌 밤

새벽을 일으켜 세운 충혈된 눈

다리 통증을 끌고

짭조름한 바닷물 수없이 뒤집어쓰는 

목숨 건 항해 

억센 파도가 뱃머리를 때리는 고통 

내색하지 않는 고단한 삶은 

심해 어느 곳을 투망하여도 

만선의 기대는 파도처럼 높았다


더 절박하게 써 놓은 자녀의 학자금 

타향살이하는 자식 뒷바라지 

가족들의 환한 웃음 지키기 위해 

손바닥이 갈라져도 

포기 않고 그물을 당겼던, 생애


푸른 세월이 갈색 빛으로 

익어가는 오늘 바다 위에 

출렁이는 수백 장 이야기


수평선을 바라보며 갯등에 

걸터앉은 폐선은 

아버지의 자서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