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 귀어귀촌 이야기- 연안복합어업 하태수 씨
새로운 기회, 귀어귀촌 이야기- 연안복합어업 하태수 씨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8.01.0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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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그물질이라도 바닷일이 좋아

[현대해양]

▲하태수 씨

 귀어귀촌 전 거주지역 : 서울 

 귀어귀촌지 : 충남 서천군 

 귀어귀촌 전 직업 : 건축업, 임대업 

 귀어귀촌연도 : 2015년 

 사업형태 : 연안복업어선(1.4톤) 

 귀어귀촌 초기자본 : 8,570만원 

 연간수익 : 3,000만원 

 귀어귀촌동기 : 자유로운 생활, 노후 전원 생활

 

바다가 좋아 월하성으로 온 귀어인

2015년 10월, 월하성으로 내려온 하태수 씨는 5,500만 원에 1.4톤 연안복합 허가어선(송화호)을 구입했다.

2,000만 원을 들여 엔진을 새로 얹고, 350만 원을 들여 양망기를 설치했다. 또 월하성에서는 필수장비인 트랙터와 배 수레를 구입하는데 720만 원을 투자했다. 월하성 포구는 썰물 때 수심이 얕아 배를 수레에 싣고 트랙터를 이용해 육지에서 바다로 올리고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 씨는 이 장비를 이용해 2년째 충남 서천 월하성에서 꽃게자망과 주꾸미 소호 어업을 하고 있다. 하 씨는 이곳에서 4개월간 김양식장 일을 하면서 바닷일을 배운 것이 전부였다. 지금은 숙달이 돼 투망을 그런대로 하는 편이지만, 처음에는 어디에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했다.

가장 어려운 것이 투망할 장소를 찾는 것이었다. 잘못 하면 남의 그물과 엉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배를 끌고 바다로 나가고 들어오는 것도 어려웠다. 경운기나 트랙터를 이용해 배를 육지로 끌어올리고 내려야하기 때문이다. 투망과 인망, 배를 대는 방법 등 어로작업에 필요한 지식과 노하우는 어촌계장을 비롯해 다른 어업인들로 부터 듣고 배웠다. 이를 바탕으로 하 씨는 혼자의 힘으로 어로기술을 익혀나갔다.

▲ 월하성포구를 뒤로 하고 꽃게 어장으로 가는 송화호.


꽃게 어장은 포구에서 30분 정도 걸린다. 다른 사람들이 쳐놓은 그물을 비켜 적당한 위치를 골라 투망할 장소가 정해지면 어장표시를 한 부표를 띄우고 닻을 내린다. 그물이 엉키지 않게 천천히 배를 몰아 그물이 다 풀리면 나머지 부표를 띄우고 닻을 던져 놓는다.

이렇게 세 틀을 설치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 투망한 장소는 모두 GPS플로터(위치확인 장치)에 입력시켜 놓는다. 인망 할때 위치를 쉽게 찾기 위해서다.

꽃게 투망은 두 사람이 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이곳 어업인들은 주로 부부가 함께 조업을 하는데, 하 씨는 혼자서 이 일을 다 한다. 그러다보니 힘이 들고 속도도 느리다. 하씨가 부인 조영숙(58)씨는 배멀미 때문에 배를 타지 못하게 하고, 육상에서 꽃게 떼어내는 작업만 돕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꽃게가 많이 들 때는 투망 후 3~4일 지나면 그물을 걷는데, 꽃게가 들지 않을 때는 일주일이 지나서 인망하기도 한다.

▲ 새벽녘에 바다에 나가 그물을 걷어 와서 트랙터로 배를 집까지 끌고 간다.


초보어업인의 나홀로 꽃게잡이

투망한 그물을 걷는 인망 작업은 주로 새벽에 이뤄진다. 사방이 어두운 새벽 바다, GPS플로터에 의지해 꽃게그물을 던져 놓은 위치를 찾아 깃대를 확인하고 갈고리로 자망그물을 걷어 양망기에 걸친 다음, 꽃게 그물을 걷어 올린다. 이렇게 세 틀을 다 걷고 나서야 선착장으로 돌아온다.

아직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선착장, 하 씨가 배에서 바다로 첨벙 뛰어든다. 배가 흘러가지 않게 선착장에 배를 잠시 묶어놓고 서둘러 육지로 오른다.

배를 운반해갈 트랙터와 배 수레를 옮기기 위해서다. 트랙터를 후진시켜 배 수레를 선착장 아래 바다 속으로 넣은 다음, 배를 올려 묶고 트랙터로 끌고 집으로 간다. 다른 어촌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하지만 이곳 월하성 에서는 배를 가진 모든 어업인들은 이 과정을 거친다.

다른 이들은 선착장 바로 위 해안 작업장에 배를 두지만 아직 어촌계 원이 되지 못한 하 씨는 배를 댈 곳이 없어 500여 미터가 떨어진 집까지 배를 끌고 온다. 하 씨는 땅 420평을 임대해 작업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거주하는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각종 어구를 보관할 대형 비닐하우스도 지었다. 출어준비에 필요한 그물작업은 물론 입항해서 꽃게를 떼어내는 작업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꽃게 자망어업은 그물을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물에 걸린 꽃게를 떼어내는 일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물에서 꽃게를 떼내야 출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꽃게가 상하지 않게 감긴 그물을 떼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경험으로 숙달된 기술이 필요한데, 경험이 부족한 하 씨 부부는 이 일이 서툴러 꽃게를 떼어내는 데만 3시간 이상이 걸린다.

지난해는 꽃게 어획이 신통찮았으나 올해는 다행히 꽃게가 많이 잡히는 편이라서, 평균 50~60kg을 잡고 많을 때는 70kg을 넘기기도 한다. 꽃게 판매는 홍원 항의 수협 위판장에서 위판하거나 지인들에게 판매한다.

귀어해서 꽃게잡이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일가친척들이 너도나도 싱싱한 꽃게를 찾는 바람에 고향 정읍을 비롯해 군산 등지로 배달하기 바쁘다. 꽃게는 20kg씩 그물에 넣어 산 채로 출하하거나 스티로폼 상자에 담아 보내기도 한다. 바다에서 갓 잡은 꽃게라 신선도가 좋아 인기가 높다.

 

꽃게잡이 끝나면 주꾸미 잡이 시작

10월 말, 꽃게잡이가 끝나면 가을 주꾸미 잡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주꾸미 잡이는 피뿔고둥을 묶어 만든 ‘소라방(소호어 업)’을 이용한다. 주꾸미는 피뿔고둥 속에 살면서 산란을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데, ‘소라방’은 주꾸미의 이런 습성을 이용한 것. 2015년, 하 씨는 소라고둥 4만개가 달린 소라방 어구를 2,000만 원에 구입했다.

지난해 가을 주꾸미 잡이를 시작했으나 주꾸미가 많이 잡히지 않았다. 경험부족으로 좋은 투승 장소를 제대로 찾지 못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소라방에 달린 소라고둥이 작아 주꾸미가 많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소라방 어구를 속아서 잘못 산 것이었다. 그 후 고둥을 큰놈으로 바꿔 달아 2016년에는 1,000만 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고, 올해에는 어획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라방은 김양식장 사이에 설치하면 많이 잡히는데, 김양식 시설물을 다른 한 사람이 벌려 줘야하기 때문에 혼자서 작업하는 처지인 하씨는 실행도 못해보고 있다.

그래도 주꾸미 잡이는 모릿줄을 끌어올려 아릿줄 끝에 달린 고둥에 주꾸미가 들어있는지 확인하고 갈고리로 주꾸 미를 빼내기만하면 되는 것이어서 꽃게 자망에 비해 작업이 수월하다. 주꾸미 잡이는 10월부터 시작해서 이듬해 4월 말까지 한다.

▲ 하 씨의 부인 조영숙 씨, 배는 타지 않지만 꽃게 떼어내는 작업은 열심히 돕는다.


바다는 공동체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

하 씨는 귀어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업은 자유 직업이 분명하지만, 직장에 다니듯 해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한다. 고기가 잡히지 않아도 그물은 쳐야 한다. 매사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비바람이 불어 바다사정이 좋지 않아 바다에 나갈 수 없으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촌은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 공동체고, 바다는 공동체가 함께 이용하는 삶의 터전이다. 하 씨는 이 삶의 터전에 뒤늦게 뛰어든 귀어·귀촌인들에게 동네 어업인들은 모두가 대선배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바다가 농촌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낫다. 문화생활도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다. 교통이 편리해지고 다양한 매체로 많은 정보를 받고 서로 공유하기 때문이다. 귀어·귀 촌을 하면서 병원이 멀다며 건강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검진을 자주하면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 하씨의 주장이다.

아직도 모든 것이 서투르다는 하 씨는 5년 정도는 지나야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부인과 함께 큰 욕심내지 않으며 건강하게 살 수 있고, 남의 간섭 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곧 월하성에 땅을 구하는 대로 아담한 전원주택을 지어 살 것이라며 웃는다. <정리=최정훈 기자, 자료협조=한국어촌어항협회 귀어귀촌종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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