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장어(뱀장어) 의무상장제’ 연내 시행 물 건너가나…강력 반발하는 생산자들
‘민물장어(뱀장어) 의무상장제’ 연내 시행 물 건너가나…강력 반발하는 생산자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7.12.18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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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늦춰지면 생산자, 소비자 피해 극심…연내 법 시행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장관 등 처벌 요구”
민물장어(뱀장어) 의무상장제 시행이 해를 넘길 것으로 보여 민물장어양식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의무상장제 시행에 대비해 민물장어양식수협이 전남 영암에 개설한 민물장어 위판장. ⓒ박종면

[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연내 이뤄질 것이라 믿었던 민물장어(뱀장어) 의무상장제 시행이 해를 넘길 것으로 보여 민물장어양식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물장어 의무상장제 시행이 늦어지는 이유는 지난해 12월 개정된 ‘수산물 유통의 관리와 지원에 관한 법률(수산물유통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에 대한 규제심사가 속히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의무상장제가 1998년에 임의상장제로 바뀌었지만 그때는 규제를 푸는 것이 진보이자 시대적인 가치였다고 업계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그 뒤 20년 가까이 지나 살충제 파동처럼 안전한 먹거리 제공에 문제가 생기고 은밀한 거래가 이뤄지다보니 유통상인의 가격담합 등으로 가격교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오는 22일 규제심사 이후 법제처 심의 남아

이런 이유로 민물장어양식업계는 “오늘의 시대정신은 생산자단체가 보증하는 계통출하로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유통상인의 횡포를 막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물장어 위판 의무화 지연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었다. 지난 10월 31일 열린 해양수산부 국감(종합감사)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2일 공포된 법률을 지난 6월 3일 시행하는 게 의무”라며 “수산물유통법 개정안이 이 시점까지 시행되지 않은 것은 엄중히 이야기하자면 법을 유명무실하게 하는 것이고 직무유기, 업무해태로 규정해도 달리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해수부 장관을 질타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윤종호 해수부 유통정책과장은 “지난달(9월) 말 시행규칙안이 내부적으로 확정됐고, 규제심사를 받기 위해 입법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규제심사위원회에 의뢰한 상태이며 올 연말까지 2개월 내에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다.

그럼에도 민물장어 의무상장제 시행이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해수부가 불필요한 행정절차와 민원을 이유로 법을 유예시키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민물장어양식수협 “입법 취지 무시하면 안 돼

민물장어양식수협 관계자는 최근 “9월 20일 합의한 자가 판매, 인터넷 판매, 자가 소형식당에 한정된 예외규정을 번복하기 위해 우리 조합과 아무런 타협 없이 대형 자가 판매도 가능토록 하는 내용으로 (12월 6일) 의견을 수렴하는 회의를 하겠다고 통보를 해왔다”고 토로했다.

민물장어 양식업계에서는 회의 참석범위도 문제를 삼았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이 없는 지자체와 지구별 수협 등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참여토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유통정책과 관계자는 “우리 부(해수부)는 거래 정보의 부족으로 가격교란이 심한 수산물로서 위판장 외의 장소에서 거래를 금지하는 수산물로 뱀장어를 지정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직접 매매 또는 거래하는 하는 경우 등에는 위판장 외 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의 ‘수산물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해수부 관계자는 “위판장 외 거래를 허용하는 음식점의 범위를 정하기 위한 회의가 왜 불필요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해당 지자체 생산자를 지자체가 대변할 수도 있고 허가기준도 있는 지자체, 위판을 해야 할 수협 등이 왜 참석대상이 안 된다고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민물장어 양식업계 관계자는 “해수부의 처사는 모법에 어긋나므로 법제처에서 시행규칙이 통과가 안 될 경우 시끄럽게 해서 국회에서 재개정 구실을 찾아 법을 유예시키려는 음모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발끈했다.
 

해수부 “민원 본질 따져야” 

또 다른 민물장어 양식업계 관계자는 “입법 취지대로 지난 3월 3일 시행규칙까지 예고됐지만 시행 한 달을 앞두고 실무자가 바뀐 뒤 입법 취지와 법을 어기고 실무자가 조작된 민원을 빌미로 강자인 가격교란 당사자들의 편에 서서 어려운 생산어가를 외면하고 있는 실상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이전 담당자 때는 (입법예고 전이라) 세부문제가 도출이 안 됐지만 입법예고 후 여러 민원이 제기돼 법제처 유권해석까지 받았다”고 해명했다.

수산물유통법 개정안 시행 지연으로 인한 민물장어 의무상장제 미시행 사태의 쟁점사항은 민물장어 위판을 생산자단체 협동조합인 민물장어양식수협 외 타 수협(지구별 수협 등)에 허용하는 문제와 예외규정을 두는 것 등 크게 두 가지다. 

생산자단체에서는 “해수부가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면서 타 수협 허용문제를 유도하고 유권해석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지구별 수협에 위판을 허용한다고 하는 등 입법 취지 실현을 위한 계통출하를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법제처에서 법에 어긋나 반려한 예외규정을 두려고 하는 등 법을 어기고 있다”며 “법제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게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예외규정을 두는 것이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다가 이제 와서 법에 어긋나면 재입법하겠다고 하는 것은 더욱 가관”이라고 강력 비판하고 있다.

국산 민물장어. 민물장어 의무상장제 시행이 늦어지는 이유는 지난해 12월 개정된 수산물유통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에 대한 규제심사가 속히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종면


민물장어양식업계 “법 시행 먼저” 

민물장어 양식업계는 “지난 9월 20일 민원인들과의 회의에서 (해수부와) ‘모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행규칙에 예외규정을 두는 것에 합의했지만 예외규정을 두면 결국 생산자도 식당이나 자가 판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법은 아무런 실효성이 없어지고 입법 취지가 몰각(沒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민물장어 양식업계의 주장은 △유통상인과 도매시장, 대형식당을 겸한 생산자 민원인들은 거의가 원산지 둔갑과 가격교란을 유발한 당사자이며 △자가 판매와 식당 운영, 유통을 겸한 생산자 민원인들은 생산만하는 어가와 비교하면 강자로 별도의 사업자등록증과 세무체계의 적용을 받고 있다는 것. 실제로 ㅈ 씨의 경우 민원인 대표로 회의에도 참석하고 있지만 ‘자가 판매하는 생산자를 빙자한 유통상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들에게 예외적용을 하는 것은 모법에도 위배되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억지행정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민물장어 양식업계의 의견은 해수부 장·차관, 청와대 농어업비서관 등에도 최근 전달됐다.

한편, 지난 6일 해수부 주최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뱀장어 직거래 범위 설정 관련 의견 수렴 회의’에는 민물장어 양식어업인 90여 명을 비롯, 총 130여 명의 참석대상자가 참석해 이 문제가 핫 이슈임을 입증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민물장어 양식어업인들은 “시행규칙 법제처 통과를 위해 노력하지만 모법에 어긋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때 우선 그 부분을 빼고 통과시킨 뒤 법을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법 시행이 우선’이라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생산자단체 “연내 법 시행 이뤄지지 않으면 장관 등 처벌 요구할 것” 

그런데 법 시행까지는 오는 22일로 예정된 국무조정실 규제심사(본심사)를 거쳐 법제처 심의까지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연내 시행은 생산자들 희망사항으로 끝나게 생겼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수부에서는 연내 시행을 위해 노력했는데 대외적 절차가 있다 보니 (연내 시행이)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성대 민물장어양식수협 조합장은 “지난 20년간 중국산 민물장어 3만 톤이 들어왔지만 단 1건도 중국산으로 표기되지 않았다”고 전제하고 “원산지 단속과 국제 기준의 안전성 검사는 전수조사를 해야 하는데 다른 곳에는 검사시스템이 안 갖춰져 있기 때문에 생산자단체에서 하는 것이 맞다”고 역설했다.

이어 김 조합장은 “(수산물유통법 개정안) 시행규칙이 모법에 어긋나 12월 30일까지 법 시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청와대 앞 집회허가를 내고 청와대 농어업비서관, 해수부 장관·국장·과장 등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에 총궐기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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