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 난제 중의 난제 ‘혼획’, 절충 아니라 '근본 대책' 필요
수산업 난제 중의 난제 ‘혼획’, 절충 아니라 '근본 대책' 필요
  • 변인수 기자
  • 승인 2017.12.04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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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자원관리 관점에서 해법 찾아야"
▲ 지난 9월 15일 세종시 정부청사 해양수산부 앞에서 궐기대회를 진행한 전국연안어업인연합

[현대해양 변인수 기자] 어업자원 남획 문제와 어업인 간 분쟁 등을 해소할 목적으로 지난해 12월 개정된 수산업법에 대한 후속조치로 해양수산부는 지난 1년여 년 동안 수산업법시행령 개정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중 혼획 관련 내용은 가장 핵심사안으로 이해가 얽힌 어업인(근해어업인과 연안어업인)간 맞서는 핫 이슈였다.

그러나 지난달 해양수산부가 ‘멸치 등 혼획물의 상업적 판매 금지규정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법제처가 불가하다는 해석을 내리면서 해양수산부는 2개 항목(멸치 혼획 제도개선, 기선권현망 조업금지구역 확대)을 제외한 나머지 9개 항목만으로 구성된 시행령 개정안을 진행하기로 함에 따라 혼획 관련 이슈는 잠시 물밑으로 가라앉은 것처럼 보인다.

결국 ‘뜨거운 감자’인 혼획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이번 시행령안 개정 과정을 보면, 업계간의 이해상충으로 혼획과 관련한 제도 개선이 대단히 지난한 문제임이 다시 드러났다.

 

혼획에 대한 입장 차이

연안어업과 근해어업은 거리의 구분개념이다. 현실적으로 조업구역 상 따로 정해진 연안과 근해의 개념이 없으므로 일반적으로는 어선의 톤수(10톤)를 기준으로 구분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근해어업은 기업형어업, 연안어업은 영세어업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번 ‘혼획’ 제도 개정안의 이해관계 당사자들은 근해어업으로 중·대형쌍끌이저인망어업과 기선권현망어업이다. 당사자는 아니지만 이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업종은 연안어업으로 지난해 출범한 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 정치망수협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대상어종에 섞여서 함께 어획되는 비대상어종을 혼획(by-catch)이라 일컫는데 정부, 업계, 학계 관련자들은 어획 과정에서 그물에 목적 어종 외 잡어가 들어올 수밖에 없기에 자연혼획은 불가피하다는 것에 대체로 공감한다.

특히 기선권현망어업의 경우 세목망을 사용하고 있고 어군탐지기로 탐지 후 조업을 해도 멸치를 제외한 다른 어류들이 섞여 들어올 수밖에 없다고 한다.

멸치권현망수협 측은 “현행 규정으로는 멸치를 조업하는 과정에서 타 어종이 섞여들어 올 경우 선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다 골라내야 하는데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한다.

 

‘혼획금지’ 또는 ‘조건적 혼획허용’ 제도

지난 9월 해양수산부는 수산업법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 법제처 질의 등을 통해 입법 절차를 진행해 갔다.

시행령 개정 내용을 보면, 중·대형쌍끌이기선저인망과 기선권현망 어업에 대해 자연 혼획은 허용하되 어획물에 대해 상업적 판매는 금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현행 규정 상 포획이 허용된 수산동물 외에 혼획으로 수산물을 포획하는 경우, 법 제97조 제1항에 따라 무허가어업으로 징역 3년, 벌금 3,000만 원이 부과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너무 가혹한 처벌이라는 어업인들의 불만을 고려했다”는 해양수산부의 설명이다.

이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대형쌍끌이저인망에는 혼획금지 어종에 멸치를 포함시켰고, △기선권현망은 기존 허용 어종인 멸치 외에도 벤뎅이, 청멸 등을 허용 어종으로 확대하면서 이 외의 어종은 혼획을 금지한다는 것. 대신, 자연혼획 된 어획물을 위판이나 사매매 등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금지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자연혼획된 어획물은 현장에서 버리거나 자가소비를 통해 소진해야 하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이 제도를 두고 ‘혼획금지’로 표현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피하기 어려운 자연혼획에 대해 상업적 판매금지만 지켜진다면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조건적 혼획허용’으로 볼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근해어업에 혜택이 돌아간 대신 기선권현망의 조업금지구역을 확대해 연안어업을 보호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해양수산부 측은 설명 자료를 통해 “확대되거나 신설될 기선권현망 조업 금지 구역은 부산 낙동강 하구 해역 등 6곳(면적 292㎢)으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35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구역들은 육지와 근접해 있는 곳으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좋은 어장을 형성하고, 특히 치어들이 많이 생육되는 곳이라 자원보호의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해양수산부는 설명했다.

연안어업인, “싹쓸이 어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 주장

지난 9월 15일 연안어업인 2,500여 명은 해수부 수산업법시행령 개정안에 반발해 세종시 해양수산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관련 법 시행령 개정안은 근해업종들이 작업 중 발생하는 자연 혼획물이라는 명분으로 치어마저 마구잡이로 잡는 법을 만들겠다는 일이라 이를 단호하게 거부한다"고 밝혔다.

김대성 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장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했던 수산업법시행령 개정안은 전반적으로 근해어업의 이익에 치중됐고, 해수부는 근해어업을 위한 법안을 만들고 있다”며, “근해어업에서 권현망 58척, 저인망은 73척, 기타까지 합산해서 전체 근해어선 약 220척 때문에 4만여 척의 연안어업인이 죽어야 한다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 측은 “지금도 불법어업을 자행하고 있고, 단속도 미미한 수준인데 혼획이 허용되면 싹쓸이 어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구·어법의 특성상 혼획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업종에 혼획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위반 시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모순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6일까지 연안 및 근해어업인의 의견을 수렴하는 입법예고를 실시하고 그 후속 절차를 밟아 올해 안에 시행령 개정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법제처가 해양수산부의 질의에 대해 불가해석을 내리면서 개정 작업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혼획된 어획물에 대한 상업적 판매를 금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해양수산부의 질의에 대해 법제처는 “법률(수산업법)에서 정하고 있는 내용과 배치될 뿐만 아니라 법률의 위임범위에도 벗어난 규정”이라며,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부처 간 협의를 통해 관련 내용을 삭제하기로 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향후 상위법인 수산업법 개정을 통해 관련 근거를 마련하고, 시행령 개정안 작업에 다시 돌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산업법의 한계

국제적으로 혼획은 금지가 원칙이다. UN, FAO, 국제수산기구 등은 혼획금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혼획금지 원칙 속에 일부 제한적인 허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이번 ‘조건적 혼획허용’ 제도에 앞서 지난해, 2016년 5월 해양수산부는 ‘제한적 혼획허용’ 제도를 추진하기도 했었다.

현재 근해·패류 형망, 연안·새우조망 등 4개 업종에 대해서는 기존 50% 혼획어용 규정을 두고 자연혼획된 어획물은 지정 위판장에서 판매를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멸치 권현망 등 3개 업종에 대한 3~10%의 제한적 허용정책을 두려고 했다가 연안어업인 및 학계의 반발로 올해 ‘조건적 혼획허용’ 정책을 펴게 된 것이었다.

그동안 해양수산부는 혼획 관련 분쟁 해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올해만 해도 15차례가 넘는 회의 및 간담회, 공청회를 열어 어업인의 의견을 듣고 이해와 설득을 통해 절충안 마련에 힘썼다. 그러나 이러한 해양수산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회의적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류정곤 선임연구위원은 <현대해양>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연혼획은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 현행제도는 그것을 금지하고 있어서 복잡한 문제가 돼버렸다”며, “혼획을 금지하는 현행 제도도 말이 안 되지만, 혼획률을 설정해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어업분쟁조정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자원관리 측면에서는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부경대학교 김도훈 교수도 “조업은 비슷한 장소에서 고정적으로 이뤄지는데 어쩔 수 없이 잡히는 것을 놓고 제도의 잣대로 불법을 저질렀다고 보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며, “시행 후 제대로 될 것인가에 대한 검증도 불확실하고 단속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연혼획물에 대해서도 “버릴 것이 아니라 양륙항에서 수거해서 사료로 쓴다든지 정부가 수거해 처리해야 하는 대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바다자원 이용 위해

멸치는 바다 생태의 먹이사슬에서 가장 하위에 있는 생물 중 하나로 개체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매우 중요한 어족자원이다. 멸치가 사라지면 바다 생태계는 교란을 넘어 붕괴에 이르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멸치 등 혼획의 허용에 관한 제도는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미래 먹거리인 바다 자원을 지키고 지속 가능한 이용 방안을 생각해보는, 시행착오를 통한 문제의 본질을 살피는 긍정적 계기가 됐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원관리의 관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김도훈 교수는 “조업금지구역 확대는 10년, 20년 뒤를 생각해 본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며, “기후변화로 인해 어종의 이동 경로가 달라졌고, 어떤 어업이든 조업금지구역을 확대한다는 것은 경영악화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배도 감척해야 하지만 조업금지구역도 줄여가야 한다. 정부가 규제를 가해버리면 어업을 행하는 입장에서는 경영이 어렵게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수협중앙회도 참여해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이정삼 어업자원연구실장은 “자연혼획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인데, 기존 법안이 자연혼획을 인정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이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을 해결하려다 보니 업계 간 불신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혼획으로 인한 수익을 근해어업이 연안어업에 양보를 하는 형태는 어떨까 한다”고 제안했다.

이정삼 실장은 “시장에서 거래가 됐다 하더라도 수익금은 시장으로 흘러가선 안 되고 배합사료의 원료나 자원조성기금, 연안어업발전자금 등으로 활용하고, 이를 통해어업인 간 지속적인 설득과 합의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지 않겠나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업종 뿐 아니라 앞으로도 오징어불법공조, 연근해채낚기 간 문제도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인데, 이때도 규정이나 수치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자율관리어업의 측면에서 수협중앙회도 적극적으로 중재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Mini Interview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선임연구위원

“어업구획 설정, 업종별 TAC제도 적용 해야”

류정곤 KMI 선임연구위원은 “현 어업관련 기준은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 놓은 수준인데 현재는 기술이 발달하고 어선도 좋아졌다. 연안까지 와서 큰 배가 어획할 수 있고 먼 바다에도 연안배가 조업할 수 있다”며, “연근해어업의 구분은 톤수로만 정해져 있고, 구획이 설정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업종간의 분쟁에 타킷을 맞추다보니 누구 편들기 아닌가 하고 갈등만 양산되는 것”이라며, 현재 수산업법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현안의 가장 큰 목적은 자원관리이고, 자원관리는 혼획문제로 풀 것이 아니다. 각 업종에 혼획율을 넣어주는 것보다 업종별로 TAC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구별, 업종별 기준을 마련해서 준수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고 말했다.
 
류 위원은 대안을 묻는 질문에 “일차적으로 서해, 남해는 12마일, 동해는 24마일 정도로 어업구획을 설정해 연안, 근해수역의 구분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업종별 TAC 제도를 마련하고 연안은 지자체, 근해는 국가가 책임지는 관리의 주체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Mini Interview 김도훈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
“조업금지구역 확대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아”

김도훈 부경대학교 교수는 “해수부가 지난해 5월 추진하려 했던 허용 혼획률은 근해어업인들이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던 수치일 가능성이 있다”며, “예전 기존 금지체장에 없던 어종들을 신설할 때, 해수부에서는 5%까지 허용해주겠다 했다가 민원이 제기되면서 20%까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잡는 어구가 바뀌지 않는 이상 제한이 힘들다. 해수부가 근해어업의 혼획률을 인정하는 대신 연안어업인에 대한 반발을 염두에 둬 조업금지 구역을 확대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업금지구역 확대는 10년, 20년 뒤를 본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기후변화로 인해 어종의 이동이 달라졌다. 멸치가 동해안으로 이동하고 있기도 하다”며, “어떤 어업이든 조업금지 구역을 확대한다는 것은 경영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가 규제를 가해버리면 어업을 행하는 입장에서는 경영이 어렵게 된다”고 경고했다. 자연혼획물에 대해서도 “양륙항에서 수거해서 사료로 쓴다든지 정부가 수거해 처리해야 하는 대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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