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자원 고갈문제에 대한 우리의 대처
수산자원 고갈문제에 대한 우리의 대처
  • 이주학 부산공동어시장 대표이사
  • 승인 2017.12.0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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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주학 부산공동어시장 대표이사

[현대해양] 2017년 대망의 새해 첫날, 우리 부산공동어시장 초매식에서 울려퍼지던 희망찬 종소리를 들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월로 접어들어 한 해의 마지막 달이다. 올 한 해를 돌이켜보면 진통이 많았던 해였다.
봄에 있었던 정치권의 큰 혼란과 함께 사회적으로는 프렌차이즈업계의 갑질 논란, 살충제 계란파동은 물론 가뭄에 따른 농작물 피해도 있었다.

수산업의 경우도 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바닷모래 채취에 따른 여러 갈등과 한·일어업협정 결렬 장기화로 인한 조업구역 축소, 최근 개정된 수산업협동조합 법의 지구별 조합 해산 기준 인원수가 200인에서 100인으로의 하향조정 등 올해 우리 수산업은 여러 가지 위기에 직면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수산자원 고갈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연근해 어획량은 100만톤 미만을 기록했다. 이는 44년 만에 상징적인 100만 톤 기준이 붕괴된 것으로 올해도 작년과 유사한 상황이다.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영향은 수산자원 부족이라는 것에 우리 모두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최근 언론에서도 남획을 지적하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미성어를 많이 잡아 어가(魚價)가 부진하고, 더불어 수산자원을 고갈시켜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법을 어긴 것도 아니다. 대부분 법에서 정하는 체장 이상을 어획한 것이며, 혼획비율을 초과하지도 않았다.

물론 체장제한과 혼획비율을 준수하지 않고 어획해 위판장에 위탁한다 하더라도 판매는 금지된다. 잡는 어업은 특성상 출어에 소요되는 유류비, 인건비등 고정비가 있다. 특히 대형 어선의 경우에는 그 경비가 막대하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어업인은 투망을 해서 잡아 올린 어획물이 크기가 작다고 해서 다시 방생 하는 것은 어려운 결정일 것이다. 혹여 방생한다 하더라도 잡는 순간부터 생물학적 죽음을 맞이하는 어종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방생이 아닌 버리는 것에 가깝고 이는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무조건 생산어업인에게 남획이라고 비난하고 그들의 행동이 잘못됐다고만 질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불법어업을 단속하고 그 기준을 만든 정부 정책이 잘못된 것일까? 그렇지도 않다. 정부에서 관련 법을 정비하고 개정할 때 현장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고려해 기준을 설정한다. 일방적으로 만든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문제의 원인이 누구 때문인지를 찾는다고 해서 수산자원 감소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즉, 지금은 서로를 비난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생산 어업인, 산지위판장, 중도매인, 유통업계, 정부, 소비자 모두 수산자원이 많이 고갈되고 있다는 것에는 충분히 동의하고 있다. 이제 수산자원 문제의 원흉을 폭탄 돌리듯 비난할 대상을 찾기보다는 이 문제를 다 함께 공감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할 때이다.

ⓒ박종면

먼저 전체적으로 자원회복 계획을 모두가 공감할 수있도록 현실을 반영해 수립하고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재 잡는 횟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휴어기를 늘리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는데, 개인 적인 견해로는 그보다 앞서 기술적으로 작은 사이즈를 잡을 수 없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현재 그물코 사이즈를 어느 수준까지 늘려야 투망을 해도 작은 사이즈는 잡히지 않는지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협의한다든지 미래 기술혁신을 위해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해 어군탐지기와 같은 장비의 획기적인 성능향상으로 투망 전에 대략적 사이즈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 개발도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고려되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주변국들과의 협의다. 우리는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잡지 않지만, 다른 나라 어선들은 가만있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 바다는 인접한 다른 나라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공유재의 비극에서 자유로울 수없다. 따라서 우리 수산자원 고갈에 영향을 주는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우리나라와 바다를 공유하고 있는 다른 나라와도 수산자원 고갈문제를 공감하고 다같이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이뤄져야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 수산인들도 자원고갈현상을 심각한 문제라고 받아들이고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경쟁이 아닌 공존, 상생의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부도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으로 자원회복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개발해주길 기대하며, 앞으로 수산자원 회복을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 가는 분위기가 조성돼 우리 바다에 풍성한 수산자원이 조성되길 기대한다.

곧 다사다난했던 2017년 정유년을 뒤로하고 2018년 황금 개의 해가 다가온다. 2018년에는 2월 평창 동계올림픽, 6월 지방선거와 같이 국가 대소사도 많이 있다. 내년에는 우리 수산업도 힘들었던 지난 몇 년간을 훌훌 털어버리고 우리 모두가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PROFILE 이주학 부산공동어시장 대표이사

이주학 부산공동어시장 대표는 부산수산대학(현 부경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부산공동어시장에 입사했다. 부산공동어시장 50년 역사상 두 번째 전문 경영인이자 첫 직원 출신 사장이다. 해양수산부 부활 국민운동본부(해국본) 공동 대표와 부산 수산분야 대선과제 추진분과 위원장, 부경대 총동창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수산물공판장(주) 대표이사,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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