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기반의 어장수용력 도입에 눈뜰 때
생태계 기반의 어장수용력 도입에 눈뜰 때
  • 홍석진 국립수산과학원 어장환경과 연구사
  • 승인 2017.11.0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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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O 2017 보고서 ‘수산자원, 생물학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
자연생태적 자산을 후손에게 좀 더 건강한 상태로 물려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현대해양]

▲ 홍석진 국립수산과학원 어장환경과 연구사

로드아일랜드와 굴양식

로드아일랜드(Rhode Island)는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州)이다. 대한민국과 비교하면, 가장 작은 광역자치단체인 충청북도의 절반 크기이다. 공식명칭은 ‘The State of Rhode Island and Providence Plantations’로 미국 내에서 가장 긴 이름을 가졌다.

로드아일랜드의 내러갠셋 만(Narragansett bay)의 북쪽에는 호화 맨션으로 유명한 미국 최대 부촌이(New port) 입지해 있어 항상 훌륭하게 관리된 요트가 왕래한다. 이들 또한, 다른 미국인들처럼 수산물 사랑이 각별하다. 해안을 끼고, 보트를 접안 할 수 있는 피어(pier) 시설이 있는 저택들에서 늘어뜨린 버켓에 굴을 기르는 것을 쉽게 목격 할 수 있다. 이러한 간이 양식 이외에도 내러갠셋 만은 대량의 굴 양식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로드아일랜드 주 정부는 1866년부터 bottom lease 형태로 어장을 임대해 굴을 양식을 허가·관리 하고 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 굴 양식업의 규모가 급격히 성장하게 됐다. 이에 따라 어장의 면적뿐만 아니라 패류의 먹이원 손실을 걱정하는 야생 대합 채취 어부와의 갈등이 빚어지게 됐다. 여기에서 도입하게 된 것이 어장 수용력(aquaculture ecological carrying capacity)의 개념이다. 일본에서는 ‘어장 환경용량(漁場 環境容量)’이라고 부르고, ‘어장의 최대 생산을 위한 입식생물의 최대 수용력 또는 어장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영향의 한계’ 로 정의해 어장관리에 도입하고 있다.

▲ 내러겐셋 만의 수산업 지도 (출처 : www.narrbay.org)

지속 가능한 생산을 위한 대화

URI의 연구원들은 굴 양식장과 야생대합이 포함된 연안 생태계의 생태계 모델을 통해 1차~3차까지 연안생태계의 먹이 연쇄에 따른 에너지 전달과정을 계산했다. 그 결과 현재의 양식장 입식량의 약 600배 이상 더 양식이 가능한 것으로 계산됐다. 이러한 수치를 놓고 수산업 및 양식업자는 물론 레크레이션 선박업자, 생태학자, 해양학자, 지역주민이 포함된 수용력 협의회가 구성돼 해역의 이용방안을 논의했다.

거듭되는 논의 끝에 주 정부는 모델링의 결과를 채택, 양식업이 생태계의 다른 종들에게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도록 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삼았다. 여기에는 상업적인 양식업자를 추가적으로 유치해 양식장의 양적인 팽창을 막도록 합의가 포함됐다.

즉, 충분히 추가적인 양식산업의 입지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상으로 자원을 사용하게 되면, 해양생태계를 망칠 수가 있고, 미래의 양식업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는 건전한 합의를 이뤄내게 된 것이다.

▲ 로드아일랜드 굴 양식장 형태 중 하나인 salt pond 굴 양식장 (출처 : www.seagrant.gso.uri.edu)

어장수용력과 적정양식

FAO의 2017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지구상의 수산자원이 남획 되고 있어, 생물학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biologically unsustainable level)이며, 수산자원은 최대수준으로 어획되고 있기 때문에, 수산자원 보전을 위한 범국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이 보고서는 2014년 세계 수산물 생산량은 1억 9,572만 톤이며 이중 양식업에 의한 생산량은 1억 109만 톤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고 밝혔다. 이는 어족자원이 감소함에 따라 어획량을 제한하는 국제적인 노력과 양식업을 장려해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다.

어류에만 국한한 수산물의 공급·수요 측면을 살펴보면, 2008년 4,200만 톤 부족(소비 대비 공급, FAO, 2010a)에서 2050년 8,200만 톤 부족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수요가 충분한데, 공급을 늘리면 되지 않는가?’, ‘아무 곳에 서나 물고기나, 굴 같은 어패류를 길러서 공급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양식으로 생물을 길러내는 것은 무한히 가능한가?

문제는 양식업이 아무 곳에서나 행해 질 수는 없다는데 있다. 자연환경과 사회·경제적인 여건이 적절하게 조합되는 공간, 즉 양식생물을 잘 길러낼 수 있는 ‘어장’이 필요하다. 양식산업에서는 양식업에 적합한 해역의 이용 가능성이 양식생산성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는 해역의 양식장을 대상으로 어장수용력을 산정하면, 대부분의 경우가 과밀양식으로 나타난다. 과밀양식은 생물이 더디게 자라는 성장저해나 양식생물의 배설물이나 사체가 쌓여 어장환경의 악화(어장 노화라고도 부른다), 또는 병해의 전파가 쉬워 사망률이 높아지는 등 양식 전반을 어렵게 만든다.

이런 이유로 생산성이 저하된 어장의 업자는 다시 수익을 늘리기 위해 초기 입식량을 더 증가 시키며, 이로 인해 먹이 자원부족으로 인한 성장의 저해는 더 커지며, 생산성은 더 나빠지게 되는데 이를 ‘양식생산의 악순환’이라고도 부른다.

현재까지의 연안해역의 양식산업은 농·축산업과 마찬가지로 생태계를 이용해 상업성 있는 동식물을 최대한 많이 생산하려고 노력해왔기 때문에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양적인 팽창만 진행해왔다.

양식장의 생산성은 양식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가용한 먹이의 양에 따라 좌우 된다. 따라서, 먹이원이 허용하는 한 최대 생산력 이하로 양식시설을 입식 해 최대생산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환경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생산적 관점에서 정의하는 어장수용력의 개념(production carrying capacity)이다.

그러나, 현재는 오염물질 발생량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어장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식업 성장은 그 성장이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그 양식장이 속해있는 생태계 내 사용자들 사이의 형평성을 유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러한 개념이 생태계 기반의 어장수용력(Ecological carrying capacity)인데, 우리도 이의 도입에 눈뜰 때이다. 그래서, 로드아일랜드 주민들이 선택했던 것처럼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생태적 자산을 후손에게 좀 더 건강한 상태로 물려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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