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와 소득주도성장
해바라기와 소득주도성장
  • 이준후 시인/BCT 감사
  • 승인 2017.11.0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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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후 시인/BCT 감사

[현대해양] 백일홍이 시들해지자 해바라기가 피어납니다. 가을꽃은 해바라기입니다. 해바라기가 피면 다른 꽃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해바라기의 세상이니까요.

그러나 가을이 돼 해바라기만 피는 것은 아닙니다. 코스모스도 있고 달맞이꽃이 있고, 요즘 들어 부쩍 왕성해진 꽃댕강이 있습니다. 볼품없는 울티리花 꽃댕강은 그 향기가 참으로 좋습니다. 어떤 한 꽃의 세상인 듯해도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 꽃들이 모여 세상을 만듭니다.

경제경영 세상에 ‘소득주도성장론’이라는 꽃이 무성합니다. 한마디로 임금인상이 총수요를 늘려서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으로 신정부의 경제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대폭적으로 올린것 하며, 비정규직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부문에서 채용인력을 대거 늘리겠다는 것과 이런 정책을 민간부문에까지 확산시키겠다는 것 등 다양하게 논의되고 추진되고 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이란 정확하게는 ‘임금주도성장(wage-led growth)’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것과 대비 되는 말이 ‘이윤주도성장(profit-led growth)’인데, 기업의 소득이란 곧 이윤이기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란 기업의 이윤에 의한 성장이 아니라 고용노동자들의 임금에 의한 성장을 말합니다.

우리는 지난 50년간의 국내 수요보다는 수출 공급으로 고속성장을 이뤘습니다. 사실 수출주도 성장기조에서 임금인상은 수출경쟁력을 낮추는 것으로 인식됐습니다. 성장의 결과 국부는 엄청난 축적을 이뤘지만 불평등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정부들은 재분배를 통해 복지를 늘리는 데 주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의 부와 소득의 불평등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청년실업의 문제는 당장의 사회문제만이 아니라 미래의 성장잠재력에서도 심각한 위험요소로 인식됩니다.

소득주도성장의 방법으로 우선 임금을 인상합니다. 이 임금인상으로 소득이 늘어나고 늘어난 소득이 소비로 연결되면서 총수요를 늘리게 되고 결국 경제성장률을 높이게 된다는 주장입니다. 임금소득이 늘어나면서 소득격차를 줄이게 되고 나아가서는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 소비도 늘어나면서 국내 수요가 증가해 기업도 투자를 하게 되고 기술개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또 수출에도 영향을 줘 수출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현재 우리 수출은 계속 무역흑자를 기록하고는 있지만 증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계는 엄청난 가계부채 때문에 더 이상 소비를 늘릴 수 없습니다. 수출주도성장, 부채주도성장의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세계경제 또한 유가하락으로 국제자산시장이 붕괴하면서 각국은 투자를 기피하고 있고 소비심리는 얼어붙고 있습니다. 미국만이 예외입니다.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금리를 내리고 화폐를 엄청나게 시장에 공급했습니다. 화폐를 공급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게 정상인데 선진국들의 소비자물가가 연 2%미만으로 인플레이션은 커녕 경기후퇴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만이 약간의 성장이 이뤄져 기준금리를 지난 6월 0.25% 인상해 우리나라와 같은 1.25% 수준입니다.

현재의 전세계적 경기침체는 경기순환적이라기 보다는 구조적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러한 시장상황 하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정책인 유동성을 대거 시중에 공급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이나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정책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에 더해 소득불평등 구조만 심화시킬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리해 그 대안으로 내세운 정책이 소득주도 성장정책입니다. 그렇다고 소득주도성장정책에는 문제가 없을까요?

임금이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입니다. 중요한 생산요소인 임금은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입니다. 물론 많은 나라에서 시장기구에의한 임금결정 외에 정책적으로 최저생계비를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제를 실시합니다. 그러나 시장에서 결정되는 임금을 정책적으로 그 하한선을 둬 통제하게 되면 부작용이 생깁니다. 일부 근로자의 소득은 올라가겠지만 다른 근로자들의 일자리 기회는 사라질 것입니다. 벌써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겠다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임금인상의 효과를 그 뿌리에서부터 흔들고 있습니다. 임금인상의 소득효과가 소비로서 시장에서 작용하기보다는 이자상환 등에 쓰인다면 그 효과는 반감되고 말 것입니다. 더구나 연말쯤 미국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니 국내 금리도 인상될 것이 분명합니다. 또 늘어난 소득의 대부분이 소비로 나타난다고 해도 성장은 소비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성장은 소비 이상으로 투자가 중요합니다. 국내 대기업이 엄청난 여유자금을 쌓아놓고 있습니다. 200조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런 자금을 두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정부는 불만이 많습니다. 기업들은 투자할 대상이 없다고 항변합니다. 규제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규제 중에 집단민원성 규제도 있습니다. 집단민원을 무시할 수 없어 정책에 포함시켜 규제로 만들어 버립니다. 선거 때문입니다.

기업의 투자는 성장과 직결됩니다. 기업이 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또 시대가 바뀌어 지금은 기업의 투자를 강요할 수 없다해 정부가 성장 기제로서의 투자를 포기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투자 환경을 만들고 규제를 제거하고 고용효과가 큰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투자 인센티브를 주어야 합니다. 전 정부의 정책이라고 해 덮어놓고 ‘창조경제’를 폐기해서는 낭비가 너무 크다고 하겠습니다.

가을에 한 가지 꽃만 피는 게 아닙니다. 해바라기만으로는 가을이 풍성해질 수 없습니다. 다양한 정책들이 결합해야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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