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가치로 돌아오는 자율관리어업, 모두의 관심이 필요할 때
더 큰 가치로 돌아오는 자율관리어업, 모두의 관심이 필요할 때
  • 손재학 국립해양박물관 관장
  • 승인 2017.11.0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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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재학 국립해양박물관 관장

[현대해양] “겨울에는 꽝꽝 얼었던 동태, 삼사월 봄에 잡히는 춘태, 산고를 겪고 뼈만 남은 꺽태, 겨우내 눈 맞아가며 황태가 됐던, 사시사철 우리 곁에 있던 명태. 지금은 어디 있는고? 집 나간 명태를 찾습니다!”

 

과거 대표적인 국민생선이었던 명태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 식탁에서 찾기 어려운 존재가 됐다. 1981년 약 17만 톤이었던 명태의 어획량이 2008년 0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정부 공식 통계기준). 그야말로 명태가 우리수역을 떠나 집 나간 순간이었다.

그래서 해양수산부에서는 2014년 ‘국산 명태 되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드디어 올해 세계 최초로 명태 양식에 성공하는 쾌거를 올린 바 있다. 올해 바다의 날에 방류됐던 어린 명태 15만 마리가 우리 바다의 터줏대감이 된다면, 우리는 다시금 동태와 춘태를, 꺽태를 만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명태는 왜 우리 주변에서 자취를 감췄던 것일까?

우리나라 근해 수온이 올라가는 등의 환경적 요인도 있었지만, 어린 치어까지 잡았던 남획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힐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비단 특정 어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즐겨먹는 고등어는 1996년 41만 5,000톤이 잡혔지만, 20년 후인 2016년 어획량은 3분의 1 수준인 13만 3,000톤에 그치고 말았다. 오징어 또한 마찬가지이다.

지난 20년 사이 어획량이 절반으로 줄면서 귀한 존재가 되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소중한 어족자원이 더 이상 집을 나가는 일이 없도록 우리 수산계의 노력이 절실한 때라고 여겨진다. 지구 온난화와 같은 환경적 요인은 모든 인류가 해결해야할 과제이지만, 무분별한 남획 및 불법어업 등으로 오는 피해를 예방하는 일은 우리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율관리어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자율관리어업은 어업인으로 구성된 단체(공동체)가 구성원 간의 협의에 의해 자율적으로 수산자원조성과 관리, 어장환경개선, 공동 생산·판매를 하는 형태의 활동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어업환경을 만들고 소속 어업인 모두의 소득이 증대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정책적인 부분에서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어업인 스스로가 현 상황에 맞는 관리를 해 나감으로써 탄력적인 어업관리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 방류된 명태치어

최근에는 이러한 자율관리어업의 성과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각 단체에서는 주기적으로 어린 물고기 방류를 통해 수산자원 보강을 하고 있으며, 고창군의 ‘구시포 수산물 복합 활성화센터’ 준공, 속초시의 ‘붉은 대게 직매장’ 준공 등 공동 판매의 기반을 조성하는 성과도 있었다.

아울러 지난 9월, 전라남도에서는 전국 최초로 어촌 공공일자리인 ‘자율관리어업공동체 도우미’의 운영을 시작하는 등, 새로운 방법을 꾀하는 모습들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수산인들의 노력과 함께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관심이다.

국민들이 수산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채널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국립해양박물관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수산에 대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알아갈 수 있다, 이러한 문화적 접근은 우리 수산업에 대한 긍정적 공감대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본다.

국립해양박물관 4층에 들어서면, 우리나라 수산과 관련한 내용을 접할 수 있다. 자산어보와 같은 과거 자료부터, 근대 수산업 현황을 정리한 자료, 각 동해·서해·남해의 대표적인 어종들을 표시한 자료들을 통해 우리의 먹거리인 ‘수산’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을 수 있도록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박물관에서는 지난 6월 29일 ‘원양어업 6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의 수산자원이 계속해서 줄어든다면, 이곳은 머나먼 과거를 반추하는 전시로만 자리 잡게될 수도 있다. 물고기가 과거 상상의 동물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아프리카 속담 중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다. 우리 수산업이 가야할 길은 짧지 않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우리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산업으로서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해 나가야 하지 않는가. 그렇기 때문에 빨리 가는 것이 아닌, 함께 오래 성장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PROFILE :  손재학  국립해양박물관 관장

손재학 관장은 부산동성고, 부산수산대 자원생물학과, 국방대학원(국제관계학 석사), 부경대 대학원(해양산업경영학 박사)을 졸업했으며, 농림수산식품부 어업자원관, 수산정책관, 국립수산과학원장, 부활 해수부 초대 차관, 부경대 석좌 교수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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