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31) 낚시어선업 문영석 씨
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31) 낚시어선업 문영석 씨
  • 백미리 기자
  • 승인 2017.11.06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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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배, 민박 어촌체험마을 도시민 힐링 꿈꾸다

 

[현대해양 백미리 기자]

▲ 문영석 씨

 귀어 전 거주지역 : 서울

 귀어지 : 충남 태안군 안면읍 대야도

 귀어 전 직업 : 운수업

 귀어연도 : 2014년

 사업형태 : 낚시어선업 어선(4톤급)

 귀어 초기자본 : 1억 원(자부담 1억)

 연간수익 : 3,000여만 원

 귀어동기 : 노후대비 경제활동


 

해기사 자격증 취득 등 차근차근 준비

문영석(60) 씨는 50대 중반에 귀어를 했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주위도 둘러보면서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문 씨의 고 향은 충남 태안 안면읍 대야도이다. 이곳은 60, 70년대 김 양식지로 유명세를 떨치던 곳이다. 김은 전량 일본으로 수출됐다. 덕 분에 생활은 풍요로웠다. 하지만 80년대 초 천수만 간척사업으로 김 양식이 어려워지자 많은 이들이 고향을 등졌다. 그 무리 중에는 문 씨도 있었다. 그렇게 30대 초반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가족과 함께 상경한 그에게 서울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무엇이든 일을 해야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택시 운전이다. 개인택시 면허도 얻었다. 풍족하지는 않았 지만 아이들 교육도 시키고 분가도 시켰다. 조금 여유가 생기자 고향에서 혼자 생활하시는 어머니가 자꾸 눈에 밟혔다. 때가 된 것 같았다. 그는 마침내 귀향을 감행한다.

우선 고향에 내려가면 어떤 일을 해야 할 지 고민하다 결론을 내렸다. 배를 한 척 사서 물고기도 잡고 낚시 손님도 받으면 밥은 먹고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를 위해 귀향 전 아내와 함께 해기사 자격증도 땄다. 배도 한 척 구입했다. 투자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4톤짜리 중고배를 구입했다. 배 마련에는 7,000만 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기존 집을 개조해 주택

 구입비는 따로 들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직접 하나하나 고쳐나갔다. 인건비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이것저것 해서 고향에 정착하기 위해 들인 돈이 1억 원 정도다. 귀어 지원금 등을 이용해 좀 더 크게 일을 벌일 수도 있었지만, 큰 돈을 벌고자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다.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빚 안 지고 소박하게 시작하고 싶었다. 그렇게 30년 간의 객지 생활을 마감하고 2014년 말 안면도에서의 생활이 시작됐다.

▲ 어촌체험마을에 활용하고 있는 은행나무호

“아무리 고향이지만 서먹, 먼저 다가갔죠”

문 씨는 나름 준비를 했다고 자신했다. 어머니도 계시고 가끔씩 내려와 교류를 했으니 마을사람과의 조화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여겼다. 하지만 30년 만에 돌아온 고향의 분위기는 왠지 낯설었다.

“초창기 모든 게 서먹서먹하더라고요. 가끔 내려와 보던 고향과 막상 정착해서 보는 고향은 달랐습니다. 제가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죠. 30년 동안 고향을 떠나 있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처음에 받아들이기가 힘든 것 은 사실이죠. 마을사람들에게 더욱 더 친근하게 다가갔습니다. 도시에서는 공동체 의식이 희박하잖아요. 하지만 시골은 다릅니다. 함께 살아가는 곳이니까요. 마을 30여 가구가 모두 이웃이죠”

귀어귀촌인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애로가 바로 주민들과의 동화다. 이는 문 씨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누가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좀 더 살갑게 주민들을 대하고 마을 일에도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무슨 일이든 자기 하기 나름이다. 이런 노력이 지속되자 주민들도 이전의 다정다감한 고향사람들로 돌아왔다. 그렇게 어우러져 갔다. 그제야 본격적으로 ‘사업’에 주력할 수 있었다.

가을, 서해 바다는 주꾸미 천지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로 대야도는 북적인다.

“이곳을 찾는 이들이 힐링을 하고 돌아갔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주꾸미를 잡고 갯벌 체험도 하면서 충전을 하고 돌아갔으면 합니다. 저의 역할은 이들이 즐겁게 놀다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초보자들에게 낚시 요령도 가르쳐주고 말이죠”

문 씨는 시골집을 개조해 민박집도 운영하고 있다. 바로 ‘안면도 은행나무 집’이다. 배 이름도 은행나무호다. 집 앞에 400, 500년 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떡 버티고 서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집에 들어서면 아늑한 분위 기가 느껴진다. 여기서 하루 묵으면서 낚시도 하고 어촌을 체험하는 것이다.

▲ 은행나무민박의 상징인 큰 은행나무는 문영석 씨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SNS 홍보 등 젊은이 못지않아

▲ 인터넷, SNS 등 활발한 홍보 활동으로 찾아오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

문 씨는 블로그와 SNS를 활용한 홍보에도 능통하다. 손님들의 월척 사진도 찍어서 올리고 글도 덧붙인다. 한 번 다녀간 이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조금 유명해졌다는 게 그의 겸손한 자랑거리였다.

사실 대야도는 어촌체험마을로 유명하다. 호미를 들고 갯벌로 나서면 바지락 등이 지천이다. 이런 색다른 경험을 하기 위해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다. 그는 어촌체험마을 위원장을 1년 정도 했다. 마을의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 했던 것이다.

“우리 체험마을은 전국적으로 유명합니다. 벤치마킹하러 오는 이들도 많고요. 살기 좋은 어촌마을을 가꿔 나가자는 주민들의 노력이 결실을 거둔 것이죠, 언론에도 많이 소개가 됐습니다. 저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했을 뿐이죠”

하루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가는 마을을 보면 뿌듯하다 는 그다. 2년차 귀어인 문 씨는 이제 좀 편안해졌다고 한다. 마을 공동사업도, 본인의 사업도 제 궤도에 올랐다는 얘기다. 물론 아쉬움도 토로했다.

“어촌에서는 소득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는 마을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면 절로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바로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는 이들로 인해 몇몇 사업들이 지지부진하다는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장기적으로 봐야 합니다. 요즘 들어 귀촌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귀농에 비해 귀어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체계적인 교육시스템도 부족합니다”

목소리를 높이는 그의 말에서 귀어에 대한, 아니 어촌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낚싯배와 민박을 통한 힐링사업 만족

“준비 없는 귀어귀촌은 말리고 싶습니다. 철저한 준비를 해야 안착할 수 있습니다. 귀어귀촌종합센터 등을 통해 지역의 특성을 먼저 파악하고 귀어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할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문 씨는 사전 준비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자신도 군청에서 실시하는 어업인교육을 보름 넘게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준비가 부족했던 탓인지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이다. 또 귀어에 대한 적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낚싯배와 민박은 고객을 대하는 일이다. 이들을 대하는 것을 불편하게 느낀다면 일을 계속해 나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 귀어로 찾은 여유 덕에 부부의 정도 돈독해진다.

문 씨는 낚싯배와 민박을 운영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한마디로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단다.

“제가 하는 일이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잖아요. 서비스정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죠. 그들이 편안하게 쉬었다 갈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그게 처음에는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이제 많이 노련해졌습니다”

그렇게 문 씨는 대야도 원주민이 돼가고 있었다. 어머님 모시고 아내와 큰 욕심 없이 살아가는 고향생활에 그는 만족스럽다고 한다.

“서울에서 아등바등 살 때와 비교하면 참으로 편안합니다. 이웃과의 정이 있고 제 생활이 있잖아요”

문영석 씨의 생활 신념은 ‘소욕지족(小慾知足)’이다. 욕심을 줄이고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인터뷰 내내 편안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귀어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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