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 바다도 검은 ‘흑산도’
산도 바다도 검은 ‘흑산도’
  • 양이진 기자
  • 승인 2011.01.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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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번 만번 밀려오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어디 선가 구성진 노랫가락이 흘러나온다. 확성기를 타고 메마른 공기 중으로 퍼지는 노래는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 구불구불한 흑산도의 일주도로 끝. 상라봉 바로 아래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에 가까워지자 애잔한 그 음악이 검푸른 바다와 어울려 깊은 여운을 남긴다. 흑산도의 검은 산과 바다에 깊은 그리움, 아쉬움 묻어두고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를 갈무리 해 본다. 

홍어의 본향 ‘흑산도’

홍도와 함께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우리나라 대표적인 해상 관광지 흑산도는 산림이 울창해 섬 전체가 검게 보인다해서 ‘흑산도’라 불린다.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 50분정도를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흑산도는 망망대해에 있어 옛날부터 유배지로 사용되어왔던 섬이다.

흑산도 예리항에 배가 닿자 작은 항은 관광객들과 주민들로 생기가 넘쳐난다. 바로 입구에 형성된 작은 어시장은 직접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들로 마음 급한 관광객들의 발목을 잡기에 충분하다.
홍도 관광의 백미가 해상관광이라면 흑산도는 차를 타고 달리는 육로관광이 색다른 맛이다.

정약전 사촌서당, 상라산성, 상라봉,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예리항, 장도고층습지 등 명소들이 즐비하다. 육로관광을 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흑산도에는 현재 버스 9개, 택시 8대가 마련돼 있다. 버스나 택시 모두 운전기사들이 관광안내자역할을 톡톡히 해 준다. 택시 1인 요금은 15000원.

택시기사는 관광해설가

버스와 택시는 요금이 거의 비슷해 원하는 곳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택시를 이용했다. 예리항에서 출발한 택시는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청동기시대의 지석묘인 지석묘군(支石墓群)에 도착한다. 이곳은 학술적 가치가 높아 1994년 1월 문화재 자료 제 194호로 지정됐다고 한다. 이어서 흑산천주교 성당, 진리해수욕장을 거쳐 신들의 공원과 처녀당을 지난다. 역사와 전설을 간직한 흑산도의 이야기는 택시기사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다.

이미 수도 없이 반복되면서 다듬어 진 듯 전문해설가 못지않은 입담으로 관광객들의 지적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최근 개통된 흑산도 일주도로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속리산의 말티고개 보다 더 심한 굴곡의 S자형 고갯길을 감돌아 올라가면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있는 상라봉을 넘게 된다. 상라봉 전망대에서 일주도로와 다도해 풍경을 바라봤다면 반대쪽에서는 흑산사리마을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다.


바다의 파도를 막아주는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듯 일렬로 죽 늘어선 칠형제바위는 사리마을 풍경 중 단연 손꼽히는 곳이다.

검푸른 바다와 나무, 산들이 어우러져 흑산도 본연의 진면목을 실감케 한다.

이 밖에도 바다에 우리나라 지형을 닮은 한반도 지형바위, 자연환경파괴를 최소화 했다는 해안 일주도로 등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역사의 숨결 살아있는 곳

흑산도 하면 홍어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있으니 바로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이다. 조선후기 문신으로 천주교 박해로 흑산도에서 16년간 유배생활을 했던 손암 정약전(정약용의 둘째형)이 저술한 자산어보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족 연구서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해양생물학 저서이다.

손암 정약전은 근해에 있는 물고기와 해산물 등 155종을 채집해 명칭, 형태, 분포실태 등을 기록한 자산어보를 저술했다. 그 당시와 현재를 비교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지금도 어민들뿐만 아니라 어류학자들의 교과서처럼 읽히고 있다.

이 밖에도 조선말기 유학자 최익현도 이곳에서 유배생활을 해 아직 그 유적지가 남아있으며 장보고가 쌓았다는 전설이 있는 상라산성은 전라남도 지정문화재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예리항에 노을이 진다.

다른 승객들이 내리고 난 뒤 노을에 집착하는 기자를 위해 택시기사가 무료로 상라봉을 향해 달려준다. 25㎞ 굽이진 도로를 달리는 동안 해가 졌다. 하지만 그 넉넉한 인심으로 가슴은 따스해 졌다. 숙소를 정하고 나와 삭히지 않은 싱싱한 홍어회 한 점에 배의 울렁증을 잠재우기 위해 칼칼한 장어볶음으로 속을 가라앉힌다. 

다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서남해 끝자락에서 맞이하는 밤. 육지에서 2시간여 떨어진 흑산도에 맞이하는 겨울밤은 고즈넉하다. 간간이 들려오는 파도소리에 한 해 동안의 아쉬움을 쓸려 보내고 한 해를 맞이하기 위한 마음가짐으로 또 새로운 파도를 맞이한다. 

흑산도 가는 길

목포여객선 터미널에서 오전 7시50분, 8시10분, 오후 1시, 4시 출발한다.
소요시간 : 약 2시간, 운항요금 : 3만1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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