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蜂의 ‘새이야기’ ① 바다직박구리
淸蜂의 ‘새이야기’ ① 바다직박구리
  • 송영한 작가
  • 승인 2017.10.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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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자 숨결 스며든 야생의 고결함

[현대해양]

‘새이야기 ’ 연재를 시작하며

내 어린 시절 살던 고향은 뒤 언덕에는 대나무 숲이 있고, 앞들에는 작은 강물이 맑게 흐르는 농촌마을이었다.

감나무, 살구나무, 모과나무, 뽕나무, 대밭의 대나무들이 집집마다 울타리를 이뤘고, 철따라 마을의 색깔이 변하여 뭇 새들을 불러 모으는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겨울이면 ‘아옹아옹’ 올빼미, 밤이면 ‘부엉부엉’ 부엉이가 울고, 봄이면 종다리가 청록색의 알을 낳았다. 여름이면 날씬한 물총새가 맑고 작은 강가로 날고, ‘뜸북뜸북’ 뜸부기는 논에서 새까만 병아리를 낳았다. 때까치가 메뚜기를 잡아서 마른 감나무 가지에 꽂고 높은 목소리를 내면 가을이고, 갈까마귀 떼가 하늘을 뒤덮으면 겨울이 우리 마을에 찾아왔다.

내가 군대를 제대하고 돌아오던 날, 우리 마을 뒤 언덕 타일공장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 나왔다. 맑게 흐르던 작은 강에는 검푸른 죽음의 물이 흘렀고, 강물에 살던 뭇 생명들은 아름답던 물총새와 함께 우리들 곁을 떠나갔다.

대학을 졸업하고서 나는 ‘새들이 노닐던 고향마을’은 까마득히 잊고, 세계적인 준설매립사업을 포함한 국내외의 각종 건설 사업에 참여해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데에 일조했고, 이를 자랑했었다.

정년의 나이가 되어 옛 추억을 꿈꾸며 돌아온 내 고향은 고층 빌딩들이 키를 자랑하고, 넓은 도로들은 들판을 가로 질러 달리며, 맑은 물이 흐르던 작은 강은 콘크리트로 복개돼 이제는 더 이상 볼 수조차 없는 기억 속의 유물이 되어버렸다.

 

창조자 숨결 스며든 야생의 고결함

▲ 바다직박구리 숫컷

 

2012년 5월, 나는 제주도 해안 바윗돌 틈새에서 바다직박구리란 놈을 이름도 주소도 모르고 만났다가 사진만 찍고는 헤어졌다. 당시 검푸른 제주용암절벽의 무늬를 배경으로 시원한 코발트색 저고리에 밤색 치마를 두른 예쁜 새에 나는 매료돼 버렸다. 그 이후 ‘야생조류 도감’ 등 야생조류에 관한 책들을 구하기 시작했고, 야생의 새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바다직박구리는 암수의 깃털색깔이 뚜렷이 다르다. 수컷은 화려한 깃털의 색깔을 하고, 암컷은 적으로부터 쉽게 발견되지 않기 위해 보호색의 깃털을 한다. 새들도 화려한 복색을 꾸며서 이성의 배우자로부터 주목을 받고 자하는 본성이 있으나, 알을 품어서 부화시키고 새끼를 돌보는 기간 동안 안전이 필요한 암컷은 창조자의 위대한 배려로 보호색의 깃털을 받았다. 야생의 아름다움과 창조자의 깊은 뜻에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 바다직박구리 암컷

바다직박구리는 단독생활을 하는 새로 잘 알려져 있지만, 알을 부화시키고 새끼를 키우는 기간 동안 부부새들은 철저히 새끼들의 안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지난 5월 제주도의 한 해변에서 아침 일찍 만난 바다직박구리 부부새들은 사냥을 마친 뒤 바로 새끼가 있는 둥지로 들어가지 않았다. 입에는 새끼들을 위해 구해온 먹이를 물고 1시간 이상 위장 이동을 하면서 새끼들과 교신을 통해 안전을 확인한 후 둥지로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이들의 새끼를 향한 끝없는 사랑을 느꼈다.

▲ 바다직박구리 · 참새목 / 딱새과 · 몸길이 : 약 23 Cm · 먹이 : 해안의 작은 동물, 벌레, 나무열매 · 출현기 : 사계절

바다직박구리는 유럽남부에서 일본에 이르는 유라시아대륙 전역에 서식하며 겨울에는 남하하여 아프리카, 인도남부,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해 월동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름철새로 동절기에는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흔치않게 우리나라의 남부해안에서 월동하기도 한다.

 

 

작가 프로필  淸蜂 송영한

1952년 부산시 기장 출생, 동래고등학교, 부산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삼성물산(건설부문)에 입사, 32년을 근무하는 동안, 싱가폴 지하고속도로공사 등 주요 해외토목공사의 현장소장을 역임했다. 싱가폴 정부로부터 3년 연속 최우수 안전 및 품질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 난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삼성건설의 세계적 위상을 정립했다. 2002년 해외건설사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건설부장관 표창 수상, 2003년 삼성건설 제1호 Master(명장)에 선임됐다. 이후, 자연환경을 훼손하는데 일조한 자신에 대한 후회와 사라져가는 생태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고, 생태 및 환경 보호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2016년 추암사진페스티벌 동메달 수상 등 사진대회 다수 입상

· 2017년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 생태 및 환경운동가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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