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유출사고가 남긴 것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유출사고가 남긴 것
  • 이희영 해양수산부 허베이스피리트피해지원단 부단장
  • 승인 2017.10.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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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바다는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 이희영 해양수산부 허베이스피리트피해지원단 부단장

[현대해양] 지난달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충남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일원에서 ‘서해안 유류피해극복 10주년 행사’가 열렸다.

기름유출사고 10년을 맞아 기적을 일궈낸 123만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다시 푸른 옛 모습을 회복한 아름다운 서해를 안팎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2007년 12월 7일 태안 만리포 앞바다에서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 소속 ‘삼성1호’가 충돌하면서 12,547㎘의 원유가 유출돼 서해안 일대는 사상 최악의 검은 재앙으로 뒤덮였다.

당시 정부에서는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국가의 자원과 역량을 총 동원했지만 기름띠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갔다.

당시 해양 전문가들은 원상회복까지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마다 놀라운 응집력과 강인함을 보여줬던 우리 국민들이 다시 힘을 보였다. 전국에서 온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자갈과 바위를 하나하나 닦아냈다.

민·관·군을 합치면 연인원 213만 명이 온 힘을 다해 방제에 나섰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국민성금이 답지하는 등 전국민이 발벗고 나섰다.

 

▲ 전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피해복구를 위해 힘을 합쳤다.

 

우리 정부도 피해주민 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긴급생계자금과 무이자 대부금을 지원하고 선주와 국제기금을 대신해 배·보상금을 지급하는 등 피해민의 조속한 생활 안정을 위해 힘썼다.

또한, 어족 자원과 해양환경 복원, 이미지 개선 등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을 통해 지난 10년간 피해의 흔적을 지우고 이같은 대규모 유류오염사고가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해양오염사고 현장대응능력을 기르기 위해 해양환경교육원이 설립됐고, 단일선체가 문제가 된 사고를 교훈 삼아 국제협약보다 5년 앞선 2011년부터 5,000톤 이상 단일선체 유조선의 국내운항을 금지했다.

유조선에 의한 초대형 유류오염 피해에 대비하기 위한 국제기금 보상한도도 대폭 인상됐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러 방제작업을 위해 만든 작업로가 솔향기 가득한 생태 등산로로 탈바꿈했고 서해바다는 생명의 바다로 기적처럼 되살아났다.

멸종위기종인 상괭이와 점박이물범이 발견되고 지난해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는 태안 해안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 보호지역 카테고리를 Ⅴ등급에서 Ⅱ등급으로 변경한 바 있다.

되살아난 서해를 보며 해양안전과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새롭게 되새긴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환경을 보호하는 일은 국가의 책무이며 깨끗한 바다, 맑은 공기, 풍요로운 땅은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사고 당시 언론과 환경단체 등에서 유출유 확산 차단 등 초동조치 미흡, 현장지휘 체계 이원화와 책임한계 불명확, 과도한 방제로 인한 자연경관 훼손 등 여러가지 지적이 있었다.

▲ 유류유출사고 당시 기름범벅이 된 바다.

허베이스피르트호 유류유출사고는 해양오염사고 예방시스템을 강화하고 국가방제 지휘체계 재정립, 해안오염 방제 체계 정비 및 대응능력 강화, 방제장비 확충 등 체계적인 해양오염사고 대응시스템 구축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재난에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예보, 경보시스템을 갖추고 초고속 해상재난안전 통신망을 구축해 해양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지자체의 능력을 넘는 해양재난과 재해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국가기관 간의 협업체계를 갖춰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해양환경관리 패러다임을 선계획 후이용 방식을 통해 바다가 주는 이점은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소중한 자원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연안으로부터 배타적 경제수역(EEZ)까지 전 해역을 통합관리하고 우리 바다가 주는 혜택을 물려줄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

우리바다 되살리기 프로젝트를 통해 어구 종합관리체계, 바다숲, 바다목장 확대 조성, 휴어제 도입 등으로 지속가능한 연근해 어업 기반을 구축해야 하겠다.

서해 갯벌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우리 후손들이 이 아름다운 해안과 천혜의 갯벌을 체험하고 누릴 수 있도록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이뤄가야 한다.

모두의 힘으로 제 모습을 되찾은 서해 바다가 국민에게는 쉼터가 되고, 지역경제에는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자체,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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