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대한민국 수산’ 향한 담대한 도전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 수산’ 향한 담대한 도전
  • 김임권 수협중앙회장
  • 승인 2017.09.2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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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김임권 제24대 수협중앙회장

[현대해양] “나는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 9개의 다리(9-Bridges 전략)를 놓아 동시다발적인 협력을 이루어나갈 것을 제안합니다. 그 9개의 다리는 가스,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입니다.”

지난달 7일 문재인 대통령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그리고 필자는 같은 날 인근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한-러 비즈니스 다이얼로그 수산협력 세션의 패널로 공식 초청받아 참석한 자리에서 러시아와의 구체적인 수산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대통령이 양국의 우호증진을 위한 주요 협력 분야로 수산을 러시아 측에 제안함으로써 그동안 수협이 민간 차원에서 진행해왔던 러시아 수산협력사업은 이제 한-러 양국 정부 간의 공식 의제로 격상된 것이다.

 

‘난공불락’ 러시아 빗장을 걷어라!

수협이 수산협력을 추진하기 시작한 지난해 초만 해도 종이 한 장 끼울 틈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러시아의 육중한 문은 꼭꼭 닫힌 듯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협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진입할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은 러시아였지만 끈질기게 문을 계속 두드렸다. 대한민국 수산의 미래가 우리에게 걸려 있다는 결연한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광복을 위해 연해주로 나가 전진기지를 개척했던 독립투사들의 비장한 의지는 우리 수협중앙회 임직원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독립투사들이 외세에 빼앗긴 조국을 구하고자 했다면, 수협은 자원고갈로 곧 멈춰서버릴지 모르는 대한민국 수산을 구하기 위해 연해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연근해 어민들은 자원고갈이 심각해짐에 따라 앞으로의 생계를 걱정해야할 형편에 놓여 있다. 수협은 어민들이 먹고 사는 걱정 없도록 만들어야 하고, 동시에 국민과 국가경제에 기여해야 할 책무가 주어진 협동조합이다. 안으로는 고기떼가 넘치는 바다를 회복시켜야 하고, 밖으로는 외화획득으로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극동수역을 공략한다

러시아 북방어장 진출을 위한 노력은 바로 이와 같은 두 가지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어선과 자본, 인력이 해외로 진출하면 우리 연근해에서의 어획 노력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이는 즉각적인 자원회복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동시에 수출 교역 활성화로 외화획득과 수산업 발전을 위한 좋은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러시아는 이와 같은 구상을 실현하기에 가장 좋은 파트너다. 러시아는 작년 어업생산량이 475만 톤이 넘는 수산대국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와 인접한 캄챠카 등 극동수역에서의 어획량이 65%를 차지한다. 가깝기 때문에 우리 근해어선들이 출어하기에 적합한데다 자원양도 대단히 풍부한 장점이 있다.

반면 러시아는 아직까지 어획하고 단순 유통하는 것 외에 수산업이라고 할 만한 기반 시설이 충분치 않은 국가다. 때문에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자본과 기술을 가져간다면 극동지역 발전에 힘을 쏟는 러시아 측과 이해가 맞아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캄차카 등 러시아 극동지역은 우리와 같은 피가 흐르는 고려인들이 주축을 이루는 곳이다. 동질감을 갖고 더욱 긴밀한 협력을 시작할 수 있는 지역이란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양어사료용 어분 합작생산부터 

수협은 이번 동방경제포럼에서 양어사료용 어분 합작생산부터 단계적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어분공장이 설립되면 그 다음 단계로 한국 어선이 러시아 수역에서 조업한 후 어획물을 어분공장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향후 양국 간 상호신뢰 구축이 확대되면 고부가가치 수산가공산업, 양식산업 등 교류분야를 다각화함으로써 한국 근해어선들의 조업을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이는 결국 우리 어장에 자원회복을 위한 휴식기를 주자는 것이고, 큰 틀에서 현재 수협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율적 수산자원관리 방안과 궤를 함께 하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너 오스트롬은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서’라는 저서에서 공유지는 결국 자율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산업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공유지인 ‘바다’에서 일어나는 특수한 산업인데도 그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규제와 처벌 일변도로 관리하는 기존 방식은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

 

자율적 수산자원 관리로 ‘공유지의 비극’ 막아야

이제부터는 어업인 스스로 참여하는 어선감척, 자율적 휴어제 등 자율성에 기반한 자원관리 방안이 필요하고, 자원회복을 위해 어민들이 덜 잡아 생기는 손실을 보전해주는 정부의 지원책이 요구된다. 반면 해외어장 진출은 조업축소 내지 중단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수반하지 않고 연근해 자원증식 효과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어민과 수협 스스로도 얼마든지 시행할 수 있는 자원회복 방안이라는 점에서 수협이 적극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의 문을 여는 동시에 자율적 수산자원 관리로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수협과 어민들의 담대한 도전에 정부와 국민이 힘과 정성을 함께 모아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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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김임권 수협중앙회장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은 경남 남해군에서 태어나 부산수산대학(현 부경대)을 졸업하고 서울대 해양정책 최고과정을 수료했다. (주)혜승수산 대표이사로 대형선망 선단을 이끌며 대형선망수협 조합장(16~17대)을 역임했다. 현재 수산 전후방산업을 모두 아우르는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장, 미래양식포럼 대표 등으로 활동하며 여론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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