魚頭肉尾(어두육미) 유감
魚頭肉尾(어두육미) 유감
  • 김성욱 현대해양 발행인
  • 승인 2017.09.1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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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한국 청년들 역동적 도전정신이 사라졌다 

▲ 김성욱 현대해양 발행인

지난 8월 12일 KBS 1TV를 통해 세계적 투자가 짐 로저스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세계 3대 투자가로 손꼽히는 워런 버핏과 조지 소르스, 그리고 짐 로저스라는 인물에 대해 평소 대단한 관심과 호기심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도대체 그들은 무슨 지식과 지혜와 어떠한 정보를 통해 세계 최고의 투자가라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는지 그 원인을 무척이 나 알고 싶었던 것이다. 특히 짐 로저스는 최근 10년간 4,200%라는 사상 초유의 투자수익률을 기록한 미국 월가(Wall Street)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인물이다.

 

우리는 흔히 떼돈을 번 사람들을 백안시(白眼視)하거나 부정과 부패, 아니면 일반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권력주변의 알짜정보나 실세들과의 짬짜미로 큰 돈을 벌었을 지도 모른다는 편견을 가지기 일쑤다. 그러나 짐 로저스의 2회에 걸친 강연을 들으면서 일반인들의 부자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됐다.

 

그는 사무실에 앉아 정보 보고서만 분석해서 투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투자할 국가와 기업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그 나라 지도자의 경제정책을 분석하고 젊은 세대와 전문가집 단과의 끊임 없는 대화와 현장체험을 통해 투자를 결정하는 대담한 행동가였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는 미래의 가능성과 그 사회가 갖는 진취적 역동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사회경제학자의 품격을 지닌 투자가였다.

 

젊은이가 용기와 패기를 펼치는 장을 만들어야 

그런 그가 한국에 대해서는 더 이상 투자의 매력이 사라진 국가라고 단정지었다. 노량진 고시촌을 찾아간 그는 합격률이 1.8%에도 못미치는 공무원시험에 도전하기 위해 하루 13시간 이상 자습서와 씨름하는 한국 젊은이들을 보면서 희망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고 했다. 청년들이 창의적인 일에 도전하기 보다는 안정만을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혁신적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지론(持論)이었다. 젊은이들은  공무원이 아니라 가슴이 뛰는 일에 뛰어들어야하고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는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가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내린 최후의 희망은 통일이었다. 21세기는 아시아가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시기인데 남북이 분단된 상태에서 현재와 같은 극한대치가 지속될 경우 대한민국은 섬나라와 같은 고립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각축으로 기로에 선 문재인정부가 오늘날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기를 많은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공자(孔子)는 치자(治者)의 덕목으로 무신불립(無信不立)을 가르쳤다. 국방을 튼튼히 하고 백성을 배불리 먹여도 백성의 신뢰를 얻지못하면 나라가 존속할 수 없다고 했다. 신뢰의 시작과 끝은 화합과 소통에 달려 있음을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용기와 패기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는 많은 장들을 만들어 내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 주기를 바란다.

 

 

어두육미(魚頭肉尾)

옛날부터 사람들은 어두육미(魚頭肉尾)라는 말을 많이 사용해왔다. 생선은 머리부분이 맛있고 육류는 꼬리 부분이 맛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이 사자성어(四字成語)의 어원(語源)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몇가지 속설이 전해진다. 살코기는 자식에게 주고 먹을 것 없는 머리부분만 먹는 가난한 어머니가 자식이 느끼고 있는 미안한 마음을 덜어주기 위해 한 말이 라는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어두육미라는 낱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나라의 수산물 유통관행이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한 게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착잡해진다. 역대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수산업의 미래식량산업화, 수산업의 6차산업화를 앵무새처럼 외치지 않은 장관이 없었지만 수산물가공, 유통의 가장 기초적인 개선책마저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경우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가공, 유통에 대한 혁신적 발상 필요

어류의 단순가공 비율이 예나 지금이나 60% 선에 머물러 있으니 아무리 유통비용을 줄이려해도 줄일 수 없는 것이 현실이 돼버렸다. 얼음이나 채우고 소금이나 뿌려서 대도시 도매시장으로 유통하는 지금까지의 관행을 바꾸지 않고서는 유통비용을 줄일 수 없을 것이다.

 

산지(産地)에서 생선의 가식(可食)부분과 비가식(非可食)부분을 분리해서 유통할 경우 운송비, 상하차비, 등등 거의 1/3가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고 여기에 더하여 도회지 도소매 시장이나 가정에서 쓰레기로 버려지는 머리, 꼬리, 뼈, 그리고 내장의 처리비용까지 계산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엄청나게 커질 수 밖에 없다.

 

물론 포장비용이나 선도 유지를 위해 다소의 비용이 추가될 수도 있겠지만, 어류의 가공, 유통에 대한 혁신적 발상의 대전환이 없이는 수산물 소비증대나 수산업의 미래 산업화를 이룩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유럽의 수산부국(富國)들은 양륙한 어류를 현장에서 분할하여 살코기는 필렛으로 뜨고, 머리, 지느러미, 뼈 부위는 사료공장으로, 그리고 내장은 발효식품공장으로 보낸다. 어차피 소비지 시장이나 가정에서 버려야할 부분들을 굳이 그 비싼 운송비용, 쓰레기처리비용까지 들여가면서 유통시켜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수산물 가공 유통,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야한다

해수부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일반국민들의 관행이나 관습을 타파하지 못한 채 현실에 안주해오고 있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진다. 지난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FPC사업이나 소비지 유통거점센터, 수산가공식품 거점단지조성사업이 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지 그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그 에 대한 해결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인구는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으며, 2045년이면 1인 가구가 36.3%까지 급증한다는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지금과 같은 행태로는 수산물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식품업계에서는 이미 한 사람이나 2인 가족이 먹기 좋은 양으로 유통단위를 바꾸는 리사이징(Re-sizing)작업이 시작되었다. 가전제품도 소형화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처럼 온 세상이 급변하고 있는데 우리 수산계는 아직도 어두육미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기 이를 데가 없다.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사고(思考)없이는 국가도 산업도 발전할 수 없다는 짐 로저스의 교훈을 가슴깊이 되새겨주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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