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29) 연안복합어업 김영실 씨
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29) 연안복합어업 김영실 씨
  • 백미리 기자
  • 승인 2017.09.1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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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한 기회가 있는 바다 그러나 귀어는 낭만이 아닌 현실

[현대해양 백미리 기자]

▲ 김영실 씨

 

 귀어 전 거주지역 : 경남 거제시 도심

 귀어지 : 경남 거제시 일운면

 귀어 전 직업 : 유통업

 귀어연도 : 2011년

 사업형태 : 연안복합어업 어선(4.61톤)

 귀어 초기자본 : 5억원(자부담4억+지원자금1억)

 연간수익 : : 1억6,000만~1억7,000만원

 귀어동기 : 새로운 사업 활동

 

 

돈 없으면 귀어도 못 한다

김영실(42) 씨는 마트에서 딜러로 13년 동안 근무했다. 한때 청과와 야채 구매 파트를 주름잡던 시절도 있었다. 5톤 차를 끌고 부산의 부전시장을 비롯해 전국을 누비던 시절이다. 그러나 밤낮없이 일해야 하는 업무환경에 지쳐 일을 그만뒀다. 이후 시장에 작은 노점상과 마트를 차려 운영했다. 김 씨는 유통 시스템에 훤했던 덕에 물건을 싸게 받을 수 있었다. 돈도 많이 벌었다. 남부러울 게 없던 2년이 지났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잘 아는 지인이었던 건물주가 가게를 비워달라는 것이다. 아는 사람이라 더 실망이 컸다고 한다. 마음의 상처 탓인지, 뒤도 보지 않고 그만 뒀다. 이후 10년 동안 이런저런 사업 들을 벌였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5~6 억 원 가량을 잃었다. 마지막엔 집 한 채, 그리고 빚만 남았다.

 

“제가 유통업에 종사한 지 한 10년쯤 됐을 때 장가를 갔거든요. 정말 예식장이 미어터질 정도로 사람들이 전국 각 지에서 찾아왔어요. 그런데 유통업 그만 두고 동생을 장가보내는데, 허 참, 예식장이 썰렁하더라고요. 그때 참 마음이 착잡했어요. 내가 그간 잘못 살았구나. 이렇게 사는 게 아니구나 싶었죠”

 

마침 그때 어촌계장인 자형이 찾아와 귀어를 권했다. 어릴 때 어머니는 해녀, 아버지는 어부였던 탓에 솔깃했다. 아내는 내키지는 않았지만 뭐라도 열심히 해보자며 응원 했다.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귀어를 선택했다. 조합 에 가입하고 아내는 교육도 다녀왔다. 중고연안어선 1척을 구입하고 어업허가도 승계 받는데 어업허가 비용 등 약 4억원이 들었다. 정부에서 1억여원을 지원받아 배를 사는 데 보태고, 나머지는 아파트 담보로 해결해야 했다. 김 씨는 귀어도 돈 없으면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었다.

 

▲ 조업을 마치고 항구에 정박 후 그물을 정리하는 김 씨.

예상을 뛰어넘는 시설·유지비, 수익은 제자리걸음

어릴 적 아버지 따라 배를 타고 나가 일을 도왔지만, 막상 생업으로 하려니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매일 새벽 2시에서 오후 2시까지 바다에 나가 있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행히도 바다에 나가면 배들이 40~50척씩 조업을 하고 있다. 이들과 대화라도 하면 외롭지는 않았다.

 

바다 에 나가면 뭐 하나라도 잡아 올 수 있어 매일 나가긴 했지만 만족스러운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김 씨는 주로 1시간 거리인 해금강, 매물도, 홍도 쪽에서 조업을 한다. 배에 들어간 시설비 만 5,000~6,000만 원이다. 그러 다 보니 더 열심히 해서 수익을 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큰 수익이 없습니다. 장비 마련에 돈이 많이 들었거든요. 빚 갚으면서 먹고 살다 보면 남는 것도 없습니다. 새우 조망은 5년째부터 돈이 된다고 해서 이제는 수익이 생길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상 풍파 다 겪어 무서울 것이 없다던 김 씨, 그러나 먼 바다의 파도는 여전히 겁이 난다고 한다.

 

“바다가 크게 요동을 치면 진짜 무섭습니다. 바람이 탁 터지며 파도가 세게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집으로 돌아오는 한 시간이 열 시간처럼 느껴질 정도로 가슴이 조마조마하죠. 5년째라 적응했다 생각해도, 막상 큰 파도를 만나면 여전히 무섭더군요”

 

아무리 대담한 사람이라도 자연의 거대한 몸부림 앞에선 움츠러들 수밖에 없던 것이다. 특히 어업은 더 그러했다.

 

“처음에는 어촌계장인 자형의 도움을 받아 시행착오를 미리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 살아 계실 때 배 정박지도 물려받았습니다. 이곳에서는 정박지 하나 얻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데 아버지 덕분에 수월했습니다. 이곳은 귀어인이 그리 많지않은 편입니다. 그 당시 저 뿐이었지 요. 고향으로 귀어 했는데도 텃세가 있더라고요. 허허허”

 

귀어지의 텃세 말고도 그를 괴롭히는 것이 또 있었다. 조업환경이었다. 상황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조업량은 점점 줄어드는데 가격은 내려가니 걱정이다. 더욱이 유지비용은 점점 늘어 어장 한 틀에 120만원 하던 것이 지금은 220만원이라고 한다. 김 씨는 새우는 물론 주꾸 미, 낙지, 물고기까지 다 잡는다.

 

바다의 좋은 점은 돈이 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시설 유지비를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어업으로 버는 돈만 생각하면 꽤 괜찮은 일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소형기선저인망(일명 고대구리)’으로 욕심을 내기도 한다. 나무판으로 어구의 입구를 벌어지게 하고 바닥을 끌면서 어획하는 불법어업이다. 김 씨는 지킬 것은 지키며 살겠다는 원칙으로 이런 어업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 갓 잡아 싱싱한 생선은 식당에 바로 납품되기도 한다.

 

식당 운영과 거래처 확보로 수익 문제 보충 

“어선만으로는 수익이 적다는 게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이죠. 그래서 웬만하면 자잘한 수리는 제가 다 합니다. 용접도 하고 못질도 직접 하죠. 결국 마음 편히 쉬는 날은 별로 없습니다. 물론 바람 불고 물이 너무 센 날이면 어쩔 수 없이 쉴 수 밖에 없습니다”

 

김 씨는 매형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잡은 새우를 직접 판매한다. 물고기를 잡으면 횟집을 운영하는 친구한테 넘기고 울산 등 거래처에 판다. 지난 5년의 세월 동안 공들여 붙잡은 거래처다. 김 씨는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귀어는 참 잘 선택했다고 힘줘 말했다. 직장생활하면서 떵떵거려 보기도 하고 돈도 많이 벌어 봤지만 늘 윗선에 눌리고 치고 올라오는 후배 들 때문에 긴장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고 자란 고향 바다에서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일한다는 그다. 김 씨는 그 것이 좋다고 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우리 직업이 멋지긴 합니다. 돈 벌 때는 많이 벌기도 하고 싫은 소리 안 들어도 되니까요”

 

김 씨는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 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잘 말린 새우는 생새우보다 마진이 더 좋다.

 

금어기, 식당을 통한 새우 직판 계획

귀어한 지 5년이 된 김영실 씨. 앞으로도 그는 새벽 2시에 일어나 성실히 바다로 나가 자연이 주는 혜택을 고마운 마음으로 받을 계획이란다. 물론 불법적인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어부로서의 자존심이다. 솔직히 일본 경계선까지 가면 새우를 많이 잡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불법이라 하지 않고 있다.

 

김 씨는 앞으로도 주어진 조건 안에서 마음 편하게 일할 계획이라고 한다.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날이면 감사 하고 조금 잡혀도 감사하다.

 

지세포리에는 임진왜란 때 세운 성터와 봉화대가 있어 평소에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또 마을 앞에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큰 방파제가 있어 낚시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어업은 물론 식당 운영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금어기인 5월부터 9월까지 식 당일에 주력하는 것이다. 식당을 찾는 사람들에게 음식은 물론 직접 잡은 물고기와 새우를 직판하면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는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사업이 많습니다. 양식도 그렇고요. 저 같은 경우, 아버지가 했던 일을 무조건 따라 한 케이스지만 다른 분들은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을 선정하고 준비를 철저히 해서 내려왔으면 합니다. 그렇지않으면 어려움이 뒤따를 것입니다. 만약 준비가 돼 있고 마음 가짐이 탄탄하다면 얼마든지 귀어해서 새로운 출발을 하셔도 좋습니다. 바다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명심할 것이 있습니다. 귀어는 낭만이 아니고 현실이자 직업입니다”

 

귀어를 꿈꾸는 이들에 대한 걱정을 하는 그에게서 여유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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