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프랜차이즈’ 경제학
‘치킨 프랜차이즈’ 경제학
  • 이준후/시인, 산업은행 제주지점장
  • 승인 2011.01.07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말연시가 뜨겁습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때문이 아닙니다. 이에 대응한 우리국군의 대응 포사격 훈련 때문도 아닙니다. 닭고기, 이름하여 ‘통큰치킨’ 때문입니다. 12월 9일 롯데마트는 시중 가격의 3분의 1인 5,000원에 ‘통큰치킨’을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내놓았다가 일주일 만에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단단히 있었던 거죠.
 

롯데마트는 옆집 이마트가 1만 1,500원짜리 대형피자로 인기를 끌자 그에 대한 대응으로 통큰치킨을 생각한 모양입니다. 시중에서 치킨 한 마리에 1만 5,000원 이상에 팔고 있으니 재료비만 감안하여 한 마리를 5,000원에 판다면 최적의 ‘이마트 피자’ 대응책이라고 생각한 것이겠지요. 게다가 하루 한 매장에서 300마리 정도, 전국 82개 매장에서 하루 2만 4,000마리이니 전국 치킨 판매량의 2%에 불과하여 인근 치킨점에는 타격을 좀 주겠지만 배달이나 심야영업을 안 하니 전체적으로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던 거구요.

 

 물론 치킨 프랜차이즈 체인을 중심으로 불만과 성토가 포연처럼 피어난 것은 당연한 결과, 그것은 대기업이 서민의 주요 창업 아이템인 치킨을 초저가에 판매해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다 청와대 정무수석 등 정치권까지 통큰치킨을 대기업의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역행하는 사례로 지적하고 나섰고 급기야는 대통령조차 거들었습니다. 당초 별 문제가 없겠다고 했던 공정위조차도 “치킨 업자들이 제소하면 롯데마트 치킨에 대한 조사를 벌이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기업이 정부를 이길 수 있나요? 당연히 일주일 만에 판매를 중단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이후에 문제가 새롭게 전개되었습니다. 롯데마트는 ‘전투’에선 패배했지만 ‘전쟁’에선 승자로 기록되게 되었습니다. 논란의 와중에서 본의 아닌 ‘노이즈 마케팅’이 성공을 거두어 유수의 대형마트를 제치고 저가 브랜드의 위치를 확립하였다는 것입니다. 치킨 프랜차이즈업계는 공동으로 롯데마트에 치킨원가 전쟁을 선포했다가 가격논란의 와중에서 상황이 역전되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작 중요한 문제제기는 소비자쪽에서 나왔습니다. 일부 소비자들이 일부 정치권이 ‘골목상권 위협’이라는 여론에 밀려서 싼 가격에 좋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 주권’을 무시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던 것입니다. 대통령까지 소비자로 나섰습니다. 대통령은 “나도 2주에 한 번 정도 치킨을 사 먹는데 좀 비싸다는 생각을 한다. 통큰치킨 판매를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영세상인들의 상권 침해 문제도 있지만 소비자 선택권 문제도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네티즌들은 “대통령의 말이 맞다. 통큰치킨을 부활시켜라”, “내가 생각해도 치킨 값 너무 비싸”, “프랜차이즈업체들의 폭리로 서민들 허리만 휜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치킨 1마리당 1만 6,000원 내지 1만 8,000원, 비싸다는 평이 중론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치킨 값이 비싼 걸까요. 그리고 전국에 200여개의 치킨 프랜차이즈가 있다는데 왜 그 값이 모두 비슷할까요. 우선 그 값이 모두 비슷하게 유지되거나 인상되는 것에 대해서는 담합 의혹이 제기됩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제기되었던 문제입니다. 프랜차이즈 업체 중 상위 5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57%에 달하니 그런 의혹을 받기에 충분한 시장지배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싸다고 하는 치킨의 적정가격은 얼마일까요. 모 방송사에서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치킨의 적정가격을 조사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치킨 1마리당 적정가격으로 ‘7,000원~9,000원’이 36.4%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5,000원~7,000원’이 23.8%, ‘9원~1만 1,000원’이 23.5%로 각각 나타났습니다. 뒤이어 ‘1만 1,000원~1만 3,000원(7.6%)’, ‘5,000원이하(6.4%)’, ‘1만 3,000원~1만 5,000원(1.7%)’, ‘1만 5,000원이상(0.6%)’ 순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이 치킨값이 비싸다고 하는 주장에 동감이 갑니다. 특히 프랜차이즈업체들의 요란한 TV 광고를 보느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치킨은 식품의 하나로서 식품의 특성인 가격탄력성이 작다는 것입니다, 즉 가격의 변동폭에 비해 소비의 변동폭이 별로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생산자인 프랜차이즈업체는 담합의 의한 가격인상의 유혹을 가지게 되지요. 가격인상에 따른 소비감소보다 가격인상의 효과가 크니 ‘생산자잉여’가 커지게 되며, 소비감소는 집중적이고 과감한 광고로 이를 상쇄 내지는 확대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소비자잉여를 생산자잉여로 가져가는 셈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치킨과 함께 피자 또한 마찬가지로 가격탄력성이 큰 식품으로서 이들에 대한 광고는 소비자 의 이익침해가 상당하다 할 수 있으니 당국은 담합조사와 함께 식품의 광고제한을 검토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