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 바닷모래로 국토 확장하는 싱가포르, 이웃나라는 모래채취로 몰락 직전
주변국 바닷모래로 국토 확장하는 싱가포르, 이웃나라는 모래채취로 몰락 직전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7.09.04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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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캄보디아, 해양환경 파괴로 어민 생존권 붕괴 ‘심각’
바닷모래 채취 해외 사례

싱가포르 바다가 주변국가에서 수입되는 바닷모래 등의 골재로 매립되고 있다.

[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최근 바닷모래 채취로 인한 생태계 교란, 해양환경 파괴, 어민 생존권 붕괴 등의 문제가 국제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말레이시아 반도의 남단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작은 섬나라다. 싱가포르는 독립 후, 이광요(李光耀) 수상의 강력한 사회개조 및 경제발전계획 수립과 시행이 이뤄졌다. 싱가포르는 강소국으로 아시아 지역의 무역, 금융, 관광, 정보 등 신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했고,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더 넓은 부지(땅)가 필요했다. 싱가포르는 추가 부지 확보를 위해 바다 매립사업을 시작했고, 이는 곧 국토 확장으로 이어졌다.

 

싱가포르 국토 확장 현황

연도

면적

인구

1965

581.5㎢

 

1999

660.0㎢

 

2015

704.0㎢

550만 명

2030

804.0㎢(계획)

 

*서울 면적(2015년 기준): 605.3㎢(인구: 1,040만 명)

 

싱가포르의 국토는 1965년 독립 당시 581.5㎢로 우리나라 서울보다 면적이 좁았지만 2015년 704㎢로 121% 확장돼 서울 면적(605.3㎢)보다 더 넓어졌다. 인구가 서울시민(1,040만 명)의 절반 수준(550만 명)에 불과한 싱가포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30년까지 804㎢(138%)로 국토를 계속 확장할 계획을 수립했다.

싱가포르 국토 확장을 위해 바다 매립에 필요한 골재(모래, 돌)는 2007년까지 40여년 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인근 국가 해안지역에서 조달했다. 곧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모래 채취와 반출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해양환경 파괴 △생태계 교란 △ 어족자원 고갈 △어민 생활터전 상실 △사회 갈등 △해로 협소로 인한 해상사고 우려 △영해선 분쟁 우려 △모래 뒷거래 등이 그것이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때늦은 후회

모래 채취와 수출로 인한 폐해를 인식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인근 국가에서는 늦었지만 40년 만인 2006년부터 바닷모래 채취와 수출을 엄격히 금지시켰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골재의 싱가포르 수출 중단 이후 싱가포르 정부 및 대형 매립업체는 싱가포르의 국토 확장에 소요되는 골재를 1,000마일(1,609.344킬로미터) 이상 먼 거리의 캄보디아 남부해안지역에서 대규모의 모래, 암석 등을 채취해 해상으로 운송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해양환경 파괴 등의 문제로 모래 수출을 금지한 이후로 캄보디아가 대(對) 싱가포르 최대 모래 수출국으로 등극했다. 1991부터 2012년까지 싱가포르가 주변국가로부터 수입한 모래량은 5억 1,700만 톤에 이른다. 이 중 캄보디아로부터 모래 수입량은 5,600만 톤이다.

바닷모래를 이용한 매립공사로 싱가포르는 국토 면적을 확장했지만 이웃국가 캄보디아 남부해안마을 사람들은 생존터전을 상실하는 재앙을 맞아야 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사 등에서 야기됐던 해양환경 파괴, 생태계 변화, 어족자원 고갈, 어민 생활고 및 어촌사회의 갈등(지역공동체 해체), 공무원 부정 등의 폐해가 캄보디아에서도 야기된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바닷모래 채취의 폐해로 캄보디아 남동쪽에 위치했던 울창했던 망그로브숲은 파괴되고, 그 망그로브숲과 늪지에 살던 아름다운 새, 물고기, 게 등 다양한 해양 생물들은 자취를 감췄다. 이 때문에 네 아이를 둔 보편적인 가정은 수입이 줄고 먹을 것이 없어 고향을 떠나 인근 도시의 빈민으로 전락했다. 그들은 건설 현장 노동자 등으로 겨우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어촌은 완전히 망가지다시피 했고, 가정은 해체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싱가포르 바다가 주변국 바다에서 채취한 모래, 자갈 등의 골재로 매립되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도 모래 반출 금지시켜

사정이 이렇다보니 피해 당사국인 캄보디아 정부는 뒤늦게 모래 채취와 반출(수출)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이는 중앙정부의 결정일 뿐 실제 집행하는 지방정부의 결정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캄보디아 지방정부는 홍수 예방과 항로 확보를 위한 준설이라는 핑계로 모래 채취를 멈추지 않고 이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캄보디아에서 바닷모래 채취로 인한 바다 생태계 훼손 및 해양환경 파괴는 지속되고 있다. 이런 폐해에 대한 싱가포르 정부의 대응은 산업폐기물 및 생활쓰레기를 매립 골재로 전환하거나 모래 수입을 줄일 수 있는 매립공법을 개발해 바닷모래 소요량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싱가포르는 동남아 지역 국가들로부터 선진 국가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환경, 생태계 및 인류사회의 공동체를 지속적으로 유지, 보존하기 위한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공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과 책임이 궁극적으로는 싱가포르인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장하는 길임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 정부는 국제환경단체로부터도 환경보호활동을 요청받고 있으며, 향후 더 큰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 모래 채취 반대 활동가 추방

지난 5월 30일 캄보디아 한 일간지(Cambodia Daily)는 캄보디아 세관 당국의 자료를 인용해 싱가포르가 수입했다는 모래량의 1%도 채 안 되는 분량만 싱가포르로 수출된 것으로 보고된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수출량에서 실제와 기록에 큰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공무원들의 부정부패에 기인한다. 캄보디아 세관은 1만 4,800톤이 싱가포르로 수출됐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싱가포르가 캄보디아로부터 들여온 모래 총량의 1%도 안 되는 수치다. 밀수출이 흥행하기 때문이다.

캄보디아(고콩 지역)의 모래 채취는 10년 전 2007년에 인도네시아가 모래 수출을 중단한 이후에 시작됐다. 당시 싱가포르 정부는 인도네시아에서 모래 수입길이 막히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매립용으로 쓰이는 많은 양의 모래를 캄보디아로부터 수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캄보디아 역시 지난 1월 10년간 계속해오던 모래 수출을 중단하게 된다. 지난 2010년경부터 싱가포르 수출용 바닷모래 채취로 자국의 해양환경 파괴가 심각함을 언론, 환경운동단체 등이 지적해왔던 것이다.

주변국가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싱가포르 내에서도 자발적으로 모래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양심적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마더네이처(Mother Nature)라는 대표적인 환경단체(NGO) 창립자 알렉스 곤잘레스(Alex Golzalez-Dvidson)는 싱가포르의 모래 수입을 비판, 저지하다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추방당하기도 했다.

 

대이작도 풀등, 모래 채취로 2/3 이상 사라져

국내에서도 바닷모래 채취는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8일 인천시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도 풀등에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한수총) 바다모래채취반대대책위원회와 인천지역 환경운동단체 회원들이 집결했다. 대이작도 인근 해역 모래 채취를 막기 위해서였다.

대이작도는 풀등이 유명한 곳이다. 풀등은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하루 2차례 3∼5시간 동안 모습을 드러내고 밀물 때는 바다에 잠기는 모래톱을 말한다. ‘풀’은 ‘모래’를 뜻한다. 즉 풀등은 ‘모래등’ 혹은 ‘모래언덕’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03년 해양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대이작도 주변해역은 인근 해역에서 계속된 바닷모래 채취로 인해 풀등의 모래톱이 상당부분 쓸려간 상태다. 보전지역으로 지정될 당시 여의도 면적의 309배에 달했던 풀등은 10년도 안되어 2/3 이상이 사라졌다.

바다에서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풀등은 강 하구에서 생긴 곳보다 다양한 생태계를 품고 있음과 동시에 바다생물에게 소중한 산란장 역할도 하고 있다.

대이작도 부근과 풀등의 환경상태를 점검한 방문단은 이날 성명서에서 “인천 앞바다는 아름다운 섬들과 풍부한 어족자원으로 우리나라 해양관광과 수산업을 선도하는 보배 같은 해역이다”며 “이런 해역 인근에서 바닷모래를 채취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골재업자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모인 회원들은 “골재채취업체들은 이미 선갑도 해역에서 지난 1984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서울 남산의 6배 규모에 달하는 2억 8천만㎥의 모래를 마구잡이로 퍼냈다”면서 “특히 연안지역은 우리나라 어선의 90%가 조업 하는 곳으로 매우 중요한 어족자원 공급처이며 해양생명의 인큐베이터이자 요람인 곳인데 이를 아무런 대책 없이 훼손하니 어족자원이 번식할리 만무하다”며 탄식했다.

이날 박용오 연안공동대책위원장(경인북부수협 조합장)은 “바닷모래 채취금지는 어족자원 고갈로 이미 벼랑 밑으로 떨어진 우리 수산업을 다시 살리는 최소한의 조치이자 범정부 차원의 당연한 책무”라며 “우리나라 모든 해역에서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될 수 있도록 우리 어업인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 대이작도 풀등(모래톱)이 모래 채취로 사라질 위기에 있다. ⓒ남준기

“바닷모래 채취는 자살행위”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풀등은 인위적으로는 결코 만들어 낼 수 없는 대자연의 선물이자, 반드시 지키고 보전해 대대손손 향유해야 하는 소중한 자산으로 이격 거리 운운하며 바닷모래채취로 인한 피해를 외면하는 골재업체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앞으로 있을 해역이용협의 과정에서 수산업과 해양환경을 충분히 고려한 지자체와 행정기관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해역은 인천 덕적도와 태안반도 사이로 2007년 12월 태안 유류오염사고가 발생한 해역이기도 하다. 수산업계와 환경단체들은 “이는 2003년 지정된 해양보호구역 대이작도 주변해역의 해양생태계보호의무를 무시한 것이고 선박통항안전을 이유로 골재채취금지수역으로 지정한 2011년 해수부의 결정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한국골재협회 산하 인천지회 소속 15개 회원사들은 2015년 8월부터 선갑도 해역을 신규사업지로 정해 준비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며, 해양수산부는 해상교통안전진단 심의에서 해상교통 안전대책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달아 조건부 동의했다.

바닷모래 채취 허가가 나려면 앞으로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인천시·옹진군 등 관련기관의 ‘해역이용협의’ 및 ‘해역이용영향평가’는 물론 주민 의견수렴 절차 등을 거쳐야 하며 현재 ‘해역이용협의’를 앞둔 상황이다.

바닷모래 채취는 국내외에서 환경을 파괴하는 자살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어민들과 환경단체가 바다모래 채취에 이렇게 반발하는 건 해양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허선규 인천해양도서연구소 대표는 “연안지역은 우리나라 어선의 90%가 조업을 하는 곳인데 바닷모래를 채취하면 잠자리와 산란터가 교란이 돼 어떤 바다 생물들도 살 수 없게 된다”며 “바다모래는 파도가 치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1만 년 전 빙하기 때 강물이 옮겨놓은 유한하고 소중한 광물자원”이라고 역설했다.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한수총)와 인천시민사회단체가 골재채취예정지 신규 지정 반대에 나섰다. ⓒ남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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