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섬 ‘홍도’
환상의 섬 ‘홍도’
  • 양이진 기자
  • 승인 2010.11.1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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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

‘가을엔 / 시(詩)를 쓰고 싶다. / 낡은 만년필에서 흘러 / 나오는 / 잉크빛보다 / 진하게’

전재승 시인의 ‘가을시 겨울사랑’의 일부이다.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입에서는 절로 시를 노래하고 눈길은 낙엽을 쫓게 되고 바람만 ‘휙’하고 불어도 가슴이 시려지는.

유난히도 짧은 이 가을을 그저 바라만 보기엔 아무리 기분을 울적하게 만드는 멜라토닌의 영향이 크다 하더라도 용서할 수 없다. 생체시계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떠나야 한다. 아름다운 서해의 끝자락 붉게 물든 그 섬으로.

작지만 큰 섬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섬으로 꼽히는 홍도.
해질녁에 섬 전체가 붉을 색을 띈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홍도’는 해마다 몰려드는 수십만의 관광객들로 이미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총면적 6.87㎢, 동서로 2.4㎞, 남북으로는 6.4㎞, 해안선 길이 20.8㎞의 크지 않은 섬이지만 홍도가 주는 자연의 경이로움은 결코 작지 않다.

섬 전체가 홍갈색을 띤 규암질의 바위섬으로 다양한 전설과 기묘한 형상을 간직한 홍도는 기암석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이뤄져 있다. 또한, 티끌하나 없을 듯 맑고 푸른 바다와 울창한 숲의 조화는 남해의 소금강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특히, 이곳 주민들에 의하면 물이 맑고 투명해 바람이 없는 날에는 바다 속 10m가 넘게 들여다보여 바다 밑의 신비로운 경관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누에 모양을 한 홍도는 본섬을 비롯해 20여개의 부속 섬으로 이뤄져 있으며 섬의 2/3을 차지하는 북쪽과 1/3을 차지하는 남쪽이 대목이라는 좁은 바닥으로 이어져 있다.

이 남쪽과 북쪽마을은 1구와 2구로 불리며 1구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규암 자갈로 이뤄져 신경통이나 피부병, 무좀 등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진 홍도해수욕장이 있고 2구에는 해안의 전망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등대가 있다. 두 마을에서 모두 숙박할 수 있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풍란의 자생지인 홍도에는 아름드리 동백숲과 후박나무, 식나무 등 희귀식물 540여종과 231종의 동물 및 곤충이 서식하고 있어 섬 전역이 천연기념물 제170호(1965년4월7일), 다도해해상국립공원(1981년)으로 지정되어 있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마을 이외에 산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으며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도 채취하거나 반출이 금지돼 있다.

그렇다고 둘러볼 곳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
홍도해수욕장이나 등대 외에도 유람선을 이용한 홍도33경을 둘러보지 않고서는 홍도를 논할 수 없다. 남문바위, 실금리굴, 석화굴, 탑섬, 만물상, 슬픈여, 일곱남매바위, 수중자연부부탑 등 하나 하나가 자연이 만든 예술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절경 뿐 아니라 바위틈에 빽빽이 자라는 나무들 또한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자라는 그 나무들은 마치 정성스럽게 분재를 해놓은 것 같아 신의 손길로 키워지고 있는 듯한 경이로움마저 들게 한다.

사실 홍도는 가을이나 겨울보다 여름과 봄이 관광하기에 제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 봄 섬을 붉게 뒤덮는 동백꽃과 뜨거운 여름을 노랗게 수놓은 원추리꽃이 섬을 뒤덮어 장관을 이룬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홍도 최고의 절경은 단연 ‘낙조’이다. 우리나라 서해의 국토 끄트머리에서 맞이하는 낙조는 해가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주위를 붉게 물들이는 그 절경이야 말로 아름다운 홍도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게 한다.

바다 위 떠다니는 횟집

홍도의 주변을 바다에서 둘러보는 유람선 관광이 한참 절정에 달할 즈음 작은 어선이 유람선 가까이 다가온다. 말로만 듣던 선상횟집이다.

홍도 유람선에서만 맛볼 수 있는 명물이다. 이곳 어민들이 조를 이뤄 돌아가며 판매에 나서고 있는 이 선상횟집은 자연산 회를 떠서 판매 한다는 것 이 외에도 배 위에서 바로 회를 먹는 즐거움 때문인지 유람선에 있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관심을 보이며 ‘한접시’를 외쳤다. 개인이 운영하는 장사가 아닌 어민들을 주축으로 섬을 보전하면서 소득도 올리고 있으니 관광업과 어업을 주 소득원으로 하는 주민들의 단결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 외에도 전복과 돌미역, 돌김 등이 특산물로 청정해역에서 맛보는 신선함이 뛰어나다.

홍도가 연내 국립공원에서 해제될 전망이라는 소식들이 들려온다.
이는 자연공원법 때문에 홍도에 숙박시설 설치와 기반시설 개발이 제한돼 현재 홍도 전체 건물 가운데 78.9%가 불법 건축물이라는 문제에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규제가 완화 되면 홍도 2구 민자사업지구 일부 지역을 국립공원에서 제외시켜 대규모 숙박시설 설립이 가능해 진다. 많은 숙박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관광업에 의존도가 큰 주민들과 깨끗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관광객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편해지는 만큼 섬은 몸살을 앓게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조건 적인 개발에 앞서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기를, 그래서 아름다운 홍도의 모습을 대대손손 볼 수 있기를 관광객의 한 사람으로 바래본다. 

홍도 찾아가기
서울 출발 : 용산역 KTX → 목포 → 목포항(남해고속과 동양고속 쾌속선 운항)
-오전 7시50분, 오후 1시 흑산도를 거쳐 홍도까지 운항(2시간 20분 소요, 요금 3만8000원)


양이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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