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이 행복한 ‘1등 수협’의 꿈 이룬 뒤 큰 꿈 향해 나아가겠다”
“조합원이 행복한 ‘1등 수협’의 꿈 이룬 뒤 큰 꿈 향해 나아가겠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7.08.07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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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수산업협동조합>
갈치 비축자금 확보에 총력…소비촉진, ‘발등의 불’

서귀포수협 김미자 조합장. ⓒ박종면

[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100여 년의 수협 역사상 최초의 여성 조합장이 탄생했다. 제주도에서다. 서귀포수협 김미자 신임 조합장이 바로 그 주인공. 첫 여성 조합장의 탄생은 크게 새롭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오래전부터 서귀포수협에서 여성 조합장이 나오리라 점쳐졌었기 때문이다.

김미자 서귀포수협 신임 조합장의 별명은 ‘여장부’다. 남성 이상으로 화통하고 발이 넓어서이다. 이력서에 프로필을 다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하는 일이 많고 소속된 곳도 많다. 이런 왕성한 활동이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됐다.

지난 2015년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서 이미 당선의 영광을 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본인도 그랬게 낙관했었다.

김 조합장은 “그때는 너무 자만했다. 될 줄 알았었다”고 스스로 패인을 찾았다. 그것이 이번엔 약이 됐다. 사실 껄끄럽기도 했다. 직원시절 모시던 3선 출신의 전 조합장과 정면 승부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자신감이 있었다. 자만감이 아니었다. 재선거라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시선이 다른 수협에 분산되지 않고 한 곳에 집중되니 정정당당하게 겨뤄볼 수 있겠다 싶었다.

서귀포수협. 첫 여성 조합장 탄생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박종면

여성 조합원 중 과반이 해녀

선거에 도움이 됐던 건 뭐니뭐니해도 성실하고 오랜 수협 직원생활이었다. 김 조합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입사해 만 31년간 조합 밥을 먹었다. 그러면서 상무까지 역임했다. 최초라는 수식어는 늘 달고 다녔다. 대리도 최초, 과장도 최초, 상무도 여성 최초였다.

다양한 사회경험을 바탕으로 공제 실적 1위를 달성하고 가순복 태안남부수협 전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리더스클럽(공제 우수 영업자 모임) 회장을 하기도 했다. 서귀포수협의 연도대상 1위도 이끄는 등 전성기를 창출했던 장본인이어다. 그는 경제상무와 유통상무까지 경험했다. 그러면서 많은 걸 배웠다고 한다.

“경제상무를 하고 유통상무를 했으니까 어선주 조합원들을 많이 알지 은행(상호금융)에만 있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그에게 가장 힘이 되었던 것은 어머니이다. 어머니는 해녀다. 어머니 또한 해녀회장도 하고 부녀회장도 하는 등 역시 활동적이고 마당발이었다. “어머니가 해녀라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김 조합장은 말했다.

2,000명 조금 넘는 서귀포수협 전체 조합원 중 여성 조합원은 1,200명. 이 중 해녀가 624명이다. 김 조합장은 “19개 어촌계 다녀보니까 다 반갑게 해주더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해녀의 도움은 받았지만 여성의 도움은 받지 못했다는 것이 김 조합장의 이해하기 어려운 선거분석이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 박근혜, 탄핵당한 여성 대통령 때문에 여성이라는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었다는 것. 그래서 ‘준비된 여성 조합장’이라는 슬로건도 아예 활용하지도 못했다고. 그것이 어쩌면 오히려 득이 됐는지도 모른다. 당당히 실력으로 겨뤄볼 수 있는 기회였을 테니 말이다.

서귀포수협 위판장. 갈치 풍년으로 선상 냉동갈치가 줄지어 양륙되고 있다. ⓒ박종면

갈치 가격 안정 위해 빠르게 움직여

조합장에 당선되자 마자 김 조합장에게 시련 아닌 시련이 찾아왔다. 다름 아닌 ‘갈치 풍년’이다. 2~3년 간 어획량이 적어 금치라 불리던 갈치가 올해는 너무 많이 나서 가격폭락이 걱정됐다. 아니나 다를까 조합원들이 조합장실로 달려왔다. 어떻게 할 거냐고 당선된 지 겨우 3일 된 조합장을 다그쳤다. 업무 파악도 제대로 안 된 상태였지만 다행히 직원 때 경제상무를 하며 정부비축 관계를 담당했던 경험이 생각나 조합원들을 안심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지역구 국회의원을 찾아갔다. 정부 비축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바로 발 빠르게 움직인 덕분에 국회의원도, 제주도청에서도 지금 현재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 다른 제주도 관내 수협과 함께 390억 원의 자금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김 조합장은 “여성이 (조합장이) 돼서 (고기가) 안 난다는 것보다 많이 잡히면 좋은 것 아니냐”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당선되자마자 고기가 많이 나서 복은 터졌는데 가격이 많이 떨어진 게 문제라면 문제”라고. 그는 말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지는 않는다. 해수부 관계자를 만나든 도청 관계자를 만나든, 국회의원을 만나든 어떻게든 비축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지난달 12일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서귀포수협을 찾았다. 광역단체장이 회원조합을 찾아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 아침 위판장을 둘러본 도지사에게 ‘비축자금이 꼭 성사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리고 1주일 뒤 강준석 해수부 차관이 남해어업관리단 개청식에 참석했을 때도 차관에게 대책 강구를 주문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오른쪽 두 번째)가 김미자 조합장과 서귀포수협 위판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주도 제공

해녀, 소라 TAC 추가확보 절실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자구책 마련에도 나선 것. 풍년 갈치 소비촉진 활동에 관내 수협 조합장들과 함께 나선 것. 먼저 서울역으로 달려가 갈치 소비촉진 캠페인을 벌였다. 그리고 군납과 수출 길을 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판로 개척 또한 비축자금 확보와 동시에 시급한 사안이다. 그리고 새로운 상품 제조도 계속 연구하고 있다.

김 조합장은 해녀들에게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해녀에 관심이 많다. 그는 “해녀들을 만나면 소라 좀 잡게 해달라고 한다”며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예전에는 백화현상으로 없어서 못 잡았는데 지금은 자원이 회복됐지만 TAC 때문에 눈으로 보고도 못 잡는 상황이 됐다는 것.

급한 불은 갈치 가격 안정을 위한 비축자금 확보와 소라 TAC 추가확보가 스스로 말하는 발등의 불이다. 소라도 일본 수출이 줄면서 판로 개척이 숙제이기도 하다. 신제품 개발을 위해 아이디어를 고안한 것이 삶은 소라. 그는 “문어처럼 소라도 익혀서 냉동했다가 물에 담궈 편하게 먹을 있도록 가공공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전임 조합장이 추진하던 수산물유통가공센터를 최대한 활용할 복안이다.

김 조합장의 목표는 조합원들의 화합과 소통을 바탕으로 전국 1등 수협을 만드는 것이다. 선거 후유증으로 반목하며 화합하지 못하는 이들을 다 품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날 지지하지 않았더라도 다 한 가족이니 화합하고 가족처럼 품고 가겠다”고 말했다.

김미자 조합장이 수협중앙회, 제주도내 수협 조합장 등과 갈치 소비 촉진 행사에 나섰다. 왼쪽부터 위성곤 국회의원, 강준석 해수부 차관, 김영규 한국수산회장, 공노성 수협중앙회 지도경제 대표이사, 김미자 조합장. ⓒ박종면

최초의 여성 조합장이 꿈꾸는 미래

서귀포수협은 올해 갈치 한 품종만으로 2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경제상무 때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달성한 이후 올해 1,300억 원을 넘길 것 같다”고 예상했다. 부족한 냉동시설을 확충하고 갈치 소비 홍보를 확대하는 한편 수출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서귀포수협은 올 상반기 결산 결과 13억 원의 흑자를 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하반기에는 더 큰 폭의 흑자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조합장은 외국인 어선원에 대한 관심 또한 높다. 그는 외국인 선원들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별도 부서도 만들 계획이다.

김 조합장은 “31년 근무 잘 했으니까 늦게라도 평가받은 것 같다”며 “오랫동안 꾸었던 꿈을 이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라며 더 큰 꿈을 가슴에 품고 있음을 암시했다. 그는 “조합원이 행복한 1등 수협의 꿈을 이룬 뒤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꿈 많은 최초의 여성 조합장이 이끄는 수협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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