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세대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로 세계 수산자원관리 방향 진화 중
제4세대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로 세계 수산자원관리 방향 진화 중
  •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어업자원연구실 실장
  • 승인 2017.08.0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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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단계에 사회적 영향력 발휘…변화 못 따를 때 수출·내수 모두 어려워
▲ KMI 이정삼 실장

[현대해양] 세계의 수산자원관리는 제4세대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서 뒤처질 경우 수산물의 수출은 물론 국내 소비자에게도 외면 받는 시대가 현실화 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위해서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의 규범력 강화에 맞 춰 지속 가능한 어획 인증을 받은 수산물만 거래하는 유통, 가공, 판매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사회적 관리 기반의 성숙에 기인하고 있다. 즉 인터넷 및 스마트폰의 사용 확대 등을 통한 정보 공유가 확산되면서 소비자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가 생산을 규제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생산자에 의한 관리는 근본적으로 시장경쟁 논리 속에서 자율적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환경, 자원, 안전 등의 분야에서 소비자 중심의 사회적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과거의 수산자원관리는 생산단계에서 어획노력량 및 어획량 등을 관리하는 데에 주력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여러 수산자원관리 수단은 정부관리의 한계를 드러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수산자원 관련 정보에 대한 공유와 관리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확대에 따라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가 확산되고 있다.

 

 

생산단계에 사회적 영향력 발휘 

 

즉 세계의 수산자원관리는 ICT(정보통신기술) 발전 및 정보 공유와 소비자의 영향력 확대에 따라 다원적 수산자원관리의 여건이 성숙되면서 소비자가 적극 참여하는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를 확대해 지속 가능한 수산업의 실현을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수산물 시장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 해양관리협의회) 인증 등 지속 가능한 수산물에 대한 에코라벨링 제도의 접목, 윤리적 소비의 확대 등을 통해서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저해하거나 불법 어획된 수산물을 불매해 소비자가 수산자원관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산자원관리제도는 대부분 어획능력의 투입 및 어획물의 산출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주도적 수산자원관리는 광범위한 해역에서 비효율성과 낮은 실효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 주도적 관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2001년부터 자율관리어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생산자 스스로 감시 규제하는 시스템은 도덕적 해이 및 규제 불순응에 대한 통제력이 약하다. 따라서 기존의 수산자원관리제도 및 자율관리어업의 취약성을 보완하고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생산 이후의 단계에서 소비자를 비롯하여 사회적 감시 및 영향력을 생산단계에 역으로 발휘할 수 있는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제도 의 도입이 시급하다.

 

 

 

세계는 ‘지속 가능한 수산업’에 방점

 

세계 수산자원관리의 흐름은 크게 자유어업과 정부규제, 협동적 관리, 소비자 참여형 관리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자유어업(open access fisheries)은 수산자원의 포획 및 채취와 관련해 아무런 제약이 없는 어업을 의미한다. 하지만 어획기술이 발달하면서 선취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무한할 것 같던 수산자원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어획량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따라서 유한자원인 수산자원에 대한 관리와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실패(market failure)를 정부 규제만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광범위한 바다에서 수많은 어선에 의해 생산이 이뤄지는 어업에서는 비효율적이다. 즉 넓은 해역에 서식하는 수산자원을 국가가 단독으로 관리하기에는 행정력 및 관리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드는 문제가 발생 한다. 이 때문에 정부와 어업인 간의 규제에 대한 대립과 마찰, 규제 불순응 등과 같은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정부와 어업인 공동체가 협력적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어업협동관리(fishery co-management)가 최근 세계적인 관심과 함께 확산되고 있다.

 

한편, 생산자에 의한 관리는 근본적으로 시장경쟁 논리 속에서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환경, 자원, 안전 등의 분야에서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행동에 의한 규제가 최근 들어 강화되고 있다.

 

 

생산자 중심 수산자원관리 취약성 보완

 

수산업에 있어서는 수산물 소비자단체들이 조직화되면서 불법 어획물에 대한 통제는 물론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저해하는 방식에 의해 생산된 수산물에 대해 불매 운동 및 선택적 구매를 통해서 자원관리에 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즉, 수산자원의 관리가 기존의 ‘정부+어 업인’에 의한 관리에서 벗어나 ‘정부+어업인+소비자’로 확대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산자원관리 또한 이러한 큰 흐름과 다르지 않다. 1953년에는 연근해어업을 비롯한 전체 수산업 을 관장하는 법률인 ‘수산업법’이 제정된 이래 어선 톤수 및 마력 수 제한, 근해안강망어업 및 중형기선저인망어업, 대형선망에 대한 허가정수 실시, 감척사업, 허용어획량(TAC)제도 등을 시행해왔다.

 

또 정부 주도의 관리체제에서 벗어나 어업인 스스로 자율적인 어업관리체제를 지향하기 위해서 ‘자율관리어업’ 시범사업 계획이 2001년에 수립됐고, 2002년부터 시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이러한 자율관리어업은 기존 어업자원관리의 근간을 이루고 있었던 정부 주도의 다 양한 관리정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면서 수산자원관리의 비효율성에 대한 대안으로 시작됐다.

 

▲ 세계 수산자원관리의 흐름

 

책임어업 실현

 

자율관리어업은 어업협동관리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는데, 명칭 자체로는 정부의 개입이 최소화된 어업협동 관리의 이상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율관리공동체가 정부의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어장 청소 등 비교적 단순한 활동에 대해서는 활발히 실시하고 있 지만, 어획량 및 어획노력량 조절 등 자원관리의 핵심과 관련된 활동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러한 생산자에 의한 수산자원관리의 취약성을 보완 하기 위해 수산 선진국을 중심으로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원양기업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 수산자원관리 인증인 MSC 인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등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 관리가 점차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82년에 자원의 보존과 관련해 최대지속가능생산량(MSY)의 개념을 채택하고 자원 간의 상호 의존성 및 연관어종과 종속어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며, 회원국의 고갈된 자원의 회복과 환경보존 의무 등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이 체결됐다. 이후 해양생물자원의 보존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널리 확산됨에 따라 책임어업, 지속 가능한 어업 등의 내용이 국제어업규범에 반영되고 있다.

 

또한 1995년에는 유엔공해어업협정(UNFSA: United Nations Fish Stocks Agreement)과 같은 강제규범(hard law)이 채택됐다. 이 협정은 해양생물자원을 보존하고 친환경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예방적 접근법, 어업자원의 친환경적 이용, 생물다양성의 보호, 지속 가능 한 어업자원의 이용을 위한 조치 채택, 자원의 최적 이용 도모, 연관어종 및 종속어종의 고려 등의 내용을 담 고 있다.

 

 

FAO, 에코라벨링 가이드라인 도입

 

한편, 1995년에는 ‘FAO의 책임 있는 어업을 위한 행동 규범(The Code of Conduct for Responsible Fisheries)’ 과 같은 비강제 규범(soft law)이 채택됐으며, 1997년에 는 이 규범에 대한 기술지침이 채택됐다. 이후 2001년에 는 FAO의 책임 있는 어업을 위한 행동규범 및 관련 국제 계획의 이행을 강조한 ‘2001년 해양생태계 내의 책임 있는 어업에 관한 레이캬비크 선언(The 2001 Reykjavik Declaration on Responsible Fisheries in the Marine Ecosystem)’이 채택됐다.

 

또, FAO 수산위원회(COFI)는 1997년 제22차 회의에서 ‘에코라벨링’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어업자원의 지속 가능성을 핵심내용으로 자원관리체계와 생태계를 고려한 어업자원 관리방법을 논의했다.

 

에코라벨링 가이드라인(Ecolabelling Guideline)은 지속 가능한 어업자원의 사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지속 가능성과 관련해 잘 관리된 해수면 어획물에 에코라벨을 부착할 수 있도록 해 라벨 인증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에코라벨링 가이드라인의 구성은 일반 고려사항, 용어, 에코라벨을 위한 최소한의 실질적 요건 및 기준, 절차 및 제도측면으로 구성돼 있다.

 

 

MSC 인증 수산물 취급 확대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의 필요성은 크게 세계적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 생산단계 중심의 수산자원관리제도에 대한 보완, 자율관리어업의 한계 극복, 소비자 인식의 변화 필요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세계 수산자원관리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적응을 들 수 있다. 세계 수산자원관리의 흐름은 지금 제4 세대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로의 전환이 가속화 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수산물의 수출 감소는 물론 국내 소비자에게도 외면 받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FAO는 2005년 제26차 총회에서 수산물의 친환경인증을 통해서 수산자원의 보호 및 지속가능한 어업에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국제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보다 앞선 1999년에는 MSC가 독립 단체로 발족돼 지속 가능 수산자원관리 인증을 세계 수산물에 확대시켜나가고 있다. 미국의 월마트, 맥도날드를 비롯한 유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이 인증을 취득한 어업에 한정해 수산 물을 공급받기로 공약하고 있다.

 

국제기구에서의 이러한 인증 관련 규범화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수출에만 한정되지 않고 국내 판매에도 전이되고 있다. 맥도날드, 하얏트호텔 등 유수의 다국적 기업이 이미 국내에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고, 이들 기업에서 MSC 인증 수산물의 취급을 확대할 계획이기 때문에 동인증이 부착되지 않은 국산 수산물의 판로는 급격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점차 축소될 것이다.

 

<연근해 수산자원량 및 어획량>

소비자 인식 전환 필요

 

또한 얼마 전 해양수산부와 대형유통업체인 L사가 협력해 친환경 배합사료로 양식한 광어의 판매 촉진 행사를 벌였다. 현재 생사료는 대부분 미성어로 만드는데, 향후 정부의 친환경 배합사료 의무화 이외에도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수산자원 남획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 밖에도 여러 유통 기업에서 카드회사와 제휴해 환경인증이 부착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 한해 ‘에코머니 포인트’ 를 적립하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친환경 제품 선택을 유 도하고 있다. 둘째, 생산단계 중심의 수산자원관리제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수산자원관리제도는 기본적으로 생산단계가 중심이 되는 수산자원관리제도이다. 현행 수산자원관리는 기본적으로 생산단계에 투입될 어획노력량 및 어획량 등을 관리 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광범위한 해역을 대상으로 한 국가 주도의 관리는 엄청난 감시·감독비용이 든 다. 따라서 어업인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근대적 순응이론에서는 어업인의 수산자원 이용에 대한 의사결정에 경제적 요인 이외에도 비경제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즉 많이 잡아 자신의 수익을 극대화 하려는 경제적 요인 이외에도 도덕적 의무감 및 사회적 영향이 어업인의 자원 이용에 대한 의 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만 어업인이 기존의 수산자원관리제도를 피해 자신의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기도 한다. 즉, 잘 지켜질 것 같은 규제가 보지 않는 곳에서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영향력이 생산단계로 전달되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이 것이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자율관리어업 보완

 

셋째, 자율관리어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의 강화가 필요하다. 자율관리어업은 기본적으로 정부 관리의 비효율성을 보완하기 위해 출발했다. 자율관리어업이 도입될 당시, 자율관리어업은 정부 주도의 다양한 수산자원 관리정책이 실효성을 보이 지 못하면서, 기존의 자원 남획, 경쟁조업 심화, 어업질서 문란 등 수산자원 이용에 자리 잡은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02년에 도입된 자율관리어업은 시행한지 15 년이 됐지만 양적인 확대를 넘어 지속 가능한 수산업의 실현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즉 가파른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한 수산업의 실현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율관리어업은 기본적으로 어업인의 자발적 의사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어업인이 자발적으로 수산자원관리에 적극 동참하게 되면 정부 관리의 비효율성이나 수산 자원관리의 실효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넷째, 지속 가능한 수산자원관리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만약 소비자가 수산자원관리에 역행하는 소비문화를 갖고 있다고 하면 제대로 된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는 성립하기 어렵다.

 

 

건전한 수산물 소비문화 위해서도 필요

 

예를 들어, 소비자가 상어 몸통보다는 지느러미만 선호한다면, 상어는 어획과 동시에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나머지는 바로 바다에서 버려진다. 실제로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중국에서 상어 지느러미 요리인 샥스핀을 선호하는 문화는 많은 상어류를 멸종위기로 내몰았다.

 

우리나라 또한 수산자원관리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소비문화를 갖고 있다. 어린물고기를 대상으로 한 ‘세꼬시’와 ‘알배기’가 대표적이다.

 

또, 명태 새끼인 ‘노가리’의 소비문화로 인해 한때 연간 10만 톤씩 어획되던 명태가 2008년부터는 공식 통계상 어획량 ‘0’을 기록했다. 이와 같이 소비문화는 수산 자원관리와 직결된다. 따라서 수산물의 건전한 소비문화 육성을 위해서도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의 실시가 필요하다.

 

그 밖에도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는 생산 및 양륙 단계에서의 취약한 모니터링을 유통 및 소비단계에서 보완할 수 있다. 특히 어린물고기에 대한 선택적 소비를 통해서 이의 불법적 유통 및 소비를 차단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과거의 양적 생산에서 향후의 질적 생산으로 의 전환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등에서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의 도입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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