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새로운 수협은행의 역할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새로운 수협은행의 역할
  • 장만화 수협은행장 직무대행
  • 승인 2017.08.0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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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 수협은행답게 행동해 진정한 승자로 성장해야
▲ 장만화 수협은행장 직무대행

[현대해양] 수산업이 일반 산업과 다른 뚜렷한 차이 기준은 생산 량의 불확실성과 생산물의 부패성이다. 이런 특수성과 함께 해상작업으로 인한 어선의 진부화, 어구 등의 유 실가능성, 물적 교환성의 한계 등은 육상의 토지, 건물 등에 비교하면 담보력이 낮기 때문에 일반은행은 아예 수산자금을 취급하지 않았다.

 

수협은 1963년 정부재정자금이나 한국은행차입금 등으로 조달된 자금을 활용해 여신업무를 먼저 시작하고, 수신업무는 부족한 대출 자금 확보를 위한 자체자금조성을 위해 1969년부터 시행해 왔다. 이런 과정에서 은행법적용을 받는 일반금융업무를 겸하게 됐고 점포수를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명분을 쌓아 오늘의 수협은행이 있게 된 것이다.

 

수협은행은 일반은행과는 달리 생산 어민에 대한 자금을 적기에 효율적으로 지원하는데 우선적인 가치를 뒀다. 바로 이것이 수산금융의 본질이다. 수협은행의 정체성이란 일반은행이 추구해가는 길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수협은행답게 행동하는 것이다. 수협은행은 수산인의 인적 신용과 타은행이 꺼리는 수산업의 주요 자본재를 담보로 자금을 운용함으로써 그 존재의의에 충실해야 한다.

 

지난 2016년 12월 1자로 새롭게 출발한 수협은행이 성공하려면 ‘새로운 은행, 글로벌 은행’이 돼야 한다. 새로운 수협은행은 종전의 존재의의를 가짐은 물론 새로운 역할로 무장해야 한다. 새로움은 다름이고, 다름은 새로움을 만든다. 새로움을 만드는 비결은 노동이며, 새로움을 가로막는 적은 ‘나는 불가능하다’는 자조 뿐이다. 한계란 하느님이 정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나자 신이 설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수협은행이 새로운 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3가지 조건을 전략적으로 실천해야한다.

 

첫째, 공적자금의 획기적인 조기상환으로 지속 가능한 수산업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모래채취와 과잉어획으로 수산자원은 날로 줄어들고, 이에 따라 어업 생산량의 격감으로 인해 어민은 삶이 피폐해지고, 투자자는 신규투자를 꺼리게 된다. 수산업이 쇠퇴하면 수협은행의 영속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방법은 있다. 일 년에 특정 몇 개월을 휴어기로 설정하고 어족자원을 풍부하게 해야 한다. 물고기도 마음 놓고 자유롭게 놀게하고 어민도 행복한 휴식을 갖게 해야 한다.

 

휴어기동안 선원의 인건비 정도는 수협이 보조해 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어민 모두가 일상적인 삶을 우려하지 않고 동시에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산자원이 회복되고, 생산량이 많아지면 어민의 소득도 증대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지속 가능한 수산업이며 수협은행의 성장과 미래를 보장해주는 최선의 방법이다. 어민은 언제 어디서 나 우리를 지켜주는 든든한 주인이자 일반은행은 절대 가질 수 없는 소중한 고객이다. 오로지 수협은행만이 누릴 수 있는 자산이요 보배인 것이다.

 

둘째, 플랫폼에 올라타야 한다. 플랫폼은 이미 우리 곁에 와서 세상 자체를 바꾸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개방적인 인프라를 통해 끊임없는 상호작용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플랫폼이라 정의한다면, 숙박시설이나 택시 한 대, 콘텐츠 하나 없는 에어비앤비, 우버, 페이스북의 성장이 이해가 될 것 이다. 흔히 말하는 생산의 3요소가 이제 디지털 인터 넷, 정보, 펀딩으로 대체될 날이 오고 있다. 일반은행의 거대한 자산규모, 많은 고객, 성공한 경험 등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플랫폼의 시대는 규모가 작은 수협은행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신속하고 유연한 의사결정이 인터넷 모바일 시대에서는 공룡을 누르고 진정한 승자로 성장할 수 있 게 한다.

 

수협은행의 2017년 상반기 이익은 유례없는 1,196억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연말까지 3,0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달성하면 이해관계자들은 수협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될 것이다. 개선된 수협은행의 이미지는 여러 선순환을 유발시켜 예상치 않은 결과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제까지는 불확실한 환경에서 전술만 답습했을 뿐 전략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었다. 그로 인한 추진 동력 상실로 몇 번의 영업활동 만 이뤄지다가 끝나버린 적은 없었는가?

 

‘혁명 이전 과학자의 세계에서 오리였던 대상이 혁명 이후엔 토끼가 된다’는 말은 사물을 보는 패러다임이 일정 변곡점을 시작으로 급격하게 변한다는 깨달음으로 봐야 한다. 경영진이 자유분방한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성과로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충실할 때 돈 되는 플랫폼이 구축될 것이다.

 

셋째, 글로벌시장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한국 수협은 세계 수협을 리더하는 수협계의 ‘삼성전자’라고도 한다. 한국 수협은 협동조합의 노벨상이라고도 일컫는 ‘로치데일 파이오니어 상’을 아시아 최초로 수상 했으며, 세계협동조합연맹의 수산위원회 위원장국으로서 회원국들로부터 존경과 찬사를 받고 있다.

 

세계 각지의 수산위원회 회원국과 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이 서로 연결을 공유하면 수협은행의 글로벌화는 가속화 될 것이다. 또한 수협은행의 은행장을 포함 한 직원 모두가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진정한 친구가 될 때 성장, 발전한다고 본다.

 

이제는 Need a bank?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시작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이런 시작은 언제 어디서나 준비돼 있다’고 했다. 준비를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의 활짝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니체는 ‘활짝 열린 존재가 되는 것은 선택적 윤리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마땅히 그러해야 할 도덕적 본성에 속한다’ 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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