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장어 의무상장 무엇이 문제인가
민물장어 의무상장 무엇이 문제인가
  • 박종면, 변인수 기자
  • 승인 2017.08.03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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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이 법 취지” VS “독점 인정 안돼”… 제주어류양식수협 참고
▲ 지난 6월 3일 있었던 민물장어양식수협의 '위판장 거래 의무화 법시행 촉구 결의대회'

민물장어는 국내 시장에서 99% 이상 장외 거래되고 있다. 그동안 민물장어 시장은 경매·입찰·정가매매 또는 수의매매 의무 등에서 벗어나 있었고, 소수 중간상인의 거래 정보 독점에 따라 생산자가 제값을 받지 못하는 등의 피해가 있었다. 소비자 역시 원산지에 대한 알권리, 선택할 권리 등을 침해당했으며, 안전한 먹거리를 제 가격에 구입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지난해 12월 2일 ‘수산물 유통의 관리와 지원에 관한 법률’(‘수산물 유통법’) 개정에 따라 올해 6월 3일부터 적용될 것으로 봤던 민물장어(뱀장어) 의무상장에 대해 업계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지난해 12월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황주홍 의원 대표 발의)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그간 임의상장제로 장외에서 거래되던 민물장어를 의무상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의무상장 대체로 찬성하나 문제 대두

개정된 ‘수산물 유통법’ 제13조 2항에는 ‘거래 정보 부족으로 가격 교란이 심한 수산물로서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한 품목에 대해 지정 위판장 이외의 장소에서 매매 또는 거래할 수 없다’는 내용의 ‘위판장 외 거래 금지 의무조항’이 추가(신설)됐다. 이는 가격 교란이 심한 수산물의 계통출하를 규정하고 있다.

이 법률을 근거로 민물장어양식수협(구 양만수협, 조합장 김성대)을 비롯한 민물장어생산자단체와 영광군수협(조합장 김영복) 등 지구별 수협, 도매시장법인 강동수산(대표 윤준열) 등이 의무상장제 시행을 바라고 있지만,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물장어양식수협, 유통체계 재편 준비

특히 민물장어양식수협은 민물장어 위판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며 업종별 수협인 민물장어양식수협에서만 취급토록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 설득과 양식어민 서명운동으로 상장 의무화에 앞장선 민물장어수협은 영암, 일산, 고창 등에 위판장을 마련하는 등 유통체계 재편을 준비했다.

민물장어양식수협은 위탁판매가 의무화 될 경우 수산자원 관리와 정확한 어업통계 산출이 가능하며, 신선하고 위생적인 민물장어를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민물장어

아울러, 가격 교란 방지 등의 입법취지를 살리고 생산물의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위판장 개설자도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며 시장에 대한 엄격한 자격제한을 요구했다.

민물장어양식수협 측은 “그간 민물장어 등 내수면 양식어류는 대부분 장외 거래돼 소수 중간상인의 거래 정보 독점으로 인한 가격교란이 발생하여 생산자 및 소비자 모두 피해가 발생됐었다”며 “이 때문에 1999년 폐지된 판매장소 지정제도를 다시 도입해 민물장어 가격이 안정적으로 형성되면, 생산자가 사매매로 헐값에 생산물량을 넘기는 일도 줄고 수산물 생산 및 소비량의 정확한 파악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의무상장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가격교란? 공급과잉?

그러나 의무상장제 시행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않다. 민물장어양식수협이 지난 4월 29일 중도매인 모집계획 설명회를 개최했으나 유통상인들의 반발로 설명회가 파행됐다.

민물장어 생산자 중에서도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양식업체 관계자는 “뱀장어의 소비 저변 확대 및 촉진을 위해 인터넷을 통한 직거래를 시작했고, 대형마트 등에 납품을 위해 뛰어들었는데, 의무상장제가 도입된다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반발했다. 또 다른 생산자는 “민물장어양식수협은 민물장어 가격교란이 심해서 생산자가 피해를 보는 양 주장하는데, 이는 국내산으로 둔갑한 수입산 민물장어의 유입 때문이다. 또한, 3~4년 전 가격이 고가에 형성되다 보니 국내 양식장 증가에 따른 공급과잉이 문제가 돼 가격이 하락된 것이지 가격 교란이 심하다고 볼 수 없다”며 위판 의무화 시 직거래 제한에 따른 불합리를 비판했다.

경남, 경북 등 민물장어수협이 마련한 영암, 고창, 일산 위판장과 거리가 먼 지역 생산자들은 위판 의무화에 따른 장거리 이동과 유통비용 증가 등의 비효율성을 들며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민물장어 의무상장 시행 ‘유예’

의무상장제를 환영하는 업계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물장어양식수협이 요구하는 것처럼 독점적 권한이 특정 단체에 부여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강동수산(주) 측은 “위판장을 업종별 수협으로 특정할 수 있는 법률적인 근거가 없다”고 말하고 “수산물 유통법의 취지는 투명한 유통구조를 형성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인데, 투명한 유통구조를 가진 도매시장법인이 뱀장어를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구별수협도 마찬가지.

지난 6월 3일 민물장어 의무상장제 시행 예정일에 맞춰 위판 설명회까지 자체적으로 열었던 영광군수협 김영복 조합장은 지역신문 기고를 통해 “민물장어가 독점 위판된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민물장어 계통출하 입법취지가 특정 수협에 위판 수수료수익을 올리라고 입법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반대 여론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법률상 지난 6월 3일부터 시행됐어야 할 민물장어 의무상장제를 유예하게 됐다.

해양수산부 고위 관계자는 “(민물장어 의무상장 시행)입법예고가 나가고 많은 민원이 제기됐다”며 “민원이 해결되지 않는 한 제도를 시행할 수 없다”고 유예 이유를 설명했다.

 

해수부, “민원 해결 전 시행 안 돼”

▲ 수산물 유통법 개정에 따른 민물장어 의무상장 실시를 앞두고 생산자, 유통업자 등 관계자들이 큰 입장차를 보이며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열린 수산물 유통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장면. ⓒ박종면

해수부는 거래 장소 제한과 관련해 예외 규정을 둬 위판장 범위를 넓히고, 정보 독점 우려가 없는 생산자 판매경로를 마련, 법정 도매시장에서도 민물장어 거래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수산물 유통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지난 5월 24일 관련 설명회를 열고 “위판장 거래 의무화 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더 검토 후 시행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민물장어양식수협은 “입법 과정에서 실무자와 이해 당사자 간의 논의가 충분했는데도 유통상인 등으로부터 제기된 민원을 빌미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며 해수부를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민물장어양식수협이 설정한 3곳 거래 장소만 특정해서 배타적으로 위판장을 인정해달라는 것은 법리 해석상 맞지 않다”고 말하고, “인터넷 직거래 문제, 종묘 거래 시 상장 문제, 식당 등을 운영하면서 자가 판매하는 양식장문제, 유황 먹여 키운 장어 등의 거래문제 등은 민감한 부분이고, 공영도매시장의 위판도 허락지 않는다는 것도 모법의 규정과 배치된다”고 밝혔다.

또 해수부 관계자는 “법제처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입법취지인 ‘가격교란 방지’ 문제를 해석할 때 소비자 중심에서 판단하게 되는데, 가격변동이 심하다는 것은 가격 교란의 원인이 유통업자에서 생산업자로 이동했다고 생각될 수 있기 때문에 심히 우려되는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입법취지는 이해하지만 어느 한편으로도 손을 들어주기 힘든 어려운 일이다”라고 애로점을 털어놨다.

 

생산자 단체, 해수부 차관 항의방문

해수부의 이런 입장에 민물장어양식수협, 한국민물장어생산자협회 등 생산자 대표들은 지난달 24일 해양수산부를 전격 항의 방문했다. 이날 강준석 차관 등 해수부 고위간부를 만난 자리에서 민물장어양식수협 측은 특히 전문성을 강조했다.

“민물장어는 중국산과 국산의 육안 식별이 어렵고, 금지약품 등 수입산에 대한 통제가 어려우므로 국민식생활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치는 바, 지난 2010년부터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유통망에 대한 지속적 단속에 적극 참여하였고, 안전성검사에 합격한 민물장어만 계통출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는 입장 전달이 그것이다.

 

또, “민물장어양식생산자들은 전국 지역별 산지에 소재하고 있어 가격정보를 알지 못하고, 소수 상인의 유통시장 독점으로 장어를 원가에도 못 미치는 헐값에 판매하는 실정이다. 생산자단체인 우리 수협의 위판장을 통한 계통출하를 통해 가격공지, 양식어민 및 소비자의 알권리 충족으로 생산자는 소득을 보장 받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민물장어양식수협은 “일본, 대만의 경우도 조합을 통해서 단일창구로 위판을 실시하고 있다”며, “일본의 경우 출하 시 매번 조합을 통해서 철저한 안전성 검사 후 실명제로 계통출하를 실시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어 사이즈만 커가…

 
▲ 민물장어

예상했던 의무상장제 실시가 미뤄지면서 벌어지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한국민물장어생산자협회 간부는 “일부 유통업자들이 그동안 해왔던 관행을 바로잡고 제도적 장치로 생산자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데 무엇이 잘못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그는 “6월 3일부터 지금까지 시행이 지연되면서 장어 사이즈가 커지고 물동량(재고)이 늘어나자 십여 명의 시장규제력을 가진 중간상인들이 덤핑가격에 현금을 담보한 불법판매를 조장하고 있다”며 가격 폭락을 걱정했다.

 

그럼 논란에 대한 해법은 없을까?

▲ 영광군수협은 민물장어 의무상장 시행을 촉구하면서도 업종별 수협에만 위판장을 허용하는 건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11일 열린 영광군수협 뱀장어 위판 설명회.

이에 대해 영광군수협 김영복 조합장은 언론 기고를 통해 “생산자협회, 해수부, 유통협회, 소비자연대, 민물장어수협, 지구별 수협, 대표 국회의원, 언론사가 함께 민물장어 위판장 거래 실시에 대한 합리적 대안 마련과 조속한 위판장 거래를 위한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또 수산물 유통 전문가인 강종호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교수는 “법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의무상장은 시행돼야 한다”면서도 “민물장어양식수협은 현재 위판장 준비, 중매인 모집 등에서 준비가 부족한 상태고, 해수부는 시행령을 보완중인 상태라 생산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

 

제주어류양식수협의 사례 참고

강 교수는 “위판을 특정 수협에서만 제한하는 것도 공정거래법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논란을 해결을 위해서는 제주어류양식수협에서 교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아래 강종호 교수 인터뷰).

제주어류양식수협은 위판장을 마련하지 않고 중도매인과 수협 직원이 양식어장을 직접 찾아가서 현장 수매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아래 기사 참조).

민물장어 의무상장 시행이 지연된 지 두달여 시간이 지나고 있다. 각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정리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종면·변인수 기자>

 

제주어류양식수협의 자율위판방식

강제조항 없어도 조합원 자발적으로 위판

▲ 제주어류양식수협 김광익 상임이사

제주어류양식수협(조합장 한용선)은 광어 양식 어민 위주의 조합원으로 구성돼 있다. 어촌계를 제외한 광어 생산자 대부분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430여 명의 조합원 대부분은 제주어류양식수협을 통한 계통출하를 선호하고 있다.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데도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수협의 자체적인 노력 덕분이었다. 제주어류양식수협은 이 방법을 두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1985년부터 시행, 정착시켰다.

김광익 제주어류양식수협 상임이사는 “처음에는 조합원의 참여율 저조로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현재는 모든 조합원이 자율적으로 상장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신뢰와 서비스다. 우리는 위판 수수료가 0.8%에 불과하다. 위판은 서비스 차원에서 하는 거다. 위판 수수료를 남기려 하면 안 된다. 조합원들은 그걸 알기 때문에, 또 조합을 통하면 안정적인 거래가 가능하다는 신뢰를 주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상장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Mini Interview> 경상대학교 강종호 교수

“제주어류양식수협 사례를 참고하자”

위판장 거치면 비용·시간 많이 들고 가격 경쟁력 떨어져

 

▲ 강종호 교수. ⓒ박종면

수산물 유통 전문가인 경상대학교 강종호 교수는 민물장어 의무상장 논란과 관련,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강 교수는 “법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의무상장은 시행돼야 한다”면서도 “수입 민물장어를 위판 상장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긴다. 국산 수산물 중 다른 품종에서도 민물장어와 같이 독점적 위판을 요구했을 때 법의 허용한도가 어디까지일까도 문제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민물장어양식수협의 독점권 주장에 대해서는 “논란의 해결을 위해서는 제주어류양식수협의 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민물장어 의무상장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는가?

 

제주어류양식수협의 예를 들 수 있겠다. 제주어류양식수협은 처음에 조합원의 참여가 저조해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현재는 대부분 조합원이 자율적으로 수협에 상장하는데 물량은 80% 정도 상장된다.

수협이 지정한 중도매인과 직원이 양식장에 가서 입찰을 하고 인터넷으로 수협에 신고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위판장을 거치게 되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위판 수수료는 0.8%이다.

 

위판 수수료가 지구별 수협에 비해 상당히 낮은데 이익이 나나?

 

이마저도 검사실운영, 폐사어류 처리비용 등으로 쓰기 때문에 이윤이 없다고 보면 된다. 대신 상호금융, 배합사료 판매 등에서 내는 이익으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의 호응이 좋다.

 

계통출하 시스템이 정착되기까지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두 번 실패했다. 초창기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신뢰에 중점을 둔 경영이 지금을 있게 했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출하 수산물을 제재하는 제주도 조례를 제정해 안전성 담보에도 주력했다.

 

불안전성에 대한 제재에 조합원 반발이 컸을 텐데…

 

처음에는 반발이 심했으나, 점차 제주광어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쌓이니까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조합을 통하면 안정적인 거래가 가능하고 혜택이 많다는 신뢰를 주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상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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