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웰빙 음식, 보말 칼국수
전통 웰빙 음식, 보말 칼국수
  • 윤성도 자유기고가
  • 승인 2010.11.1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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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도의 바닷가 이야기>

보말칼국수로 ‘대박난 집’이라는 소문을 듣고 ‘복도채비’를 처음 찾았을 때는 약간 놀란 느낌이었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다. 도깨비의 제주도 사투리 ‘도채비’를 식당이름으로 한 것이 그렇고, 작은 슈퍼를 겸한 허름한 외관과 규모가 대박이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깥 간판 어디에도 ‘보말’이나 ‘식당’이라는 글자가 보이지 않는 것도 의아했다. 하지만, 주인장 이명안(47)씨는 별로 개의치 않는 듯 했다. 외관 보다 맛으로 승부한다는 뜻일 터.

외관보다 맛으로 승부

‘복도채비’의 보말칼국수는 메밀을 섞어 면을 만든다. 메밀은 예로부터 성인병과 비만을 예방하는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식품. 밀가루와 메밀을 적당 비율로 섞어 반죽해서 숙성시켰다가 손님이 오면 면으로 뽑는다. 미리 뽑아 놓으면 탄력이 없어지고 맛도 떨어지기 때문이란다.

칼국수에 메밀을 넣는 까닭에 대해 이 씨는 예로부터 논이 없는 제주도에서는 메밀재배를 많이 해 갖가지 음식에 이용했고, 어머니가 특히 좋아 했기 때문이라 한다. 제주도 토속음식이라면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메밀이 들어가야 제격이란다. 이명안씨는 보말칼국수에 메밀을 넣는 곳은 제주도에서는 ‘복도채비’가 유일할 것이라 한다.

보말칼국수의 주재료인 보말은 자색 또는 갈색을 띄는 낮은 원추형의 고둥. 바닷물이 드나드는 조간대의 바위나 돌이 많은 곳에 서식하며 주로 해조류를 먹고 산다. 보말고둥은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하며 지역에 따라 ‘참고둥’, 또는 ‘배꼽발굽골뱅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맛이 좋아 예로부터 그냥 삶아 먹거나 죽이나 국으로 끓여먹기도 했다.

제주도에서 다른 지역보다 유난히 보말을 밑반찬으로 식탁에 많이 올렸다. 전복죽에도 보말을 넣었다. 전복죽에 보말 내장이 들어가면 그 맛이 훨씬 깊어지기 때문이다. 수년전 까지만 해도 제주도 한 수협에서는 보말을 통조림으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산후 조리나 환자에게 좋은 영양식

보말은 여름에 나는 것이 가장 육질이 실하고 맛도 좋다. 따라서 연중 사용할 보말을 여름철에 집중 구입하여 저장해 두었다가 사용한다. 채취한 보말은 하루 정도 해감하여 모래 등 불순물을 빼낸 다음 삶는다. 보말은 껍데기가 단단하고 크기가 작아 일일이 알 하나하나를 바늘로 빼내야 한다. 이 일은 지역 할머니들의 부업소득이 되기도 하지만,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고된 작업이기도 하다. 

‘복도채비’의 보말칼국수에는 야채육수를 사용한다. 야채육수는 무, 양파, 대파, 북어를 한데 넣고 끓이다가 마지막에 다시마를 넣어 만든다. 육수에 흔히 사용하는 디포리는 쓰지 않는다. 보말 맛을 삼켜버리기 때문이다. 담백하면서도 보말특유의 맛을 살리는 육수가 바로 이 야채육수다.

삶아 까낸 보말은 참기름과 마늘을 넣어 볶은 다음, 식혀서 내장을 으깨 육수에 잘 풀어지게 한다. 이렇게 하면 보말 특유의 비린내가 없어지고, 보말의 깊은 맛이 더 많이 우러난다.

보말칼국수를 끓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야채육수가 끓으면 으깬 보말과 준비해놓은 국수를 넣고 한소끔 끓이다가 마지막에 잘게 썬 미역을 넣으면 끝난다. 다른 양념은 일체 넣지 않는다. 칼국수에 흔히 넣는 김도 넣지 않는다. 보말의 맛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리순서와 사용하는 재료를 엄격하게 지키는 것은 보말의 참 맛을 살리기 위해서다.

‘복도채비’의 보말칼국수는 보말내장에서 나오는 약간 쌉스므레한 듯한 맛과 졸깃하게 씹히는 보말 육질, 그리고 입안을 감치는 구수한 메밀 맛이 일품이다. 보말과 메밀과 미역이 한데 어우러져 내는 환상적인 맛이다. 이 집 안주인 정정심(43)씨는 이 독특한 맛 때문에 ‘복도채비’는 보말칼국수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비록 화려한 간판이 없어도 보말의 참 맛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입소문을 달고 찾는 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제주 전통 토속음식의 맛을 보러 올레꾼들의 발걸음도 잦아지고 있다. 

‘복도채비’의 보말요리는 칼국수 외에 해장국도 있다. 된장을 풀어 우거지 대신 애기배추, 팽이버섯, 부추를 넣고 끓여낸 보말해장국은 술먹은 다음날 해장으로 그만이다. 또 도라지, 부추, 청양고추에 보말을 넣어 부쳐낸 보말전도 보말 마니아들이 찾는 음식.

웰빙 건강식품, 보말과 메일

메밀은 비만,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한다.

보말고둥은 ‘바다의 우유’라 일컫는 참 굴보다 영양 성분이 뛰어나다. 한국 패류학회 회장 박영제 박사는 ‘보말의 지방은 참 굴과 비슷한데 비해 단백질은 1.7배, 칼슘 2.8배, 철분은 3.4배로 높고, 로이신 2.1배, 이소로이신 2배, 메티오닌은 2.5배로 높다. 철분은 멸치보다 4.4배나 높아 보말고둥을 영양의 보고’라 한다. 보말과 메밀은 바로 요즈음 유행하는 건강식, 웰빙식품인 것이다.

예로부터 제주도에서는 산후 조리를 하는 산모나 아픈 사람에게 보말죽을 끓여 원기를 돋우었고, 관절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보말을 삶아 그 물을 먹도록 했다고 한다. 보말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영양 성분이 그 효능을 발휘했으리라. 세삼 그 옛날 조상들의 혜안에 고개가 숙여진다. 맛과 함께 영양도 뛰어난 제주도 토속음식 보말칼국수. 겨울이 시작되는 이즈음, 올레길을 찾는다면, 따끈한 보말칼국수로 몸을 덥히고, 그 맛도 즐기며 영양도 챙기기를 권해본다.

■ 복도채비 : (064-762-7597) 제주도 서귀포시 서흥동 315-6(학생문화원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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