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명태
  • 이두석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 승인 2010.11.1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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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에게 아주 친밀한 물고기이다. 무당들의 굿판은 물론이고 대문 문설주 위에 복을 빌기 위해 매달아 놓기도 하고, 새 차를 사면 교통사고를 막아 달라는 뜻에서 자동차 보닛 안에 넣어 두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명태와 얽힌 이야기와 속담도 다양하다.

우리말에 ‘노가리를 푼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말이 많거나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흔히 ‘노가리를 푼다’거나 ‘노가리를 깐다’는 식으로 사용되는데 원래 명태의 새끼를 일컫는 ‘노가리’는 한꺼번에 수많은 알을 낳는 명태처럼 말이 많다는 것을 빗대 나타내고 있다. 또 셀 수 없이 많은 ‘노가리’만큼 말을 많이 할 때는 그만큼 말의 진실성이 결여돼 있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그리고 몹시 인색한 사람의 행동을 조롱할 때 ‘명태 만진 손 씻은 물로는 사흘 동안 국을 끓인다’는 말을 쓰고 변변치 못한 것을 주면서 큰 손해를 입힌다는 의미로 ‘북어 한 마리 주고 제사상 엎는다’고 했다.

지구의 온난화로 생태계가 무너져 지금은 연안 어장에서 명태의 씨가 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옛날에는 명태가 많이 잡혀 매년 풍어를 이뤘다. 명태는 북어로 가공되었고, 그 수량이 하도 많아서 북어장수들이 전국을 돌며 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무리 빨리 팔아도 대여섯 달은 족히 걸렸다.

그래서 북어를 직접 다니며 파는 대신, 곳곳에 객주를 지정하여 판매를 위탁하고 돈이 걷힐 때까지 몇 달이고 하릴없이 그 집에 낮잠이나 자고 있었다. 남의 집에서 낮잠이나 자고 있음을 이르는 말로 ‘북어 값 받으러 왔냐?’고 하며, 북어를 뜯어먹고 손가락을 빨아봤댔자, 무슨 맛이 있을까? 아무 맛도 없다는 뜻으로는 ‘북어 뜯고 손가락 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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