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계 정치력 복원이 시급하다
수산계 정치력 복원이 시급하다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0.11.1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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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기주의, 폐쇄적 사고가 더 큰 문제

월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는 KBS 1TV의 「우리 말 달인」이라는 프로가 시청자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면서 롱런(Long run)하고 있다. 이 프로에는 다양한 직업, 다양한 연령,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어떠한 제약이나 전제조건 없이 참여 할 수 있도록함으로써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국민 프로’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 같다.

남녀와 노소가 함께 참여하여 우리 말 실력을 겨루는 아슬아슬한 장면들이 박진감을 더할 뿐만아니라, 시청자 스스로가 퀴즈를 푸는 주인공처럼 TV출연자들과 실력을 겨루어보기도 하는 쾌감이 시청자들을 더욱 더 몰입하게 만든다.

달인이 되면 3천만원 정도의 상금을 타게되는데, 지난 7월에는 동네 이발사가 각고의 노력 끝에 ‘우리 말 달인’으로 등극하는 장면을 우연히 시청하면서 ‘아! 인생은 이래서 살 맛이 나는구나.’ 하는 진하고도 감동적인 카타르시스를 맛 볼 수가 있었다. 평준화니, 정의사회니, 하는 거대한 담론들이 달인의 탄생 앞에 한 낱 부질없는 공론(空論)으로 느껴졌다.

그 때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달인들에게 ‘강이나 바다에서 낚시나 그물로 잡는 것은?’...하고 묻는다면 그들은 무엇이라고 대답했을까? 물고기? 생선? 아니면 수산물? 어류? 선어(鮮魚)?...어류를 두고 한자어와 일본식 표현이 뒤섞여 아주 혼란스럽게 쓰이고 있는 수산계 현실이 갑자기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초등학생들은 지금도 “고기잡이”라는 동요를 부른다.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갈까나/ 이 병에 가득히 넣어가지고서/ 랄랄랄라 랄랄랄라 온다나.” 그렇다. 강이나 바다에서 잡히는 수산물은 『고기』다. 이렇게 소중한 『고기』라는 우리 스스로가 훼손하고 망각해온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해야 할 것 같다. 쇠고기가 고기의 대명사처럼 변질되어버린 현실이 정말 딱하고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얼마 전 권두언에서 ‘어민’과 ‘해양’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바 있다. 자기 자신이 자기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데 어떻게 남들이 자기를 소중하게 여기겠는가 말이다. 아무리 수산업이 위기에 처하고 어업인구가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수산업은 국가안위와 직결되는 식량산업임을 스스로 망각해서는 안된다.

이처럼 수산계가 어렵고 혼란스럽다 보니 또다시 정부조직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은데, 수산업을 회생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며, 수산업을 살리기 위해 해양수산인들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처신해야할 것인지, 깊이 자성하는 시간을 먼저 가지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조직만 바꾼다고 해서 만사가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과거 수산청시절을 돌이켜 보면 그 해답이 자명하게 나온다. 해양수산부만 되면 만사형통할 것처럼 학수고대했던 것이 불과 10여년전 일이 아닌가? 문제는 ‘사람’이요 ‘생각’이다.

농림수산부에서는 사람이 없다. 수산을 전공한 전문행정가가 점점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수산계도 마찬가지다. 수산계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이끌어 갈 자기희생적 지도자가 사라지고 있다. 단체장들의 정치력도 한계에 다다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직이기주의, 폐쇄적 사고방식이 협동조합을 포함한 수산단체, 수산기업들을 더욱더 외톨이로 만들고 있다.


시대를 이끌어가지는 못할지언정 시대에 역행하는 사고방식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열린 사고(思考), 자기 희생적 지도력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국정감사가 남긴 것

국정감사도 끝이 났다. 늘 그랬듯이 이번 국감도 해묵은 숙제만 그대로 남긴 채 그렇게 끝이 났다. 20일 동안 벼락치기로 하는 국감이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푸념이 되풀이된다. 수감기관별로 의원 개인당 10분내외의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깊이 있는 질의를 할 수 있을 것이며, 성실한 답변과 대책을 어떻게 추궁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국정감사와 예산국회만은 ‘정치의 장’이 아니라 ‘정책의 장’으로 새롭게 탈바꿈 해주기를 절실히 기대해왔다. 그러나 금년 국감도 ‘소품(小品)국감’이라는 웃지 못할 타이틀만 하나 더 획득한 채 정말 싱겁게 끝이 났다. 국감장에 배추가 등장하고 세발낙지에 구렁이까지 들고 나오는 국회의원들의 한건주의 쇼맨쉽을 바라보면서 우리나라 국회의 수준이 갈 데 까지 갔다는 절망감밖에는 남는 것이 없었다.

광우병소동 이후 끝도 없이 쏟아내는 4대강문제, 그리고 천안함사태를 재탕(再湯), 삼탕 우려먹고 있는 정치인들의 정권욕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

어디 그 뿐인가. 배추값파동이 4대강 개발 때문에 빚어졌다는 시민단체와 인터넷 누리꾼들의 어처구니 없는 논리에 국회의원들마저 덩달아 춤을 추는 현장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서글프기만 하다. 야당의 모의원은 농수산물유통공사 국정감사에 앞서 ‘배추에게 감사한다’는 보도자료까지 돌렸다. 물론 그 보도자료의 핵심내용은 실패한 농정을 비판한 것이었지만, 고통받는 농민과 김치반찬 한가지로 근근이 살아가는 서민들의 고달픔을 지나치게 희화화한 데 대해 황당하고 불쾌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김효석의원이나 송훈석의원을 비롯한 몇몇 의원들이 내놓은 정책연구보고서는 국정감사가 갖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국정감사가 어떠한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인지, 그 좌표를 설정해주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김효석의원은 공부하는 국회의원답게 WTO/DDA협상에 대비하여 농어업용 면세유제도를 어떻게 운용해나갈 것인지 그 해법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등, 농수산위원회에 처음 배정된 의원답지않게 수산분야의 여러 문제점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분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어려움에 처해있는 원양어업에 대해 명쾌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것을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뿐만아니라 수협이 짊어지고 있는 공적자금이라는 올가미를 벗겨줄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은 찾지 못한 채, 임지원들의 희생만을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의원들의 소극적 태도에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만물(萬物)은 인과(因果)의 법칙에 의해 유전(流轉)한다. 원인이 없는 결과란 있을 수가 없다. 지금은 남의 탓만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 우리 스스로를 먼저 되돌아 보아야 할 때다. 수산계에 어른이 없다는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가슴에 와 닿는다. 해양수산계의 화합과 상생의 터전을 마련해나갈 수 있는 자기 희생적 지도자와 선도적 단체가 없다는 얘기다.

「고기」라는 이름이 쇠고기에 뺏기듯이 수산의 모든 것이 부지불식간에 농업으로 빨려들어갈 수도 있다는 착각에 현기증을 느끼게 된다. 사랑과 헌신. 그것이 바로 인과율(因果律)을 지배하는 최고의 덕목임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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