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인물 - 가파도 유용예 아기해녀
이달의 인물 - 가파도 유용예 아기해녀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7.07.07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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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할망 눈에 비친 애증愛憎의 바다를 사진으로 말하는 아기해녀
낮은 섬 가파도에 매료돼 가파도 주민이 되다

자신이 5년간 가파도 할망바다에서 기록한 해녀 작품 앞에 선 유용예 씨. ⓒ박종면
[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지난달 9일~18일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의미 있는 사진전시회가 열렸다. ‘할망바다展’. 할망바다는 물살이 세지 않아서 은퇴를 앞둔 할망(할머니) 혹은 하군해녀(초보해녀)들이 거쳐 가는 얕은 바다를 일컫는다.

‘할망바다전’에서 가파도 할망들의 삶을 사각 프레임에 담은 이는 ‘아기해녀’다. 게임 디자이너 출신의 아기해녀 유용예 사진가는 어느날 마라도를 가던 중 초록색으로 뒤덮인 섬을 발견하고 삶에 지칠 때마다 찾게 됐는데 거기서 만난 할망의 눈동자 안에 반짝이며 가득 밀려오던 삶을 보았다고. 그때부터 그녀는 해녀할 망들과 그 바다가 알고 싶어져 할망을 따라 한 손에는 테왁을 잡고 다른 한 손엔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들어간 바다에서 그녀는 이내 난관에 부딪혔다. 나름 경험 많은 스킨스쿠버로 물이라면 겁이 안 났는데 그 바다에서 손을 들었다고. 그날 그녀는 할망들 앞에서 펑펑 울었다. 그렇게 고생하시는 줄도 모르고 자신이 너무 자만했다고. 그날 이후로 그녀는 해녀들과 같이 해녀복을 맞춰 입고 공기통 없이 숨을 참아가며 바다로 들어갔다.

김영란 가파도 어촌계장은 “다른 이들은 다 밖으로 나가는데 찾아들어온 걸 보니 가파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촬영을 허락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5년을 작업했다. 그녀가 어멍이라 부르는 선배해녀들은 아기해녀가 나왔다고 좋아한다. 그리고 사진전을 하라고 권유했다. 그렇게 그녀는 가장 먼저 이웃 어멍들의 집 앞에 간이 설치대를 이용해 사진을 선보였다. 반응이 좋았다.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너무 좋았다는 반응이었다. 이내 제주도 외딴 섬 가파도를 벗어나 서울까지 소문이 났다. 그녀는 충무로 갤러리의 넥스트 제너레이션(next generation) 기획전에 선정돼 초대됐다.

서울서 가파도로 거주지를 옮겨 가파도 주민이 된 그녀는 해녀학교에 등록할 계획을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어촌계장으로부터는 해녀학교만 나오면 정식으로 받아주겠다는 약조도 받아놓은 상태다. 그녀는 “해녀 삶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다음 사진작업으로 ‘숨’을 찍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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