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지 못한 원양어업
초대받지 못한 원양어업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7.07.0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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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지난 6월 6일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맞는 현충일 추념식이 정부 주관으로 엄숙하게 치러졌다. 이날 독립·호국·민주화 유공자, 순직 군인과 소방관을 비롯한 공무원 유족이 초대됐다. 그 외에 파독 광부· 간호사, 청계천 여성노동자 등도 초대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 경제발전에 온몸으로 기여한 분도 함께 모셨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추념사에서 “조국을 위한 헌신과 희생은 독립과 호국의 전장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음을 함께 기억하고자 한다”며 “1달러의 외화가 아쉬웠던 시절, 이역만리 낯선 땅 독일에서 조국 근대화의 역군이 돼준 분들이 계셨다. 뜨거운 막장에서 탄가루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석탄을 캔 파독광부, 병원의 온갖 궂은일까지 견뎌낸 파독간호사, 그 분들의 헌신과 희생이 조국경제에 디딤돌을 놓았다” 고 치켜세웠다. “그것이 애국”이라 덧붙였다.

같은 날 원양산업협회 임원의 전화 벨이 연신 울렸다. “왜 원양어업인들은 그 자리에 초대 받지 못하느냐”, “먼 5대양에서 거센 파도와 맞서 목숨 걸고 잡은 참치는 외화벌이에 아무 도움이 안 된 것이냐”고 따져 묻는 회원사와 원로 원양어 업인들의 항의전화였던 것이다.

과거사위원회의 「파독 광부·간호사의 한국경제발전에 대한 기여의 건」, 『2008년 하반기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파독 근로자(광부, 간호사)들의 국내 송금액(1965년~1975년)은 1억153만 달러였다. 당시 원양어업이 벌어들인 외화는 우리나라 총수출액의 5%(1971년 기준) 안팎을 차지할 만큼 그 기여도가 컸다. 파독 광부·간호사들의 송금 기간과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억 6,346만 6,000 달러로 파독 근로자 그것의 6 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양어업인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언가?

원양산업이 현재 호황을 누리고나 있으면서 애국, 혹은 국가경제 발전 기여에서 제외됐다면 덜 억울할 것이다. 이쯤 되면 원양산업협회 임원들이 왜 회원들의 항의전화에 시달려야 했는지 이해가 간다. 올해는 우리나라 최초 원양어업 시험조업선 지남호가 부산항을 출항한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역만리 해역에서 해외어장을 개척하다 순직한 원양 선원들 중 아직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영령 295기가 스페인 라스팔마스, 테네리페, 사모아, 수리남, 타이티, 피지, 앙골라, 세네갈 등 타국 땅에 묻혀 있다. 모두 외화 획득을 위해 낯선 바다 한가운데서 떠다니다 운명을 달리한 대한민국민들이다.

60주년을 맞은 원양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 원양산업이 재기의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60년을 기약할 수 있도록 정부가 다시 품어줘야 한다. 재조해양(再造海洋)은 원양(遠洋)을 빼놓고 할 수 없는 일이다. 환갑을 맞은 원양어업, 자축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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