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돔
자리돔
  • 이두석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 승인 2010.10.15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태어난 자리를 지키는 붙박이 물고기

자리돔은 난류의 영향을 받는 제주도, 외해에 면한 남해안의 섬, 울릉도 등지의 산호와 바위가 많은 지역에서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물고기이다.

몸은 달걀 모양이며 엷은 다갈색으로 가슴지느러미의 시작 부분에 진한 흑청색의 반점이 있다. 물속에 있을 때는 등지느러미 끝의 꼬리자루 쪽에 눈알 크기의 흰색 반점이 있으나 물 밖에 나오면 없어진다.

자리돔은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가능한 한 떠나질 않는 물고기이다. 아열대성으로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자리돔은 멀리 이동하지 않고 한 자리에서 붙박이로 일생을 보낸다. 그래서 이름까지도 ‘자리돔’인 것이다.

일본에서는 자리돔을 참새 작(雀)자와 도미 조(?)자를 써서 스즈메다이(雀?, suzumedai)라 부르는데, 자리돔의 색깔, 모습뿐만 아니라 무리지어 태어난 곳을 떠나지 않는 습성까지도 참새를 닮았기 때문이다.

자리돔 하면 우선 제주가 떠오를 정도로 자리돔은 제주를 상징하는 물고기이다.

제주에선 자리돔을 그냥 ‘자리’라고 부르는데, 굳이 ‘돔’자를 붙여 이미지를 높이지 않더라도 자리는 제주에선 돔 이상의 먹을거리로 전통 음식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자리는 보리이삭이 패는 5월 하순부터 8월까지가 산란기로 이 시기의 맛이 가장 빼어나다. 타지에 나가 있는 제주 사람들은 땀이 흐르는 초여름만 되면 자리가 먹고 싶어 고향 생각이 간절하다 한다.

그 중에서도 자리물회는 비린내가 나지 않으며 시원하고 구수한 맛 때문에 제주의 여름 식단에는 빠지지 않는 품목이다.

우선 자리의 비늘을 벗겨내고 머리, 지느러미, 내장을 제거한 후 뼈째 잘게 썰어 식초를 넣고 참기름, 된장, 고추장 등의 갖은 양념을 한 다음 갖은 야채를 송송 썰어 시원한 물과 함께 얼음 동동 띄워서 만든다.

입 안에서 뼈와 함께 씹혀지는 연한 자리살의 촉감과 구수함이 일품이다. 여름 제주의 맛과 향토 미각을 대표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제주의 속담 중에는 ‘자리 알 잘 밴 해 보리 풍년 든다’는 말이 있다.

우리 선조들은 어류의 생태를 통해 농작물의 풍흉을 예측하기도 하였는데, 보리이삭이 팰 무렵에 그물로 떠올린 자리의 알밴 정도를 보고 그 해 보리의 결실이 좋을지 나쁠지를 예측했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