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응한 수산물 안전
기후변화에 대응한 수산물 안전
  • 김지회/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 승인 2010.10.1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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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이슈 중의 하나는 아마 기후변화일 것이다. 기후변화란 자연적 혹은 인위적 요인으로 인하여 수십년 또는 그 이상 지속되어 온 평균적 상태의 기후에 추가적으로 일어나는 변동을 말한다.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은 ‘온실효과’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온난화로 평균기온이 상승하면, 빙하가 녹아내리고 이에 따라 해수면이 상승하게 되는 연쇄적인 과정을 나타낸다. 뿐만 아니라 지구적 규모에서 보면 어떤 지역은 집중호우와 폭풍우에 의한 홍수가 자주 발생하는가 하면, 또 다른 지역은 가뭄으로 인하여 사막화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기후변화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지구온난화’와 ‘강우패턴의 변화’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전 세계의 기후변화 추이 속에서 예외일 수가 없으며, 한반도 주변에서 기후변화의 진행속도는 세계 평균을 웃돈다. 최근, 집중호우 발생사례가 증가하고 있고, 육지에서는 식물의 개화시기가 앞당겨지는가 하면, 연안해역에서는 난대성 어종이 출현하는 등 생태계도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연안의 생태계의 변화는 수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특히 수산물의 위생안전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정리해 본다.

수산물위생안전, 비브리오가 가장 위협적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산물 소비국으로 2008년 기준 국민 한 사람당 연간 39.1 kg의 어패류를 소비하여(수산물 전체 소비량 54.9 kg) 우리가 섭취하고 있는 동물성단백질의 42%를 수산물에서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사회·경제적 여건의 개선으로 식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 축산물이 많이 소비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수산물 또한 우리의 식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다. 이렇게 수산물 소비량이 많다 보니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수산물을 많이 섭취하는 국가에서 이로 인한 식중독이 많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으나, 수산물이 가지는 본질적 특성(조직의 연약성 등)과 생선회 등 날것을 즐겨 먹는 우리의 식습관도 주요 원인이 된다. 특히, 해양에서 늘 서식하며 소금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환경에서만 생육하고, 60~70℃ 정도로 가열하면 사멸하는 장염비브리오 (Vibrio parahaemolyticus)는 노로바이러스, 병원성대장균, 살모넬라, 포도상구균 등과 함께 우리나라 5대 식중독 원인균의 하나이다. 그리고 장염비브리오와 유사한 성질을 갖지만 감염시 치사율이 높은 패혈증비브리오 (Vibrio vulnificus)에 의한 사망자 수는 콜레라, 이질, 장티푸스로 인한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다. 이러한 사실만 보아도 수산물의 안전관리가 쉬운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여기에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요소가 개입되면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수온이 상승하면 감염증의 위험성도 증가해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겨울은 짧아지고, 대신 여름은 길어지며, 봄은 빨리 시작되고 가을은 늦게까지 이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해양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근해에서 지난 38년간 평균수온은 0.9℃ 상승하였고, 향후 더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해, 황해 및 동중국해는 세계에서도 수온이 가장 높게 상승한 해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바다에서 수온은 생물의 분포를 결정하는 대단히 중요한 인자로 평균수온이 상승하면 수산생물은 더위를 피하여(?) 보다 고위도 지역 또는 더 깊은 곳으로 이동을 한다.

  미국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전문 연구기관에서는 기온 상승과 식중독 발생은 아주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수산물에서 온난화로 인하여 위해도가 증가하게 될 세균으로는 장염비브리오, 패혈증비브리오 및 콜레라 등을 들 수 있다. 평균수온이 상승하면 콜레라균이 우리나라 연안에서 월동이 가능하게 되고, 또 수온 18℃ 이상의 고수온기간이 연장되면 이들 병원성 비브리오균이 더욱 왕성하게 생육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에 따라 어쩌면 병원성 비브리오균은 겨울철만 제외하고는 연중 연안에 분포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수산물의 안전성과 결부되어 굴이나 멍게와 같이 생식하는 수산물을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진다.

  2003년 9월과 10월에 전국에서 유행한 장염비브리오 식중독은 당시 남해안 굴 생산지의 고수온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3년 9월 큰 태풍(매미)이 남해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그 이후 연안에서 예년과는 달리 고수온이 유지되었다. 2003년 10월 1일의 통영연안에서 측정된 표층수온은 25℃로 이는 예년의 9월 20일의 수온에 해당할 정도였다. 또 장염비브리오는 생육에 많은 영양을 요구하는데 강우 시 육상에서 유입된 영양염이 해양에서 생육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미국의 알래스카에서도 2005년도에 장염비브리오 식중독이 발생한 바 있는데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상승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집중 강우, 육지의 위해인자 바다로 전달하는 매개체

  패류는 이동성이 거의 없고, 여과섭식 활동을 통하여 주위에 부유하는 먹이(식물성 플랑크톤)를 섭취하는데 이 때 사람에게 유해한 세균, 바이러스 및 기타 오염물질을 동시에 섭취하여 체내 축적한다. 그리고 패류 생산지는 대부분 천해 또는 내만에 위치하고 있어 육지에서 유래하는 유해 미생물이나 화학물질 등에 오염되기 쉽고, 또 얕은 바다에서 생산되므로 희석능이 적어 오염 우려가 높다. 뿐만 아니라 먹을 때도 내장(소화선)을 포함한 생체 전 부위를 먹고, 완전히 익히기 보다는 살짝 가열한 것 또는 날것을 즐긴다는 점에서 위생상 문제를 유발할 소지가 많다.

  패류에서 식품안전을 해치는 생물학적 위해요소로 해양에서 기인하는 병원균(비브리오 등)과 육상에서 유래하는 병원균, 바이러스 및 기생충이 있다. 해양에서 유래하는 병원성 비브리오균에 대해서는 이미 위에서 소개하였으며, 육상에 기인하는 병원 미생물은 집중호우 시 유거수를 통하여 연안에 유입될 수 있다. 마치 빨래를 하면 옷에 묻은 때를 물이 씻어 내는 것과 같다. 즉, 육상동물의 분변에서 유래하는 노로바이러스, 살모넬라, 병원성대장균 O157:H7, 캠필로박터, 리스테리아, 크립토스포리디움 등의 병원미생물이 유거수와 함께 연안에 유입되고 패류를 매개체로 인간이 다시 감염될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1970년대 초부터 수출용패류생산지정해역을 비롯한 주요 패류생산해역에 대한 조사를 매월 실시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수온과 강수량은 모두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특히 연안해역의 위생학적 수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1일 40mm 이상의 강우일수가 패류 수확기(10월부터 익년 4월)에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내었다.

온난화와 해황변화로 새로운 어패류독소 출현 예고

  마비성패류독소, 설사성패류독소, 기억상실성패류독소 및 시과테라 등의 해양생물독소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생성한다. 독소를 가지고 있는 유독 플랑크톤을 어패류가 섭이하면 플랑크톤의 독소가 어패류에 축적된다. 따라서 독소를 생성하는 유독 플랑크톤의 확산은 곧 어패류독소의 확산을 의미한다.

  기후변화가 우리나라 연안의 해양생물독소에 과연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사실 연안 국가에서 어패류의 유독화 가능성은 늘 잠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여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연안의 수온상승은 지금까지 생각지도 않았던 열대·아열대성 해양생물독소의 발생을 초래할 수 있다. 따뜻한 해류와 함께 유독성 플랑크톤이 고위도로 확산될 수 있고, 또 국제교역 시 선박을 통하여 유입되어 특정한 해역에서 토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새로운 아열대성 유독 플랑크톤이 유입되면 지금까지 봄철에만 주로 발생하던 마비성패류독이 새로운 원인 플랑크톤에 의해 여름철에도 계속 될 수 있고, 또 식품위생상 거의 문제로 되지 않던 패류독소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독소는 시과테라‘(Ciguatera)’가 아닌가 생각한다. 시과테라 독소도 패류독소와 마찬가지로 플랑크톤이 생성한 독소가 먹이사슬을 통하여 어류에 축적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5만 명이 시과테라에 중독되어 수산물로 인한 식중독 중 세균성을 제외하면 단연 세계 최대 규모이다.

이 독소에 중독되면 사망률은 그렇게 높지 않으나 개인으로서는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친 후유증의 고통이 따른다. 이로 인해 국가는 의료비, 노동력 손실 등의 경제적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지금까지 시과테라 중독은 남북위 35도 사이의 열대 또는 아열대 해역에서 주로 발생하여 우리나라는 비교적 안전지대에 속하였다. 그러나 최근 시과테라 독소를 생성하는 플랑크톤이 서식할 수 있는 북방 한계가 일본 동경연안까지 북상한 것으로 나타나 있고, 가까운 오키나와, 대만, 홍콩 등에서 시과테라 중독이 증가하고 있다.

수산물 안전성 확보방안 시급

   지난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렸으나 별다른 성과없이 끝났다.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 과제이기는 하지만 국가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국제적으로 그 해법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 마냥 기다릴 수만 없는 상황에서 점점 현실로 나타나는 기후변화에 따른 수산물 위생안전,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까?

  생산단계의 수산물에서 위해요소의 발생에 대비한 위기대응 체제를 구축하여야 한다. 이 체제에는 조기경보 체제(신속·정밀분석법 개발 및 예보기술), 모니터링 체제(상시 감시) 및 행정적 대처계획(발생 단계별 조치)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병원미생물에 오염된 수산물이라도 특정한 기술로 처리하면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제어기술을 개발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미생물에 오염된 패류에 적용하고 있는 정화(depuration 및 relaying), 열충격(heat shock) 소독 및 고압 등 처리기술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강우패턴의 변화로 집중강우 시 육상에서 유래한 분변성 물질(병원세균 포함)의 오염방지를 위해서는 육상 오염원에 대한 관리대책이 반드시 강구되어야 한다.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기후변화, 가까운 미래에 그 후유증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지 아무도 모른다. 개인과 국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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