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기스칸의 ‘참여분배’ 이야기
징기스칸의 ‘참여분배’ 이야기
  • 이준후 시인/BCT감사
  • 승인 2017.06.2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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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후 시인/BCT 감사

[현대해양] 징기스칸에 대한 관점이 서양은 우리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징기스칸은 고려를 짓밟은 오랑캐 정도로 인식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서양사람들은 징기스칸을 세계사를 바꾼 영웅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20년 전, 1997년의 일입니다. 미국의 ‘뉴 욕 타임즈’는 지난 천년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징기스칸을 꼽았습니다. 징기스칸의 몽골은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지역을 차지한 강대국이었습니다. 12세기 몽골은 인구가 200만을 넘지 않은데다, 그나마 부족별로 분열되어 있었습니다. 그 런데도 징기스칸은 작은 몽골 부족을 기반으로 동서양에 걸쳐 2억 명의 인구를 무려 150년이나 다스리는 강대한 제국을 만들었습니다.

 고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1231년 몽골의 침입 이래 38년간이나 강화도로 수도를 옮겨 버티었으나 결국 항복을 하고 개경으로 환도하였습니다. 많은 역사학자들이 징기스칸이 몽골 초원의 지배자가 되고 나아가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먼저 기동력을 꼽았습니다. 한 사람의 전투원이 말 세 마리를 몰고 다니며 사흘 동안 밤낮없이 달릴 수 있었던 가공할 기동력, 다 음으로는 항복하지 않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조리 몰살하는 잔인성과 이를 이용한 불안과 공포심이었습니다. 전형적인 심리전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시스템이었습니다. 당시 징기스칸이 등장하기 전, 몽골에서 부를 축적하는 중요한 수단은 바로 약탈이었습니다. 다른 부족과 싸워 양이나 말 같은 가축을 빼앗고 노예를 확보하는 약탈이 주된 경제활동이었습니다. 물론 족장이 많이 챙기긴 했지만 전투 중에 먼저 챙기는 사람이 임자였습니다. 약탈의 결과에 따라 부가 크게 바뀌기 때문에 부족장에게 약탈은 전쟁보다 더 중요했습니다. 때 문에 전투가 유리하게 흘러가면 적을 섬멸하기 전에 약탈에 더 열을 올렸고 패배한 부족은 승자가 약탈에 눈이 멀 때를 이용해 달아났습니다. 힘을 다시 얻어 복수에 나선 부족도 마찬가지로 적의 섬멸보다 약탈에 집중했습니다. 이러한 약탈 관행 때문에 초원의 부족들 사이에서는 약탈의 복수가 끝없이 반복되었고 부족의 통일을 막았습니다.

 징기스칸은 이 같은 약탈의 문제점을 꿰뚫어 보았고 그 규칙을 바꿨습니다. 일단 전투가 완전히 끝났다고 선언할 때까지 개인적인 약탈을 전면 금지한 것입니다. 자신의 가족이라도 이 규칙을 어기면 큰 벌을 내렸습니다. 전투가 완전히 끝난 후 노획물을 전투 공헌도에 따라 분배했습니다. 징기스칸은 전투에서 세운 공에 따라 전리품을 나눴을 뿐만 아니라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전사가 없는 가족들에게도 전리품을 배분했습니다. 지난 전투에서 숨진 전사의 유족들은 배분에서 우대를 받았습니다. 후방 지원이나 병참에 나선 평민들에게도 약탈품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간단한 규칙 하나가 징기스칸의 군대를 초원의 최고 강자로 바꿔 놓았습니다. 전사들은 공을 세운대로 전리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투 중엔 약탈보다 명령에 따라 적을 공격하는데 주력했습니다. 모든 병사는 지휘관의 명령만 수행하면 자신이 노력한 만큼 충분히 전리품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또 전사한 군인의 유족에게도 전리품을 분배했으므로 징기스칸의 군대는 더욱더 목숨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전장에서 징기스칸의 군대를 더욱 용맹한 군대로 만들었습니다.


 전쟁에 나설 군인이 없는 가족에게는 후방 지원업무를 맡겼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일정기준에 따라 전리품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징기스칸의 군대는 초원의 다른 어떤 부족보다 강력한 후방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구성원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생긴것입니다.

 전사를 잃어 소외된 가족들에게도 공정하게 분배가 실시되자 그들도 정상적인 생활이 유지되고 다시 전사를 배출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따 라서 징기스칸은 다른 부족보다 더 넓은 인재 풀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징기스칸 부족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욱 강력해지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같은 분배시스템을 채택한 이후, 징기스칸의 군대는 숙적이었던 타타르를 물리치고 초원의 강자로 부상했습니다. 결국 몽골은 이 경제시스템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정복하였습니다.

 신정부가 ‘일 자리만들기’를 정책의 최우선으로 삼았습니다. 징 기스칸 방식으로 말하자면 ‘전사’를 늘리는 것입니다. 전사 자격을 갖추고 전사가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을 전사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시장전투에서의 전리품을 분배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성 장해야 분배할 수 있다’가 아니라 성장에 동참하여 분배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참여분배’라고 할까요?

 그런데 성장에 참여할 수 있는 여력, 공사간에 기업들의 채용여력은 있는 걸까요? 노 동분배율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생산활동으로 인한 소득은 노동과 자본에 분배되는데 이중 노동에 분배되는 비중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노동분배율이 계속 낮아지는 추세에 있습니다. 그만큼 자본분배율은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고용을 증대시킬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문제는 의지와 정책에 달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노동참여 증대, 즉 신규채용 확대는 또 다른 효과를 생산합니다. 시장의 유효수요를 창출할 것입니다. 유효수요의 확대는 다시 기업의 생산을 늘려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입니다. 또 양질의 인적자원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좋은 인력 풀이 형성되어 기술혁신과 결합하면 성장잠재력이 크게 향상될 것입니다. 사회적으로는 공동체의 활력이 생성될 것이고 빈부격차, 양 극화가 완화될 것입니다. 정책은 만들어져 있습니다. 성공 여부는 정부 의지의 강도와 지속성, 기업의 숙고에 달려 있습니다. 무엇보다 청년들을 살려야 합니다.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생각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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