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 위기 타개에 ‘인식의 전환’ 필요하다
수산 위기 타개에 ‘인식의 전환’ 필요하다
  • 이주학 부산공동어시장 대표이사
  • 승인 2017.06.2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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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학 부산공동어시장 대표이사

[현대해양] 최근 수산업계에서 자주 듣고, 볼 수 있는 단어는 바로 ‘위기’이다.

작년 연근해 어업 생산량을 기준으로 44년 만에 상징적인 100만 톤이 붕괴되었음은 물론 한일어업협정 지연에 따른 조업구역 축소,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연근해 어업 황폐화, 수산물 소비급감, 그리고 남서해 EEZ 및 연안에서의 무분별한 골재채취로인한 생태계 파괴 등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우리 수산인들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수산물 소비촉진 캠페인부터 시작해서 모래채취 반대 서명운동,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강화 및 한일어업협정 타결요청 등을 정부에 건의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수산물을 외면하고 있고, 모래채취는 중단되지 않았으며, 중국어선은 여전히 불법어업으로 우리 연근해 앞바다를 유린하고 있다.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이라도 해결된 문제도 없다.

현재 수산업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생산량은 줄어들고 있으나 수산물 가격의 오름세는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고 고정비용인 인건비, 유류비 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많이 잡으면 이를 충당할 수 있었지만 최근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출어를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수산물 가치 상승시킬 방법 고민해야
그렇다면 자원관리가 잘못되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인가? 그렇다고도 볼 수 없다. 수요가 일정한 상황에서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은 상승해야하나 수산물의 경우 일부는 그렇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공급이 부족한 어종을 다른 어종이나 육류로 대체 가능한 선택 범위가 넓기 때문에 수요공급법칙의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해결책은 수산물의 시장가치 상승으로 귀결된다. 그럼 어떻게 수산물의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우리 수산인들과 정부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수산물의 가치 상승에 대한 중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고차가공 및 유통단계 축소를 위해 전국에서 수산물 산지거점유통센터(FPC)가 준공 운영되고 있으며, 우리 부산공동어시장의 경우에도 식품 위생안전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즉 물리적인 수산물 가치는 이전과는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연 소비자들은 유통단계가 축소되어 가격이 저렴하면서 안전하고 가공수준이 높은 수산물을 현재의 선호도이상으로 구매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얼마 전 방영된 ‘삼시세끼-어촌편’이라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직접 잡고, 요리한 수산물의 소비가 급증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해당 수산물이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고차 가공된 수산물이라고도 볼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그들이 TV프로그램에 나온 수산물을 구입한 이유는 출연자들과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수산 위기 타개를 위해 경험 가치 공유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사진은 TV프로그램의 한 장면.


이와 유사하게 ‘먹방’이라는 컨셉으로 공중파는 물론 1인 미디어 인터넷 방송까지 먹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는 대리만족을 느끼고 이것이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북해도 소도시 오타루의 경우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데 ‘미스터 초밥왕’이라는 일본만화의 배경도시로 그 만화속의 초밥을 맛보기 위해서다. 바로 이것이 최근 소비 트랜드의 핵심이다.

경험적 가치 공유할 문화 조성 시급
이제 우리 수산인들과 정부정책은 소비자에게 왜 수산물을 먹어야 하는지를 설명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경험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당장 가시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단발성 행사에 예산을 투입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서히 그러나 반드시 소비자들의 인식이 전환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면 수산기금으로 수산물 전문 요리사 양성과정을 신설하고 이 과정을 TV프로그램으로 제작하든지, 여행 및 관광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수산물 요리를 적극 소개하거나, 저예산 1인 방송으로 국내외 시푸드 요리를 찾아가는 수산물 요리탐방을 기획하는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영화, 문학 등 관련 제작자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수산물을 대중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소개할 수도 있다.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고,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단순히 하드웨어적으로 고차가공과 위생적인 제품을 생산하여 소비를 유도하는 방법은 분명히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소비 트랜드에 맞추어 우리 수산인들도 현재위기를 새로운 시각에서 인식하고 대응하려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PROFILE
이 주 학 부산공동어시장 대표이사
이주학 대표이사는 부산수산대학(현 부경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부산공동어시장에 입사했다. 부산공동어시장 50년 역사상 두 번째 전문경영인이자 첫 직원 출신 사장이다. 해양수산부 부활 국민운동본부(해국본) 공동대표와 부산 수산분야 대선과제 추진분과 위원장, 부경대 총동창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수산물공판장(주) 대표이사,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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